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대중들의 집에 대한 관념은 이전에 비해 확장되는 변화를 거쳤다. 과거에 집이 단순한 휴식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며 여가와 힐링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나 인테리어 업체 등을 통해 규격화된 방식으로 제공되던 집은 이제 거주자의 취향을 담은 개성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렇듯 ‘집에 나의 생활 방식과 일상, 취향을 투영하고 싶다’는 욕망은 ‘오늘의집’ ‘아파트멘터리’와 같은 인테리어·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부상하는 동력이 됐다. 이러한 기업들은 특히 고객의 개인화된 취향을 고려한 서비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오늘의집이 제공하는 3D 인테리어 커뮤니티에 가상 셀프인테리어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아키드로우는 바로 이 가상 셀프인테리어 솔루션을 개발한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아키스케치’라는 이름의 이 솔루션은 오늘의집 뿐 아니라 LG 오브젝트 컬렉션 제품의 3D 및 화보, B2B 솔루션 렌더링, 롯데홈쇼핑 광클절 이벤트용 디자인 쇼룸 제작, 이노메싸 온·오프라인 인테리어 상담 솔루션, 원더라움 온·오프라인 인테리어 상담 솔루션 제작, 퍼시스 그룹(일룸, 퍼시스, 데스커, 시디즈)에 디지털 트윈 방식의 가구 생산, 듀오백의 가구 생산 AR 솔루션 등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제 창업 만 10년, 차근차근 성장을 이뤄온 스타트업으로서 아키드로우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일본과 동남아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넘버원 3D 인테리어 솔루션이 되겠다는 비전 아래 이제까지의 성과를 넘어서는 ‘아키스케치’의 고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은 행보다.
아키드로우에 시선이 가는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이들이 스스로의 성장을 넘어 프롭테크, 인테리어, 가구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생태계 구축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아키드로우는 이와 같은 의지를 지난 16일 ‘인테리어 시장의 미래:불황기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한 ‘아키스케치 콘테크(ConTech) 포럼’을 통해 현실화했다.
*콘테크(ConTech)는 건설(Construc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건설 공정을 디지털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각종 혁신 기술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국내에는 아직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 성수동 아키드로우 사무실에서 만난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콘테크 분야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에는 콘테크 산업이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개별적인 버티컬 섹션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AI 기반 3D 공간 솔루션으로 가구·인테리어, 나아가 콘테크 시장의 혁신을 돕고 싶어
아키드로우의 대표 솔루션인 ‘아키스케치’는 생성형 인공지능(AI)를 적용한 ▲디자인 솔루션(모델링 디자인) ▲고화질 렌더링 솔루션(모델링 시각화) ▲디자인 데이터 생산 연동 솔루션(모델링 제조 & 생산) ▲콘텐츠 디지털 에셋 솔루션(모델링 관리 및 분석) 등을 제공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양한 고객의 인테리어 니즈를 적용공간별, 스타일별 최적화된 방식으로 추출해 셀프인테리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AI 디자인 솔루션이다. 고화질 렌더링 솔루션은 이를 시각화된 고화질 이미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통해 16K 렌더링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능이다.
또한 디자인 데이터 생산 연동 솔루션은 3D 설계 데이터를 이용해 그간 오랜 시간이 소요됐던 디자인, 설계의 생산성을 높이는 자동화 제조 프로세스를 실현시켰다. 커스텀 가구 산업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생산 소프트웨어와 연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디지털 에셋 솔루션은 디자인, 엔지니어링 도면을 넘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3D 디지털 자산을 생산 가능한 데이터로 저장 관리 및 분석(모델링 제작, 모델링 통합, 시뮬레이션, 콜라보레이터)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기능들이 집약된 아키스케치는 별도의 설치 프로그램이 없이 자체 엔진을 적용한 웹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전문가인 일반 고객 등도 쉽게 활용해 짧은 시간 내에 16K 고퀄리티 인테리어 렌더샵을 일인칭뷰, 탑뷰, 파노라마뷰 등 다양한 버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아키스케치가 확보한 호환성은 앞서 언급된 오늘의집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의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러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키드로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프롭테크, 인테리어, 가구 등을 포함한 콘테크 산업이 버티고 성장해야 가능하다”며 최근 진행한 ‘아키스케치 콘테크 포럼’의 취지를 재차 강조했다.
“저희 회사는 좀 특이하게도 불황기에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그만큼 인테리어, 가구 등의 산업에서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니즈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경기 불황 등으로 이 산업에 속한 플레이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예요. ‘아키스케치 콘테크 포럼’을 개최한 것은 저희의 비즈니스 성과가 목적이기보다 이 산업의 각 단계에서 앞서 나가는 플레이어들의 인사이트를 모아 공유하고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였어요.”
그러면서 이 대표는 “아키드로우를 프롭테크 기업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정체성은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면서 “곧 한국 시장에서도 부상할 콘테크 분야에서 B2B SaaS 솔루션을 무기로 관련 기업군을 지원하는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라고 아키드로우의 목표를 언급했다.
