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을 때 즉각적으로 개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러한 성향은 우리나라가 IT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는 현재 AI(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혁신 시대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현재도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 각 분야에 존재하는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만 경쟁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좁다는 점이다. 이에 적잖은 스타트업들이 한국 시장 대신 해외에서 흥미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채널플랫폼서비스 역시 그 중 하나다. 한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창업가와 영화연출을 전공한 창업가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의기투합했다. 이후 이들은 ‘EVERYTHING YOUR RESTAURANT NEEDS(레스토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식당운영 플랫폼 서비스 ‘오더나우’를 개발, 호주 F&B 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그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 올해 기준 ‘오더나우’는 이미 호주 전역의 120여개가 넘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사용 점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채널플랫폼서비스는 안정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호주 사업의 기세를 몰아 올 하반기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싱가폴, 괌 등 영미권 국가로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개발팀을 중심으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채널플랫폼서비스는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은 한국에서, 영업 및 마케팅은 호주에서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한국에서 기술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정선용 채널플랫폼서비스 공동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매출 목표 1000만달러 달성 눈 앞, 2030년까지 10억달러 달성이 목표
호주 F&B 시장을 혁신하고 있는 채널플랫폼서비스의 ‘오더나우’는 카페, 레스토랑 운영에 필요한 모든 도구나 서비스를 하나로 관리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제를 비롯해 포스 시스템, 영수증, 인보이스 관리, 예약 관리, 임금 및 직원 관리, 정산 및 통계, 주방과 홀 운영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F&B 사업자를 위한 금융 서비스까지 계획 중이다.
이러한 오더나우 플랫폼은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선샤인코스트, 케언즈, 뉴캐슬, 캐논베일 등 호주 주요 도시를 비롯해 전역에 위치한 F&B 사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채널플랫폼서비스는 수익은 오더나우 플랫폼을 통해 음식 등이 판매 될 경우 4.5%의 수수료를 통해 발생한다. 여기에 오더나우 플랫폼 월 사용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채널 관리 및 홍보 서비스를 통해서도 수익이 발생한다. 향후에는 준비 중인 고객 대상 앱의 배너광고, 비즈니스 론, 주방자동화 로봇, 서빙로봇 제작 및 대여 사업에서도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수익 모델을 확보한 덕분에 채널플랫폼서비스는 올해 매출 목표인 1000만달러를 눈 앞에 둔 상황이다. 예정된 다른 사업들이 론칭 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10억달러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수립돼 있다. 젊은 나이, 호주로 떠난 두 한국인이 의기투합해 이뤄낸 성과는 실로 놀라웠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 위치한 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정선용 채널플랫폼서비스 공동 대표는 호주가 가진 특성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호주는 이민국가로서 현지 레스토랑의 46%가 아시안 오너가 운영하고 있어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음식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오는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죠. 그런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호주를 베타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좋은 나라로 보고 있어요. 더구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도 적은 편이라 저희 서비스를 다국적의 고객들에게 다양한 기술과 방법으로 시도해 볼 수 있었죠.”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오더나우’ 서비스 성공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 일면식도 없이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채널플랫폼서비스의 두 공동 대표를 의기투합하게 했다. 팬데믹 이전 정 대표는 ‘채널’이라는 서비스명을 내세우며 호주 케언즈에서 위치기반 정보 공유 앱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종의 소셜 플랫폼으로 같은 지역 사람들 간에 공통 관심사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였다. 이동욱 대표를 만난 것은 그 즈음이었다.
“채널의 기능 중에는 페이스북 등에 포스팅 된 콘텐츠를 크롤링해 가게 사장님 채널로 가져오는 기능도 있었어요. 당시 이동욱 대표는 브리즈번에서 HD마케팅이라는 에이전시를 경영하고 있었죠. 채널에서 크롤링한 콘텐츠 중에는 이 대표가 올려 놓은 것도 있었는데, 한 날은 이 대표에게 연락이 와서 ‘저희는 상관없지만 나중에 저작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하더군요. 그렇게 처음 서로를 알게되고 나중에 도울 일이 있으면 돕자며 인연이 시작됐죠.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고 제가 ‘오더나우’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서로 소통하며 지냈고요. 이후 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이 풀리며 브리즈번으로 올때까지 이 대표는 여러 아이디어도 공유해주고 시장조사를 해주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서로의 필요성을 느끼고 추후 M&A를 통해 함께 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와 함께 하게 됨으로써 저희 제품군 강화, 마케팅 능력의 향상 등 다양한 시너지가 나면서 급격한 매출 증대도 이룰 수 있었죠.”
배달 문화 없어 줄을 잇는 테이크아웃 행렬, 문제를 해결한 ‘오더나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호주 역시 식당 등 업소 내에서 취식이 제한 됐다. 한국의 경우 많은 이들이 배달 방식으로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이 기간을 버텼지만, 배달 문화가 부재했던 호주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음식을 포장해 가기 위해 식당 앞에 긴 줄을 서야만 했다. 고객도 식당 주인도 모두 힘든 상황을 목격한 정 대표는 “미리 주문을 넣고 언제 내 음식이 나올지만 알아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온라인 주문 앱을 선보였다. ‘오더나우’의 시작이었다.
