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몇 년의 흐름을 보면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에서 방향을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21년 집값 급등 시기에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벼락거지’로 전락했고, 이후 집값이 조정되는 국면에 접어들어서는 앞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로 집 산 사람들이 타격을 받았다.
이는 주택 구입 자금 조달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금 조달에 따른 비용은 물론 시세 등락의 책임이 모두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마련한 사람들, 즉 차입자에게 모두 전가되는 구조가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 스타트업의 흥미로운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창업한 브릭베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스타트업이 내세우는 것은 ‘시세연동금리 수익공유형 모델’이다. 이는 주택, 그 중에서도 시세가 투명하게 책정·공개되는 아파트 거래에 있어 차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시세 등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더구나 이 모델은 그간 투기로 공격받아온 부동산 투자, 이른바 ‘갭 투자’ 수요를 보다 안정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 등록을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브릭베이스는 법인 설립 한 달만인 지난해 7월 3억원의 엔젤투자 유치에 이어 지난 3월 서울대기술지주 및 카이스트청년창업지주 등으로부터 10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등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아파트 거래에 있어 차입자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조각투자’ 형태의 새로운 부동산 투자 상품을 제시하고 있는 브릭베이스의 창업자, 임동균 대표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세연동금리 수익공유형 모델이란?
시세연동금리 수익공유형 모델은 아파트 거래 시 자금 마련 단계에서 은행이 아닌 브릭베이스의 ‘그래이집’ 플랫폼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이때 이자는 은행 ‘예금 금리’ 수준으로 저렴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 핵심은 대출 약정 기간이 종료되는 때에 아파트의 시세가 상승한 비율 만큼 만기 이자를 납부하는 것이다.
이는 아래 표를 참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세 5억원의 아파트의 경우 대출자는 매입가의 70%인 3억5000만원까지 브릭베이스의 ‘그래이집’ 플랫폼을 통해 대출 받을 수 있다. 이 때 이자는 현재 5%에 달하는 은행 대출 금리보다 저렴한 3%의 대출 이자를 적용 받는다. 약정 기간이 5년인 경우, 5년 후 아파트 시세가 7억원으로 올랐다면 시세 상승 비율은 40%가 된다. 이때 대출자는 이제까지 납부한 5년간의 이자 15%(5년*3%)를 제외한 25%의 만기 이자를 원금과 함께 납부하면 된다. 2억원의 시세차익 중에서 대출금 3억5000만원의 40%인 1억4000만원이 총 대출 이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이는 시세가 극적으로 올랐을 경우의 일이다. 대출자에게 더 두려운 것은 시세가 오르지 않거나 낮아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대출자가 부담할 만기 이자는 0%가 되니 은행 대출 이자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줄어드는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대출자의 경우 대환대출도 가능하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그렇다면 투자자의 경우는 어떨까? 앞서 시세가 5억에서 7억원으로 오른 동일한 아파트에 투자할 경우 브릭베이스는 그래이집을 통해 복수의 투자자를 모집한다. 즉 대출자에게 필요한 3억5000만원의 대출금을 여러 투자자가 쪼개서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앞서 예시와 같이 시세가 40%오를 경우 투자자들은 기본 3%의 이자 수익과 더불어 25%의 추가 수익금을 나눠가지게 되는 것이다. 역시 시세가 처음보다 하락했을 때도 기본 이자 수익은 보장이 되는 셈이다.
이때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아파트 대출자의 대출금)은 브릭베이스와 완전히 절연된 상태로 NH농협은행에 안전하게 예치돼 설령 브릭베이스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 즉 은행은 대출 책임 없이 자금 운용과 보호만 담당하고, 대출 심사와 관리는 브릭베이스가 담당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브릭베이스는 대출자와 투자자 각각에 수수료를 통한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대출자에게는 대출금의 1%(실제 서비스 론칭 시에는 일부 변경이 있을 수 있음)의 연간 수수료를, 투자자에게는 실제 지급한 수익이 있을 때만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이와 같은 그래이집 플랫폼 서비스를 설명하며 임동균 브릭베이스 대표는 “건강한 주택 금융 환경 조성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며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우리나라 주택 금융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세연동금리 수익공유형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Home Equity’라는 개념으로 이미 하나의 업종으로도 자리잡은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주택도시기금에서는 이미 운영하고 있는 모델이구요. 최근 부동산 시장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유한책임 주택담보대출’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기도 한데 이 방안 또한 큰 그림에서는 저희 ‘그래이집’ 모델과 궤를 같이 하는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 측면에서도 조각투자 방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최근 이슈가 된 업체들의 조각투자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하나의 상품을 조각 내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만 같을 뿐 그 대상이 시세상승률에 연동된 아파트 대출금이라는 점이 다르다. 제도권에서 허용된 ‘온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그간 온투업에서 처음 시도되는 부분이 라는 점에서 금융 당국 역시 신중을 기해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임 대표는 “올 10월경이면 정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온투업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변동금리이자 시세연동형 상품이고 당사의 상품이 사회에 끼칠 파급효과도 고려가 되어야 하기에 금융당국에서도 저희의 비즈니스 모델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상당 부분 논의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고 법적 이슈가 될 수 있을 부분에 대해서도 대형 로펌과 함께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돈이 오가는 플랫폼이다 보니 혹 브릭베이스가 파산 등 영업중단에 대한 우려의 질문이 많은데요. 저희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거쳐 운영되는 정식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로 앞서 설명처럼 법에 의거, 대출자/투자자의 자금은 특정 예치 은행에 회사의 자금과 분리 운영합니다. 행여 저희가 파산 등 영업중단에 놓이게 된다 하더라도 대형 로펌과 청산업무 위탁계약이 체결돼 있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형 로펌에서 저희를 대신해 예치은행에 보관된 자금을 대출자/투자자에게 적법하게 상환하는 업무를 대리 수행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금융보안원의 점검을 거친 솔루션, 시중 은행과 같이 LTV 70%이내의 대출상품 운영 및 추심 등 금융업으로써의 기본 안정성을 모두 갖추어 출시 예정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업으로서 브릭베이스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건전하고 안정적인 상품을 선별하는 역량, 즉 자사만의 경쟁력 있는 대출심사평가모형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릭베이스는 최근 팁스(TIPS) 선정을 통해 확보된 연구개발 자금을 활용해 현재 구축된 그래이집 대출심사평가모형의 고도화와 플랫폼 자동화에 속도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임 대표가 설명하는 그래이집의 대출심사평가모형 특장점은 이렇다.
