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의 광고 패러다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초기 디지털 마케팅은 오프라인 매체를 비롯한 라디오, TV 등 전통적인 채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소셜 채널을 비롯한 각 온라인 마케팅 채널에 개인정보보호 강화 요구가 커지고, 노출 경쟁이 심화되며 비용 대비 전환율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한계에 직면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 스프레드잇은 마케팅 효과를 배가시키는 대안으로 우편 마케팅을 제시하고 나섰다. 올드매체 중에서도 가장 끝자리에 위치해 있을 듯한 우편물을 통한 마케팅이라니… 하지만 우편물은 여전히 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이 버리지 못하는 홍보 수단임은 분명하다. 아직 생명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의 우편 마케팅의 방식, 즉 홍보물을 넣은 우편물을 발송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것으로는 적지않은 확률로 바로 쓰레기통 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할까?
스프레드잇의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우편 마케팅의 효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요즘 시대에 무슨 우편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편은 평균 1%의 디지털 광고 대비 5배 가량의 높은 전환율을 보이는 매체예요. 더구나 우편을 받은 사람은 받지 않은 사람보다 서비스나 제품 구매 확률이 28%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최근 시드부터 시리즈C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우편이라는 전통적인 시장을 IT와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갓 마련한 작은 사무실에서 만난 이진표 스프레드잇 대표는 ‘여전히 효과가 나쁘지 않은’ 우편 마케팅을 활용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올인원 우편 솔루션’과 ‘데이터를 활용한 자동화 고객관리 솔루션’이다. 전자가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고객 데이터가 전혀 없는 기업을 위한 우편 마케팅 지원을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이미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오프라인 우편 마케팅과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돕는 방식이다.
스프레드잇은 지난해 앤틀러 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을 거쳐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6개월의 짧은 기간에 사업 아이템을 검증하고 시드 투자를 받아 지난해 11월 독립 사무실을 마련했다. 현재는 프로토 타입의 서비스를 운영하며 자동화 API 개발 및 연동에 나서고 있다. 극 초기 스타트업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 2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2개월여에 불과한 실 운영 기간 동안 랜딩페이지 만으로 만들어 낸 성과다. 이는 그만큼 그들이 제시하는 우편 마케팅 프로세스에 니즈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해외에서 우편 마케팅이 다시 부상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1차원적인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저희는 정체된 이 시장을 데이터를 추가해 효과 검증이 가능하도록 디지털화하려고 해요. 우선은 공개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우편 발송 지역 선택, 주소 확보 및 인쇄 발송 업체 연결 등의 절차를 자동화하고 있어요. 고객사는 디자인 파일만 업로드하면 간편하게 우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죠. 또 우편물에 QR코드를 삽입해 고객 반응이 디지털 데이터화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QR코드를 촬영한 고객의 데이터는 광고주 웹사이트로 가면서 저희에게도 쌓이게 되죠.”
오프라인 우편물을 통해 디지털화된 고객 반응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보다 정밀한 리타깃팅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꽤나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이미 디지털 마케팅의 한계를 절감한 기업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어떤 효용성이 있을까?
“이미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아예 다른 영역이에요. 온라인 차원의 고객관리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에게 오프라인으로 우편 마케팅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른바 ‘옴니채널’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 결과는 대시보드를 통해 측정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고요. 서비스든 제품이든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계형성을 비롯해 터치포인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디지털 중심의 마케팅에 한계를 느끼는 기업들은 처음에 반신반의하면서 오프라인 우편 마케팅을 시도해보고 보다 높은 고객 반응을 확인하며 새삼 놀라워하죠.”
4전 5기, 시행착오에서 얻은 내공
“스프레드잇을 창업하기 전에는 여성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당시에는 소셜 채널을 활용한 광고,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비롯해 캠페인을 아무리 돌려도 전활율이 0.78 정도에 불과했죠. 재구매율 또한 그렇게 높지 않았고요. 그래서 옷을 발송할 때 포스트 카드를 이용해 편지와 함께 젤리 몇 개를 넣어 보내 봤어요. 바로 재구매율이 높아지더군요. 그때 사람들이 편지와 같은 과거 방식에 반응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죠.”
우편 마케팅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 우연찮게 지난 경험을 털어 놓는 이 대표의 이력에 호기심이 생겼다. 캐물어보니 이 대표가 이제까지 진행했던 사업은 총 4차례, 이른바 ‘연쇄창업가’였다. 시작은 캐나다에서 보낸 중·고등학교 유학 시절부터였다.
“자영업자, 소규모 점포가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일종의 ‘당근마켓’ 방식과 유사했어요. 스마트폰 등장 이전이라 웹페이지로 구축을 했죠.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있는지도 모를 시절이었고, 어릴 때라 수익보다는 뭔가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서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뒀던 경험이었어요. 현실적으로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서 지속하기 힘들기도 했고요.”
이후 이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통계/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하며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이후에는 회계,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간간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창업가 기질은 그를 다시 스타트업의 길로 내 몰았다. 결국 대학 재학 시절인 2015년 무렵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아이템은 ‘구독형 커머스’였다.