이러한 목표를 향한 발걸음은 전문가의 맞춤형 인테리어와 컨설팅을 지원하는 디자인 플랫폼 ‘시숲(Seesoop)’을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다. 시숲은 아키드로우의 3D 인테리어 디자인과 AR/VR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로 제품 클릭 시 해당 업체의 자사몰로 연동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를테면 커머스 비즈니스로 활용도 가능한 플랫폼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커머스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아키드로우가 지향하는 것은 더 좋은 기능과 기술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예요. 물론 인터넷 컨설팅 서비스로서 시숲에는 고객들을 상담하고 물건을 구매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이는 고객사인 가구 업체를 지원하는 기능으로 모두 수수료 없이 각 업체의 자사몰로 연동이 되도록 하고 있어요. 가구 업체들의 매출로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죠.”
아키드로우가 집중하는 핵심은 생산성 제고, 투명한 시장 환경이 밑받침 돼야
아키드로우가 관여하는 인테리어 시장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받는다. 그에 앞서 부동산 분야 역시 경기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는 시장이다. 문제는 불황이나 경기 침체의 상황에서 신제품 개발이나 생산량 조절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제조업 등의 분야와 달리 부동산과 인테리어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수요 변화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뒷받침 된다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생산성과 효율성에 앞서 전제가 되는 것은 신뢰”라며 말을 이어갔다.
“기존 인테리어 시장에 존재하는 비용의 문제는 저희가 만드는 것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단계를 줄여 나가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업체들은 소비자와 상담 단계에서 단순히 견적서나 포트폴리오만을 제시합니다. 그것만으로 신뢰를 얻기는 힘들죠. 근본적인 문제는 불신이라고 봅니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들 간에도 불신하고 소비자도 불신하는 상황인거죠. 이에 저희는 아키스케치에 소비자에게 포트폴리오만 보여주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집에 인테리어가 된 이미지를 직접 보여주면서 가구나 자재 비용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기능을 제공하려 해요.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정한 자재나 가구를 더하고 빼면서 달라지는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투명하게 책정된 가격을 제시한다면 신뢰가 형성된다고 봐요. 이런 방식은 인테리어 업계의 기존 문제들도 해결하면서 생산성도 높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동의할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 의문도 생겼다. 바로 자재 등의 가격 ‘투명화’ 부분이다. 사실 적잖은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들이 수익을 내는 방식은 공임에 더해 각각의 자재에 이른바 ‘비용을 태우는(원가에 수익을 더하는 방식)’ 식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불황기에는 한 건이라도 수주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재차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은 집 인테리어 견적을 한번에 20개씩 받기도 합니다. 그러면 각 업체들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포트폴리오와 견적서만 보내는 것이 전부에요. 가령 30평형 대 아파트 인테리어 견적을 받으면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사이의 견적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럼 소비자들은 대략 중간 선인 5000만원 정도의 견적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저렴한 견적은 너무 저렴해서 비싼 견적은 너무 비싸서 못 믿는 거예요. 물론 인테리어나 가구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는 상관없습니다. 문제는 수요가 줄 때죠. 그럴 때는 소수의 업체에 고객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어렵게 되는 거예요. 다른 이유로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해서 자재 단가를 다 찾아봅니다. 그러면서 더욱 불신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소모적인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진다고 봐요. 또 공개하는 가격은 표준 가격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업체들은 자재를 확보 시기나 물량에 따른 할인가로 마진을 남길 수 있게 되니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어요. 오히려 투명성을 내세우며 신뢰를 형성하고 그로 인해 얻게되는 효용이 더 큰 거죠.”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이 대표가 최근 설정한 목표가 바로 ‘Back to the Basic’이다. 자사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서 기존 사용자 생산성을 2배, 3배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이는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 시장 진출에 나서는 방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자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국내에서는 대부분 업체들이 저희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장인 정신을 가지고 하나의 솔루션에 집중해 글로벌 넘버 원 솔루션을 만든다면 확장성이나 스케일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개별적으로 일본과 베트남 등의 시장에 진출하기도 하지만, 더 좋은 방식은 저희 솔루션을 도입한 오늘의집이나 저희에게 투자한 투자사이자 저희 솔루션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알스퀘어 같은 기업들과 같이 동반 진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들 외에도 저희 기술력만 확고하다면 성장하는 콘테크 업계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아키드로우는 최근 수년간 이어졌던 경쟁사와의 특허 관련 법적 소송도 승소로 마무리하며 성장에 발목을 잡았던 리스크를 말끔히 해결했다.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적잖은 시련이기도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아키드로우의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 “아직 초기 시장이라는 점에서 생태계를 키울 필요가 있다”며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제 입장에서는 저희와 같은 솔루션 기업들이 더 많아지고 정당하게 경쟁하면서 콘테크 생태계와 시장의 파이를 더 키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저희는 인테리어를 비롯해 관련 분야 시장의 투명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어가는데 집중하면서 성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이번 ‘아키스케치 콘테크 포럼’과 같은, 지속적으로 업계의 커뮤니티를 확장해 나가며 인사이트를 얻고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