“호주에도 배달음식이 있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아주 소수만 사용하는 서비스였어요. 그 보다는 외식 문화가 주류였기 때문이죠.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며 급격히 우버(Uber), 도어대쉬(Doordash), 딜리버리루(Deliveryroo) 등의 배달 서비스가 급성장했어요. 당시 F&B 업계의 사장님들에겐 팬데믹을 견디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됐죠. 문제는 40%(35%+3.5%gst)에 해당하는 서비스 이용료였어요.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제게 배달서비스를 좀 더 저렴하게 운영해 줄 수 없냐는 제안을 하더군요. 그래서 온라인 주문 앱과 함께 20% 이용 수수료로 배달 서비스도 운영했죠. 그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게들이 급증하며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이후 오더나우 서비스는 고도화 과정을 거쳐 식당운영에 필수적인 포스 시스템을 기반으로, 호주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는 캐셔들의 계산을 보다 수월하게 돕고 주방의 각 세션마다 요리해야 할 주문들을 정리해 혼선을 방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홀에서는 서빙해야 할 음식을 테이블과 함께 표시하는 기능 등이 모두 오더나우 서비스를 통해 제공됐다. 모바일을 통해 매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도 사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점포를 방문한 이용자들에게도 오더나우는 주목을 받았다. 각 테이블에 비치된 NFC태그 또는 QR코드 스캔을 통해 셀프오더를 넣는 기능이 인기를 끌었다. 정 대표는 이러한 주문 자동화 뿐 아니라 테이블 온라인 예약, 예약 당일 자동 알림 시스템, 식당 앞 웨이팅 시 핸드폰으로 등록하고 자기순서에 알람을 받는 웨이팅 시스템, 안드로이드 TV 웨이팅 스크린, 가게 홍보용 이미지갤러리 프로모션 슬라이더(Promotion Slider), 직원근무시간 관리용 로스터 등의 기능을 오더나우에 포함시켰고, 최근에는 키오스크와 연동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이 모든 기능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모두 연결돼 있다. 그렇게 오더나우는 단순 앱 서비스를 넘어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해갔다.
“저희 시스템은 기존 포스, 출퇴근 관리, 회계 프로그램, 예약관리, 포인트관리, 웨이팅 시스템 등 복잡하게 분산돼 있어 유지 및 관리가 힘들었던 호주 F&B 업계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이전까지 점포 사장님들은 직원, 식품 관리만으로도 너무 바빴거든요. 오더나우는 비용 추가 없이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어요. 가게의 규모나 성장 단계에 따라서 필요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죠. 저희의 목표는 소규모 F&B 사업자들이 ‘장사'에서 벗어나 ‘사업'을 하실수 있도록, 사장님과 동행하는 시스템이 되는 겁니다.”
핀테크, 로봇 서비스로 호주 넘어 글로벌 F&B 혁신 이룰 것
채널플랫폼서비스는 현재 오더나우 기반 플랫폼 서비스에 이어 F&B 사업자를 위한 비즈니스 론 등의 핀테크 영역, 주방자동화 로봇, 서빙 로봇 등의 제작·대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식당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부분에 주목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식당 사장님들이 본점에 이어 2~3호점 등을 내실 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사실 식당의 재무재표로는 은행 대출이 힘들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는 식당에 출금되는 금액과 매출 증가 추이 등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론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죠. 그 외에도 개발을 진행 중인 핀테크 앱인 ‘페이나우’가 있습니다. 선불식 충전카드, 토스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이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이죠. 카드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것 뿐 아니라 고객 결제, 직원 급여 지급, 거래처 대금 지급은 물론 ATM에서 현금 인출도 가능한 결제 서비스로 만들고 있죠. 저희가 글로벌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 해외에서도 낮은 수수료로 현금 인출, 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게 개발할 예정이예요.”
지금의 채널플랫폼서비스의 성과는 사실 정 대표가 거친 무수한 시행착오가 발판이 됐다. 대학 졸업 무렵 여행판매 시스템 메인 개발자로 취업해 호주에 첫 발을 들인 순간부터 시작된 도전은 정 대표 자신의 여행, 유학 노하우를 바탕으로 설립한 유학원 사업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호주자유여행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혁신적인 드래그앤 드롭 방식을 적용했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문제 등이 터지며 끝내 접어야 했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이후 청소인력업체를 창업한 즈음이었다. 정 대표는 호주 관공서, 펍, 레스토랑, 병원, 학교 등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호주 문화를 접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어갔다. 정 대표는 이 때를 ‘시야가 넓어진 시기’로 돌이켰다. 현 채널플랫폼서비스의 핵심 서비스인 오더나우의 초기 모델인 ‘채널’을 만든 것도 그 즈음이었다. 장비 창고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밤낮으로 개발해 채널 앱을 만들던 당시를 떠올리며 정 대표는 직접 경험한 호주의 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호주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수용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예요. 다양성을 인정해주죠. 비지니스 환경 역시 제약이 많지 않고 자유로운 편이고요. 일례로 제가 이번에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준비한 것에 비하면(웃음) 호주의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고 할 수 있어요. 주민등록증, 인감증명서가 없는 대신 운전면허증이나 국가에서 발급하는 메디케어카드, 여권 이렇게 3가지면 어떤 기관에서든 본인 증명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어요. 한국도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지만 보안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고, 금융규제가 많은 편이라 각 기관마다 처리하는 서류가 따로 있더군요. 그에 비하면 훨씬 간편하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어떤 비즈니스든 호주에서 시작하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고 할 수 있어요.”
인터뷰 말미, 정 대표는 채널플랫폼서비스의 사업 목표를 ‘사람과의 동행’이라고 언급했다. 최신 기술과 자동화를 통해 호주 F&B 업계의 문제를 해결해 왔던 성과는 영미권 국가를 대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나아가 F&B 영역을 넘어 미용실, 마사지, 네일 등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분야의 자동화를 추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나의 식당이 저희 시스템을 쓰면 몇 개월 후 식당을 방문한 수천명 이상의 고객 데이터가 쌓이고, 이런 식당이 늘어가면 한 지역에 많은 유저 데이터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 최적화된 데이터 기반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저희 비전이예요. 이러한 준비는 향후 AR, VR 시대에 오프라인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