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호승 파이퍼블릭 대표 “평범한 개인도 거대 랜드마크를 소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투자 전문가들이 만든 빅데이터 기반 실물자산 투자 플랫폼 ‘리얼바이’, 하반기 정식 서비스 론칭
불확실성 커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더욱 빛나는 랜드마크의 가치, 조각투자 방식으로 일반 투자의 문 열어
고도화된 분석 엔진으로 물류·리테일·통신 등 ‘대체 데이터’ 활용 극대화… 예측 정확도 60%↑
빅데이터 기반 실물자산 투자 플랫폼 '리얼바이'는 그간 불가능했던 개인 투자자의 랜드마크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파이퍼블릭의 야심작이다. (이미지=파이퍼블릭)

한쪽에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등이 언급되며 ‘부동산 위기론’이 나오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름세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전문가들 조차 극과 극을 오가는 전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은 극대화 되고 있다.

하지만 ‘시계(視界) 제로’와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불패로 꼽히는 것은 도심의 중심 역할을 하는 대형 상업용 부동산, 즉 ‘랜드마크’다. 랜드마크의 가치는 시장의 불안이 커질 때 더욱 빛난다. 그러한 랜드마크를 바라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눈 앞에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세로 솟아 있는 빌딩의 주인이 되는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사실 그러한 상상은 최근까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이 등장해 투자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빅데이터 기반 실물자산 투자 플랫폼 ‘리얼바이’를 선보이는 파이퍼블릭이다.

지난 2020년 11월 이호승 대표가 풍부한 상업 부동산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파이퍼블릭은 3년가까이 빅데이터 기반 실물자산 투자 플랫폼 ‘리얼바이’를 개발하고 실증하는 과정을 거치며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다. 최종 검증을 마치고 하반기 출시를 앞둔 ‘리얼바이’는 그간 연기금이나 투자기관의 전유물이었던 랜드마크 투자의 문을 일반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여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랜드마크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

이호승 파이퍼블릭 대표. 파이퍼블릭이란 사명의 뜻을 설명한 이호승 대표는 개인 투자자가 랜드마크 투자에 나설 수 없었던 문제점들을 언급하며 리얼바이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파이퍼블릭은 금융과 공화국을 합친 말이예요. 공화국은 시스템이 최적화된 국가 체계라는 점에서 저희 사명은 산업에서 투자자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파이퍼블릭이 입주한 서울핀테크랩에서 만난 이호승 대표는 사명의 뜻을 설명하며 창업 이후 이제까지 파이퍼블릭이 진행해 온 데이터 기반의 상업 부동산 투자 플랫폼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리얼바이(realbuy)’로 명명된 이 플랫폼은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랜드마크 투자시장의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랜드마크의 개인 투자가 어려웠던 이유는 뭘까? 우선 1000억원대 이상의 자산으로 형성돼 있는 시장인 탓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허들이 있다. 때문에 이제까지 랜드마크 투자는 고액자산가나 대형투자기관들만이 향유하는 시장이었다. 복잡한 금융 유통 구조 탓에 높은 수수료와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랜드마크 투자의 복잡성과 한정적인 시장 정보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이호승 대표가 파이퍼블릭을 창업한 이유는 이렇듯 개인 투자자의 랜드마크 투자를 가로막는 페인포인트를 빅데이터와 자동화 플랫폼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저희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 중개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우량한 투자 상품을 분석하고 추천하는 투자자문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인 투자자에게 월등한 투자 상품을 소개해주고 접근할 수 있게 하면서 투자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죠. 이를 위해 그간 연기금이나 대형 투자기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대형 우량 자산 투자에 개인들도 같이 투자할 수 있는 룸을 확보해 문을 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약 10여개의 상품에서 제안이 들어와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분석 엔진을 통해 여러 측면에서 검토를 하고 우선순위에 따라서 상품 론칭 순서를 정하려고 합니다. 유력한 첫 번째 상품은 아마도 약 4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자산, 누구나 알만한 랜드마크가 될 겁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의 랜드마크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된 문제들이 선결돼야 한다. 우선 자금의 경우 파이퍼블릭은 조각투자 방식으로 다수의 개인 투자자를 연결해 풀어냈다. 복잡한 금융 유통 구조 역시 내재된 전문성을 발휘해 복잡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단순화시켰다. 정보의 비대칭 역시 금융·부동산 데이터에 더해 물류, 리테일, 기후, 전력, 통신 등의 대체 데이터를 확보 후 고도화된 분석 엔진을 활용해 해결했다. 이 모든 것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플랫폼 ‘리얼바이’를 통해 단순화된 형태로 시각화 돼 제공된다. 이 대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기존 투자 플랫폼 서비스를 내세우는 업체와 차별화된 커리어, 노하우로 무장한 맨파워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등장하는 투자 플랫폼들의 경우 대부분 개발자 혹은 IT 기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차별화된 투자 커리어와 노하우를 확보한 인원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요. 기존의 산업이 굴러가고 있는 방식, 회계의 흐름을 명확하게 아는 전문가들이다 보니 업계 네트워킹은 물론 여러 이해관계 간 니즈를 맞춰가면서 저희가 필요한 부분도 확보를 하는 식으로 상호 보완적인 운영이 가능한 거죠. 그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랜드마크 투자… 어떻게 가능하고,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나?

