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P2P 금융으로 불렸던 온투업은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가 ‘P2P대출 가이드라인 제정’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8월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 시행과 함께 제도권에 편입됐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과거 미약한 근거로 사업을 영위하던 P2P업체들이 대거 온투금융사 등록을 하며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전문 금융 플랫폼’을 표방하며 차별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우다의 행보는 여러모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투자 상품 일색인 온투업 분야에서 ‘의료’를 전문 분야로 내세우는 것은 모우다가 최초였다.
모우다에 관심이 가는 것은 전지선 대표의 독특한 이력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 대표는 이후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게임이론을 강의하는 조교수로 생활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정년이 보장될 수 있는, 안정적인 삶이었다.
그런 그녀가 돌연 한국으로 돌아와 귀국 보름도 안돼 법인까지 설립하며 창업에 나선 이유는 뭘까? 게다가 그 분야는 당시 법제화도 안돼 있던 P2P 금융… 누구나 삶의 변곡점은 직면하기 마련이지만 엄청난 격변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탄생한 모우다는 1세대 온투금융사로서 적잖은 시도와 우여곡절을 거치며 ‘의료’에 특화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왔고, 이제는 더 나아가 ‘종합 의료 금융 플랫폼’으로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창업의 바다에 뛰어든 이유? 미국에서 목격한 데이터 기반 P2P 금융의 성공 때문
누적 대출액 888억원, 평균 수익률 연 11.92%, 연체율 0%... 창업 7년여를 맞이하고 있는 모우다가 이뤄낸 성과다. 그간 의료 전문 온투금융사로서 착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모우다는 이제 금융을 넘어 의료 분야에 존재하는 다양한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모우다가 입주한 서울핀테크랩 사무실에서 만난 전지선 대표는 “미국에서 데이터 통해 채권 부실이나 연체를 예측했던 P2P 업체 ‘렌딩클럽’이 2014년 상장을 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렌딩클럽은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채권 부실이나 연체를 예측했고, 게임이론과 데이터를 결합한 논문을 써 왔던 제게 과학과 금융을 결합한 시장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미국에서 사업을 구상한 뒤 2016년 6월 서울에 도착해 법인을 설립하는데 보름도 안 걸렸죠(웃음). 회원가입, 입출금, 투자, 대출 등 핵심적인 기능만으로 두 달만에 플랫폼 베타버전을 오픈했고, 9월 초에 플랫폼 서비스를 일반에 공개했어요.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을 적용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개인신용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론과 실전의 차이는 존재했다. 모우다는 서비스 개시 한 달 반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문제는 데이터였다. 초기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고 유효성을 검증할 만한 데이터를 구하는 것은 당시 한국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시행착오 과정의 리스크를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부터 의료 부문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의료전문 플랫폼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분명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었거든요. 창업 초기 멤버 중 의사들이 속해 있던 것도 영향이 있었죠. 의료 분야에 사업자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의료 부문에 집중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해 11월 개원의사와 개원예정인 의사 약 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소득과 신용이 우량하다는 가설을 확인함과 동시에 개원가의 금융 니즈가 크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의료 분야에 집중,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갔던 과정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모우다는 2016년 12월 첫 의사대출상품인 ‘우리동네주치의’를 론칭했다. 초기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의사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며 적잖은 투자자까지 나섰고 이 상품 하나로 모우다는 이듬해 5월 누적대출액 4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매년 개업하는 의사들은 나오고 있지만, 당시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닥터론은 신용대출로 분류돼 10년 전 기준인 3억원을 밑돌고 있었어요. 자금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금융기관은 규제가 있다보니 탄력적으로 자금을 늘려줄 수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산을 넘으니 또 다른 산이 눈 앞에 나타났다. 2017년 5월 금융위원회가 P2P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투자자들의 투자 한도가 크게 축소되고, 제도권 편입 기대감에 부푼 P2P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업체가 물의를 일으키며 P2P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일부 생겨났다. P2P협회 등을 중심으로 자율규제와 자체 감사 등에 나서며 상황이 안정화되기까지 다시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전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 P2P금융의 장단점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혔던 시기”라며 당시를 돌이켰다.
“모우다로서는 일부 채권의 연체를 경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한편 현재 의료금융상품의 토대가 되는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온 시간이기도 했어요. 이후 2019년부터 2021년 온투금융사 등록을 하기까지 제도금융으로 인정받기 위한 준비와 함께 의료 특화 금융 스타트업으로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죠. 단기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니즈와 대출 기간을 길게 하고 싶은 차입자들의 니즈를 절충하는 방안으로 원리금수취권 마켓을 도입했고, NH농협은행과 공동개발해 블록체인을 통한 원리금수취권을 발행하기도 했어요. 투자자 대상 건강검진 캠페인을 매년 진행하면서 건강검진센터의 비수기에 개인 검진 수요를 연결하기도 했고요.”
