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통합 AC협회 출범, 국내 창업 보육 시장 육성 강화할 것”

AC와 VC는 경쟁이 아닌 협력해야 할 상대, 모태펀드 규모 늘리는 방향으로 중기부 건의
7일 양대 협회 통합한 한국초기투자AC협회(가칭) 출범, 10개 조직 분과 발표…AC 라이선스 발급·관리 업무 가져올 것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 해외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 연계 추진, ‘구주매각 플랫폼’ 계획도
지난달 20일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입지 강화, 국내 창업보육시장 육성 및 AC 모태펀드 확대, 초기투자기관협회와 통합 등 3대 목표를 제시한 전 회장은 취임 2주만에 이 세 가지 중 하나의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한국AC협회)

최근 제4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AC)협회 회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20일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입지 강화, 국내 창업보육시장 육성 및 AC 모태펀드 확대, 초기투자기관협회와 통합 등 3대 목표를 제시한 전 회장은 취임 2주만에 이 세 가지 중 하나의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양대 협회로 나뉘어져 있던 AC업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미 취임 전 씨엔티테크 대표로서 활동할 당시부터 통합 협회의 필요성을 꾸준히 피력해 온 전 회장이었기에 업계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놀라운 것은 그 추진력과 속도다. 통합 협회 출범 외에도 이미 공언했던 모태펀드 확대와 글로벌 진출 시도 역시 함께 추진되고 있다. 전 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지속적으로 칼럼과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내며 각계의 관심을 유도했고, 이로 인해 이슈화된 동력이 빠른 실행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게 오는 7일 통합 협회인 ‘한국초기투자AC협회(가칭)’ 출범 발표만을 앞둔 상황에서 테크42와 만난 전 회장은 “2년 임기 내에 풀어야 할 제일 중요한 숙제를 가장 먼저 해결한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털어 놨다.  

영화 연출부터 앵커, 교수, 스타트업 대표와 액셀러레이터까지

전 회장의 이력이 남다른 이유는 그 와 같이 스타트업 대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과 이색적인 활동들을 병행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사진=한국AC협회)

전화성 회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동국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시절 이미 음성인식 스타트업 창업한 바 있다. 이어 2003년 주문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씨엔티테크’를 설립, 프랜차이즈 고객사와 매장의 주문 중개를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젊은 스타트업 CEO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분야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2년의 일이다. 방식은 씨엔티테크의 주문 중개 플랫폼에 적용한 프로세스를 액셀러레이터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며 빠른 투자와 보육을 병행, 시너지를 내는 방식이었다. 현재 씨엔티테크는 누적 포트폴리오 370여개사, 연 150억원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는 탑티어 액셀러레이터로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씨엔티테크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개최된 C포럼에서 패널토론 모더레이터로 나선 전화성 회장. (사진=씨엔티테크)
2023년 씨엔티테크 투자 실적.

전 회장의 이력이 남다른 이유는 그 와 같이 스타트업 대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과 이색적인 활동들을 병행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스스로 ‘재능기부’라며 겸손을 내비치지만 2011년에 영화 ‘스물 아홉살’ 연출을 맡기도 했고, 2012년부터 꾸준히 여러 대학에서 창업, 비즈니스 등의 주제로 강단에 서 오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일익을 담당할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아 왔다. 그 와중에 스타트업과 관련된 책도 여러 권을 집필했고, 한때는 매일경제 TV 앵커로 나서 생방송으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특히 유튜브 채널 ‘전화성의 CNTV’를 통해 씨엔티테크가 투자하고 육성한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활동은 현재도 병행하고 있다.

그렇게 20여년을 쉼 없이 스타트업에 집중해 온 그가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정적일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전 회장은 “지난 모든 활돌들이 내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며 “일 자체를 사랑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탓”이라는 답으로 말문을 열었다.

“일 중독이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듣긴 해요(웃음). 일에 가치가 부여되면 에너지가 줄지 않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겸임 교수는 사실 저희 학내 벤처 양성을 위해 회사와 연계된 업무여서 씨엔티테크 대표로서 역할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어요. 유튜브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앵커를 했던 것도 결국 스타트업들을 위한 활동이었고요. 물론 지금은 2년 임기의 협회 회장으로서 역할에 가장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업계 선두 회사 대표로서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빠른 실행, 이후 관성이 붙으면 속도감을 유지할 수 있어

한국AC협회 회장 취임 2주만에 통합 협회 출범을 성사시킨 비결을 묻자, 전 회장은 ‘실행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따지고 보면 지난 그의 삶 전반을 이끌었던 것이 ‘실행력’이었다는 것이다. (사진=씨엔티테크)

한국AC협회 회장 취임 2주만에 통합 협회 출범을 성사시킨 비결을 묻자, 전 회장은 ‘실행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따지고 보면 지난 그의 삶 전반을 이끌었던 것이 ‘실행력’이었다는 것이다.

“제가 해온 모든 일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실행력’이었어요. 창업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기도 하죠. 저 역시 실행력 때문에 창업을 했고,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도 해 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협회장 활동을 시작할 때도 여느 때와 같이 초반에 계획을 빠르게 실행에 옮기려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계획들이 정말 제대로 실현되려면 처음부터 집중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업계에서도 협회장에게 기대하는 바는 성실함과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실행력은 관성이 있어 처음 속도를 높여 놓으면 내내 그 속도가 유지된다는 것이 제 경험으로 깨달은 사실입니다. 그 관성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에너지를 덜 써도 속도가 유지되거든요. 그것이 제가 일하는 스타일입니다(웃음).”