“보통 인구통계정보만을 제한적으로 활용해 차주를 평가하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저희 ‘그래이집’ 플랫폼은 확보된 차주의 대출심사 및 대출현황 데이터 뿐 아니라 CB社의 가명정보를 적극 활용해 고객 세그먼트를 세분화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평가모형의 한계로 대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차주들에게 새로운 대출 기회를 합리적인 조건으로 제공하면서 동시에 부도율・연체율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에 기반한 AI 심사 모형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죠.”
스타트업으로 의기투합한 젊은 금융 전문가들, 목표는?
브릭베이스의 사명에서 ‘브릭’은 ‘벽돌’ 외에 다른 뜻도 있다.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라는 의미다. 오랜 시간 중요한 건축재로 활용되는 벽돌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뭉쳐 있을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이는 브릭베이스가 시도하는 조각투자 개념을 반영한 사명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임동균 대표를 비롯해 조진혁 COO(부대표), 신인호 CPO(이사) 등 의기투합해 뭉친 창업 멤버들 간의 신뢰를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금융학술동아리 ‘IFS’에서부터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브릭베이스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학생 시절부터 스터디도 같이하고 술잔도 적잖이 기울여 본 사이들이죠(웃음).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조진혁 COO는 당시부터 제게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던 형이예요. 제가 하면 어떤 사업이든 무조건 같이하겠다고 했었죠. 신인호 CPO는 조 COO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자 경영대 선후배로 인연이 깊고요. 셋이 만나게 된 ‘IFS’ 동아리는 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 파생상품, 투자론 등을 다루는 학회였어요. 실제로 저희들은 졸업 이후에도 투자에 지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가 들면서는 당연히 아파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저는 운이 좋게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지만 다른 두 명은 집값 급등기를 거치며 직장인으로서는 서울 중심지 아파트는 꿈도 못 꾸게 되었을 뿐 아니라 소위 ‘벼락거지’가 됐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분명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브릭베이스의 창업을 준비하게 된 거예요. 결과적으로 ‘내 집 마련’이라는 큰 문제를 경험한 혹은 현재도 해결해 나가고 있는 당사자들이 나선 셈이죠(웃음)”
창업 이전까지 세 사람은 각자 금융의 영역에서 저마다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를 졸업한 임 대표는 국민은행 채권운용팀장 출신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조진혁 COO와 신인호 CPO는 각각 삼성전자 재무팀 과장, 카카오뱅크 전략기획팀 매니저로 근무했다. 크게 보면 같은 분야라 할 수 있지만 세분화했을 때 각자의 주특기는 남다른 차별성을 지닌다. 그러한 경험은 창업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임 대표의 경우 가계대출상품 영업부터 시작해 채권운용, 신사업 추진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릭베이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비즈니스화 시킬 ‘GO-to Market’ 전략 수립, 마케팅과 초기 팀 빌딩 및 재무 사항은 삼성전자 재무팀, 외국계 전략컨설팅 펌에서 경험을 쌓은 조 COO가 살뜰히 챙겼다. SQL 개발자, 데이터분석 준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한 신 CPO는 그래이집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며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PM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브릭베이스가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혁신적인 아파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시너지가 극대화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남은 것은 그래이집 플랫폼의 정식 출시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 인가가 문제없이 이뤄지도록 법적, 절차적인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또 온투업계에서는 드물게 웹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함께 선보이려 하고 있다. 10월 출시 이후에는 4분기 내에 30억가량의 연계 대출 잔액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정해 놨다. 인터뷰 말미, 임 대표는 “짧은 기간이지만, 꼭 성과를 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후속 투자 유치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며 브릭베이스의 잠재된 확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브릭베이스의 그래이집은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쌓이는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 확장 가능성이 향후 엄청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매칭 프로젝트 건수가 늘어나게 되면 매출과 같은 외형적인 숫자 뿐 아니라 고객신용정보, 아파트시세 예측정보, 상하단금리 프라이싱정보 등 당사 내부에는 파워풀한 정보들이 쌓이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중개컨설팅부터 시작해 시공・시행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Value Chain)상의 앞, 뒤단으로의 확장이 가능하죠. 그 외에도 아파트 금융에서 출발해 주택, PF, 임대, 펀드, STO에 이르기까지 금융 전반으로의 확장, 마이데이터나 온라인대출모집법인 등을 활용한 온라인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확장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들은 향후 시장의 반응 등을 보면서 차근차근 실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