온투법 시행 이후, ‘의료 전문 플랫폼’을 향한 또 다른 도전
2021년 온투금융사로 등록하기까지 모우다는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받기 위한 준비에 집중했다. 이와 동시에 진행된 것이 ‘의료 특화 금융 스타트업’으로서 정체성 강화다. 결과적으로 모우다는 온투금융사 등록을 기점으로 리스크와 수익률이 각기 다른 상품의 다양화를 추구했고, 대출잔액 기준 3배가량의 성장을 이뤘다. 전 대표는 이 기간을 “이전의 시행착오와 그 과정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두 번째 창업을 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온투법 시행 이후 시장은 꽤 안정되는 상황을 맞이했어요. 안정적인 중수익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도 늘었고 개인투자자들 역시 수년간 경험을 통해 리스크와 수익을 고려하며 투자방향성을 맞추기 시작했죠. 모우다 역시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국내 1호 의료전문 금융 플랫폼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시도했어요. 금융당국의 권고와 규제를 고려해 상품을 리뉴얼을 하기도 하고 양질의 정보 서비스를 추가해 키워 나가고 있는 것들도 있죠.”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모우다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리즈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케일업에 나서는 상황인 셈이다. 전 대표 역시 “온투업 등록을 기점으로 향후 규모의 성장을 위해 놓은 네트워크와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있었을 시기에는 스케일업보다 특화 금융으로서 장점을 살려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안정성을 높이는데 주력했어요. 내부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심사기법을 고도화하면서 2019년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모우다가 투자자 또한 대출 고객인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가치 또한 남다르다. 전 대표는 “의사 회원들에게 모우다가 단순히 ‘돈을 빌리는 곳’ 혹은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곳’이 아닌 병·의원 운영과 관련된 고민을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며 한편으로 일반인들의 투자처로서도 모우다의 장점을 언급했다.
“모우다는 시작할 때부터 1만원부터 누구나 투자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췄어요. 실제로 모든 상품에 1만원씩 투자하는 2030 회원들이 많죠. P2P 금융 시절에 모우다를 창업하면서 원칙으로 삼은 것이 ‘모두에게 투자선택의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었어요. 시드머니가 작아서, 잘 몰라서 투자를 하지 않거나 혹은 도박과 같이 불확실한 정보에 가진 돈을 모두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하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소액으로 분산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죠.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매 반기 지속적으로 소액 투자자 대상 투자습관 캠페인을 벌여 6개월간 매월 일정 금액 투자를 지속할 시 응원 리워드를 주고 있기도 해요.”
이렇듯 투자자와 주 고객인 개업 의사들의 신뢰와 그간 구축한 안정성을 기반으로 모우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특화된 의료 금융으로서 이 부문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의료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금융 서비스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모우다의 성장 로드맵이다. 이러한 계획을 바탕으로 전 대표가 주목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의사들과 의약품 유통 부문, 개업의 관련 컨설팅이다.
“초기 모우다의 대출상품이 ‘우리동네주치의’로 유일했다면 최근에는 인턴, 레지던트, 막 개원한 젊은 의사, 인정기에 접어든 의사까지 생애주기별 니즈를 반영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어요. 특히 젊은 봉직의사에게 5000만원을 대출해주는 ‘청년닥터’는 이미 약 50억원의 누적대출-투자금액을 기록하고 있죠. 또 의사 뿐 아니라 의료기관에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관련 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보고 올 상반기에 시장조사와 함께 파일럿 상품으로 ‘의료공금망금융’을 출시했죠. 그 외에도 그간 모우다의 의사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로 운영됐던 닥터스클럽을 의료 관련 법무, 노무, 인테리어, 입지 정보 등을 제공하고 제휴를 통해 간단한 무료상담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개편할 예정입니다.”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파일럿 상품을 통해 외연 확장을 위한 주사위는 던져 놓은 상태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모우다가 집중하는 것은 플랫폼 기반의 자동화다. 이 모든 것은 의료 특화 금융이라는 변함없는 가치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전 대표는 “규모나 자금력, 시스템만으로 경쟁을 했다면 모우다가 지금까지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은행 ‘다음’의 1.5금융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어린이병원, 여성병원 등이 대형화 추세에 있어 병·의원들의 자금 수요는 기존 금융기관의 대출 한도 탄력성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우다는 은행과 달리 핀셋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모우다는 청년의사의 장래 기대소득과 소득 상승기까지의 기간을 분석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어요. 개원의사는 창업자와 다르지 않아요. 전반적인 산업의 등락, 의료 과 별 상황 뿐 아니라 리스크 요인 등을 의료 부문의 특수성을 고려해 심사해야 하죠. 이 부분에서 모우다는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