“부모님이나 여자친구, 지인의 생일을 등록해 놓으면 그 날짜에 맞춰 연령이나 성별에 맞게 선물을 큐레이션해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였어요. 학교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죠. 당시에는 학생 신분이기도 했고, 지금처럼 정부지원 사업이 많지 않을 때라 제 사비를 몽땅 털어서 외주 개발도 맡기고 꽤 열정적으로 도전했죠. 하지만 결국 채 1년을 가지 못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디어도 많이 부족했고 준비가 충분하지 않기도 했어요. 또 학생 신분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하니 시험, 알바 등으로 이탈자가 생기면서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웠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실패할 때마다 매번 얻게 되는 게 있었어요. 특히 두 번째의 경우는 코파운더 등 함께하는 사람의 중요성, 외주 진행 시에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뼈저리게 느꼈죠.”
몇 차례 창업 경험, 그리고 실패에서 느낀 교훈을 바탕으로 그는 웹 개발을 비롯해 창업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적어도 내가 구상하는 서비스의 프로토 타입을 만드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이후 창업 시도 역시 이어졌다. 대학생을 타깃팅한 맛집 큐레이션 서비스, 앞서 언급된 여성 의류 브랜드 론칭 사업 등이었다.
“커머스 사업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나름 개발도 공부하면서 이후 창업은 진지하게 접근했죠. 하지만 대학생 대상 맛집 큐레이션 서비스는 예상보다 니즈가 많지 않았어요. 당시 대학생들은 네이버 블로그 검색을 더 선호했죠(웃음).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저로서는 서비스에 대한 가설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고객의 페인포인트와 니즈는 아예 다를 수도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요. 여성 의류 브랜드 론칭의 경우는 테크 비즈니스는 아니었고, 동대문에서 자체 브랜드를 내고 온라인 판매를 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월 매출 5000만원을 찍을 정도로 잘됐죠. 최저 마진을 남기는 박리다매 전략이 먹힌 거죠. 문제는 여성 의류 특유의 반품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웃음). 결국 대학 졸업 직후에 시작한 네 번째 창업까지 접게 됐죠. 그래도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을 깨달은 시간들이었어요.”
앤틀러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또 다른 기회
이후 이 대표는 한동안 모바일 게임사의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며 처음으로 회사라는 조직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마케팅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디지털 마케팅의 한계는 앞서 창업 경험을 통해서도 느꼈던 부분이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은 결국 앤틀러 코리아 배치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되며 다음 창업 아이템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마케팅이 10년 정도 지속되며 초기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드는 전환율, 개인정보보호 가화 조치 등으로 타깃팅이 여려워지는 상황들을 실감했죠. 뭔가 패러다임이 바뀌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앤틀러 배치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보게 됐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죠. 제가 그간 시도한 창업 경험을 높이 평가해 주신 듯해요.”
하지만 여러 차례의 창업 경험에도 불구하고 6개월의 앤틀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은 그에게도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핏이 맞는 코파운더를 찾는 일이었다. 여기서도 그는 무려 6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창업 아이디어의 검증 과정에서 시장성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무산 된 경우도 있었고,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조율하는 것에 실패하기도 했다.
“팀을 구성하는 데만 3개월이 모두 소요 됐어요. 피 말리는 시간들이었죠(웃음). 그렇다가 김윤진 CPO와 의기투합하게 됐죠. 김 CPO는 UX/XI 전문가로 에튜테크 B2B 프로젝트 구축 및 관리 경험과 글로벌 B2C 서비스 PM을 맡은 경험이 있는 분이예요. 그렇게 수많은 회의를 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면서 스프레드잇 아이템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죠.”
그렇게 결성된 스프레드잇은 이후 합류한 김영진 오퍼레이션 및 마케팅 담당자와 함께 팀워크를 만들어 갔다. 프로토 타입의 서비스가 나오기도 전부터 확보된 고객이 맡긴 우편 마케팅을 위해 수작업으로 우편물을 발송하기도 하며 만들어 낸 성과는 적지 않다.
“리멤버도 그렇고 배달의민족 역시 온라인 자동화가 구축되기 전에는 수작업으로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도 곧 완전한 자동화 프로세스 선보이려고 해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저희가 제시하는 우편 마케팅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의 니즈가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최근에는 세라젬과 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기업들과도 계약이 진행되고 있죠. 이러한 성과가 특별한 마케팅이 없이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 반응을 반영해 자동화 프로세스를 완성하면 더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재차 스프레드잇의 서비스에 대해 “디지털 마케팅이 아닌 우편 마케팅을 효과를 디지털로 연결시키는, ‘오프라인 마케팅의 디지털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측정하기 쉽지 않았던 우편 마케팅 캠페인의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고 있다. 덕분에 VC(벤처캐피탈)을 통한 후속투자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편 마케팅의 혁신을 시도하는 스프레드잇의 서비스는 그 사명처럼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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