리얼바이는 랜드마크 운영사와 투자사 간의 원활한 투자가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투자 프로세스는 파이퍼블릭의 투자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토를 거쳐 단순화, 투명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지=파이퍼블릭)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의문이 생겼다. 일반 부동산의 경우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지만, 랜드마크와 같은 우량 상업 부동산의 경우 공급과 투자가 제한 적이라는 점에서 소유주체와 투자사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파이퍼블릭의 방식이 적용 될 경우 많은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게 되면 오히려 복잡하고 번거로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대표는 “파이퍼블릭의 역할이 바로 그런 중간 단계의 복잡함과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랜드마크 운영사나 소유 주체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투자 운영 쪽에서도 여러 투자자를 관리하기보다는 저희만 상대하면 되게끔 한 거죠. 개인 투자자들 역시도 투자에 선행돼야 하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저희가 해결하고, 안전하고 우량한 투자 상품을 분석 추천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요.”

이 과정에서 파이퍼블릭이 내세우는 가치는 ‘금융 소비자를 위한 혁신’이다. 앞서 이 대표가 언급한 사명과 일치하는, 투자자의 수익 실현을 돕는 수익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따지고 보면 파이퍼블릭의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 자문을 통해 투자자의 수익 실현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 대표가 설명하는 파이퍼블릭의 수익 모델은 이렇다.

“저희는 투자자들이 투자한 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에서 5% 이상 초과 수익이 발생하는 부분에서만 성과 보수를 받고 있어요. 5% 이내의 수익이 발생했을 때는 저희 수익은 한 푼도 가져가지 않죠. 투자자들에게 먼저 수익을 제공하고 그 이상, 10% 50% 100%의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물론 저희도 큰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예요. 그 외에 부동산 분석 데이터를 판매하는 플랫폼 이용료, 부동산 매각 자문을 통한 수수료 등으로 총 3개의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가 랜드마크 투자 시 수익은 어떻게 발생할까? 이 대표에 따르면 우선 임대료에서 나오는 배당 수익이 발생한다. 다른 부동산과 달리 랜드마크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들이 중장기 임차를 하는 덕분에 공실 발생 위험이 일반 부동산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평균 6~7%의 수익이 여기서 이미 확보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부동산 가치가 오른 시점에 매각 시 차익에 따른 수익이다. 이 대표는 “여기에서도 연평균 4%에서 최대 7%까지 나오기 때문에 상품 투자 시 기대 수익률은 대략 14%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투자 전문가들이 시작하는 도전, 시작됐다