지난달 취임식 당시 전화성 회장. 취임 3주차에 접어든 7일 전 회장은 초기투자협회와 한국AC협회를 통합하는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한국AC협회)

7일 출범 발표를 앞둔 통합 AC협회는 400여개에 달하는 국내 AC의 80%를 회원사로 보유한 단일 협회로서 위상을 갖게 된다. 통합 협회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회원사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정부로서도 AC 업계와 소통창구가 단일화되는 것이니 협회가 추진하는 역할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 회장은 “통합 협회 출범은 스타트업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취임) 2주 사이에 제일 중요한 숙제로 여겼던 통합 협회는 일단 해결을 했고, 7일 이후 하나의 리더십으로 뜻을 모으면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 기관들과 소통이 좀 더 원활해 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모태펀드 확충은 진행 중입니다. 지속적으로도 관련 기관, 중기부와 협의를 하고 있고, 장관님을 비롯해 실무 투자 관리 감독 과장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죠. 특히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모태펀드 배정을 늘려달라는 건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개인투자조합 매칭 증대 필요, 라이선스 관리도 협회의 역할이 돼야

전 회장이 강조하는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모태펀드 매칭 강화의 배경에는 AC업계에 배정된 모태펀드 비중을 늘리는 것과 연결된다. 즉 VC(벤처 캐피탈)와 AC가 정해진 파이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재 모태펀드 관련 정부의 1차 발표안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모태펀드의 6% 정도가 AC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몫이지만, 회원사 펀드 대부분은 2~3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조합 중심입니다. 액셀러레이터가 성장하려면 개인투자조합의 분산 투자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재로는 어렵죠. 이런 개인투자조합은 사실 5억에서 10억만 매칭 해줘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희가 건의하는 것은 정해진 모태펀드를 나누는 것이 아닌 모태펀드 예산을 늘리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라도 배정을 해주고 분산투자를 할 수 있게 하면 업계가 크게 건전해 진다는 겁니다.”

통합 협회 출범과 함께 전 회장이 추진하는 또 다른 구상은 현재 창업진흥원이 맡고 있는 AC 라이선스 발급과 관리를 협회로 이관하는 일이다. 또 개인투자조합을 만드는 비중이 액셀러레이터가 높은 만큼 개인투자자 관리 역시 협회가 해야 한다는 것이 전 회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통합 협회는 부회장들을 분과장으로 한 10개 분과로 새롭게 조직을 구성하고 효율성과 역량을 극대화할 준비를 마쳤다.

“협회의 역할은 액셀러레이터들이 보유 퀄리티와 자본력 등에서 좀 더 건전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다시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더 나은 영향력과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니까요. 이미 개인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 육성과 관리는 협회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이와 관련해 충분히 조사를 했고, 내부에 전문 인력들이 있죠. 협회가 AC 라이선스 발급, 개인투자자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면 지속적으로 보강을 할 계획입니다.”

‘구주 매각 플랫폼’ 구축, VC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 모색할 것

전 회장은 취임과 함께 AC 간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구주 매각 플랫폼’ 구축 계획도 언급한 바 있다. 세컨더리 펀드(벤처펀드 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펀드)’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좋은 주식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이제까지 인맥과 네트워크로 거래되던 방식을 바꿔보자는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스타트업의 비상장 주식의 경우 투자자 간의 네트워크가 중시됐어요. 최근 액셀러레이터가 활성화 되며 구주 물량이 많아졌고, 이런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누가 어떤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오픈하면 서로 간의 거래를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거죠. 이를 위한 ‘구주 매각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진 않는다고 해도 스타트업 주식, 세컨더리 펀드에 투자하려고 할 때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곧 VC협회장님을 찾아 뵙고 양 협회 간 MOU 등을 통해 협회 회원사 간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플랫폼을 셋업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투자 외에도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역할을 확대하는 VC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전 회장은 “VC가 직접적으로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것보다 계열사를 통해 AC를 하거나 AC 업계 경력자들을 선발해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저는 VC, CVC가 만든 액셀러레이터, 창업기획자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법인들도 AC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영역이 모호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 그 주체들도 창업기획사를 만들어 들어오기 때문에 창업기획자의 풀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죠. 겹치는 영역이 있기도 하지만 ‘클럽딜’과 같이 함께 투자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인터뷰 말미 ‘AC 정신’을 강조한 전 회장은 “2년 후 어느 누가 통합 협회 회장이 되더라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존중받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사진=한국AC협회)

그가 취임과 함께 설정한 또 다른 목표, ‘AC의 글로벌 진출’을 내세운 이유도 역할 구분 보다 시장의 확장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국내 AC가 각국의 신기술과 트렌드에 투자하고 그렇게 투자 받은 해외 기업들이 코스닥에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 더 나아가 400여개가 넘는 AC를 보유한 국내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AC협회’를 창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전 세계 적으로 무역 시장과 초기 투자시장은 연결돼 있습니다. VC의 글로벌 진출은 투자 관점이라면 저희가 협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중국, 동남아, 사우디 등에서 진행되는 해외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에 국내 AC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인터뷰 말미 ‘AC 정신’을 강조한 전 회장은 “2년 후 어느 누가 통합 협회 회장이 되더라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존중받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AC가 갖는 사회적 가치는 굉장히 큽니다. 극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보육하는 일은 수익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일을 안 하는 게 맞을 정도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그간 통합이 안돼 우리 스스로 불합리한 처우를 만들어 낸 상황을 바꾸는 것입니다. 또 협회 회원사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AC 정신을 강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도 기업가 정신을 배우듯, 저희도 회원사 모두가 공유하는 ‘AC 정신’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그렇게 되면 AC가 가지는 사회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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