이호승 대표는 한국은행에 근무하신 조부에 이어 증권사 임원으로 재직한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일찌감치 금융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 그가 북경대학교 방송학과를 나온 것은 “금융은 언제든지 배울 수 있는 환경에 있으니 다른 시도를 먼저 해 보라”는 부친의 권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피는 속이지 못하는 걸까?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던 그는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키워가며 결국 KDB대우증권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로 첫 금융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조선기계 섹터에서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일을 하다가 이후 글로벌 자동차 기계 섹터 기업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대체투자운용역을 하게 되며 3년간 부동산만 바라보며 살았죠(웃음). 그런데 알면 할수록 ‘이 정도 상품이면 개인 투자자도 좋아할 것 같은데 왜 연기금만 투자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의문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죠.”

파이퍼블릭이 확보한 투자 상품 포트폴리오 예시. (이미지=파이퍼블릭)

그렇게 시작된 창업 의지는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연기금만 투자하는 상업용 부동산의 폐쇄적인 환경을 분석하고 현존하는 공모 펀드의 한계점도 확인했다. 이 대표는 “여러 공모 상품을 살펴봤는데, 알면 알수록 연기금이 투자하는 상품과 너무 차이가 났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급되는 상품들은 연기금이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유가 있더군요. 수익률이 낮거나 리스크가 있는 상품들만 취급이 됐어요. 개인들도 모아보면 주식 시장에서 연기금 못지 않은 파워를 가진 요소인데, 왜 이렇게 홀대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개인들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발전하고 파이도 더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죠. 이후에는 빨리 선점해야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문제는 플랫폼 개발이었다. 파이퍼블릭의 장점인 투자 전문가 집단의 스타트업이라는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 개발에서 단점으로 다가왔다. 직접 부딪히며 경험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러 번의 외주와 프리랜서 협업을 거치며 시행착오가 거듭된 시간들이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리얼바이 정식 출시를 앞두고 파이퍼블릭은 유저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파이퍼블릭)

“창업 전까지 전 개발 영역은 무지하다고 할 정도로 알지 못했어요. 누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국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팀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개발 리더인 강호정 CTO와 박찬욱 CBO가 합류했죠. 저희는 투자 플랫폼으로서 투자팀과 개발팀이 명확하게 역할을 하고 속도를 내야 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두 분이 기둥 역할을 해주고 계시죠. 또 제 중학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이기도 한 한택진 COO 역시 운영 총괄을 맡으며 사업이 안정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강 CTO는 한국신용데이터 플랫폼 개발자 출신, 박 CBO는 교보증권 사모펀드운용부에서 국내외 부동산 펀드 투자운용역을 맡았던 전문가다. 한 COO는 카이스트 공학 석사, 한양대학교 기술경영대학 박사 출신으로 남다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러한 맨파워와 오랜 시간 준비한 투자 플랫폼 ‘리얼바이’를 무기로 파이퍼블릭은 상업용 부동산 분석 기술로는 국내 최초로 TIPS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 국내 대표 금융사,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정부기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지난해 인포뱅크 등으로부터 투자유치까지 성공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그간 베타 테스트 등을 마치고 하반기 말 정식 론칭되는 ‘리얼바이’에 집중돼 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다시 한번 금융 소비자 중심의 목표를 언급하며 각오를 내비쳤다.

인터뷰 내내 이호승 대표는 금융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파이퍼블릭의 가치를 언급했다. (사진=테크42)

“많은 스타트업들이 금융산업을 바꾸기 위한 핀테크 혁신을 목표로하고 있다면 저희는 금융 소비자를 위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투자 산업은 당연히 금융 소비자로 중심을 잡고 그들을 위한 상품들이 계속 공급돼야 순도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는 투자자를 위한 시장을 만들어가며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또 투자 산업의 중심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삼아 사업 확장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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