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원모 피카디 대표 “‘상세페이지 행동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구매 전환율을 극대화 시키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고객의 디지털 경험 여정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이탈 사례, 2%에 머무는 전환율 획기적으로 개선
아무리 좋은 AI 알고리즘도 데이터가 뒷받침 돼야…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상세페이지 행동데이터’가 답
코호트 데이터에 상세페이지 행동 데이터를 더했을 때 발견하는 새로운 인사이트, 20%가까운 전환율 상승 확인
정원모 피카디 대표. (사진=테크42)

디지털 마케팅에서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고객의 디지털 여정 속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전환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고객의 성별이나 나이, 취향이나 구매 기록 등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초기 단계인 고객을 유입시키는 과정도 쉽지 않다. 또 광고를 비롯해 기타 여러가지 방식으로 어렵사리 자사 사이트에 고객을 유입시켰다고 해도 이중 상당 수가 구매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탈하기 일쑤다.

이에 각 마케팅 테크놀로지 솔루션을 비롯해 디지털 마케팅 전략은 고객을 더 잘 알 수 있는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존 데이터와 결합해 개인화 타겟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간과됐던 데이터의 가치를 발견하고 전환율을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스타트업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지난 8월 앤틀러코리아 배치2 데모데이를 통해 소개된 ‘피카디(fika d)’가 그 주인공이다.

피카디가 발견한 것은 상품 상세페이지의 행동 데이터다.
데모데이 당시 코파운더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정원모 피카디 대표는 “현재 마케팅의 대부분 리소스는 고객을 유입 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고객 100명이 유입되면 각 단계에서 98명이 이탈하고 단 2명만이 구매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품 상세페이지에 주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피카디가 발견한 것은 상품 상세페이지의 행동 데이터다. 데모데이 당시 코파운더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정원모 피카디 대표는 “현재 마케팅의 대부분 리소스는 고객을 유입 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고객 100명이 유입되면 각 단계에서 98명이 이탈하고 단 2명만이 구매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품 상세페이지에 주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상품의 상세 페이지는 개별 소비자들이 구매를 위한 정보를 확인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판매자는 소비자가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담은 방대한 상세 페이지를 만들죠. 개별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따라 서로 다른 패턴으로 상세 페이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저희는 구글 애널리틱스 등을 통해 수집된 나이, 성별, 지역, 재방문 여부 등의 코호트 데이터, 각 마케팅 커널 단계에서 이탈 및 전환되는 데이터에 피카디 애널리틱스로 이 상세 페이지 행동 데이터를 더해 타겟 소비자를 구매로 이끈 콘텐츠를 파악 후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전환율을 올려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상세 페이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지 2주만에 세션 데이터 35만건 획득, 트래킹 데이터는 1억건 이상을 획득했다”며 피카디 솔루션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더 놀라운 것은 20%에 가까이 달성한 전환율이다. 이제 막 창업을 한 극초기 스타트업의 PoC(개념검증) 성과 치고는 꽤 주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피카디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시작이 됐을까? 또 향후 이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여러 질문을 가지고 정원모 피카디 대표를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도출한 비즈니스 모델, 검증해 보니 기대 이상

(왼쪽부터) 정원모 대표, 옥진석 CPO, 김일식 CTO. 앤틀러코리아 배치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으로 뭉쳤다. (사진=피카디)

앤틀러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 2기 팀 중에서도 피카디는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팀원이 바뀌기도 했고 막판에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피보팅까지 감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이 팀이 아닌 창업가를 발굴하는 앤틀러코리아 배치 프로그램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정원모 대표는 “덕분에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탄탄한 팀워크를 보유한 팀이 됐다”며 데모데이 전후의 이야기를 털어 놨다.

“초기에는 생성 AI를 활용해 광고 배너나 SNS 광고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아이템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했어요. 초기 아이템으로 앤틀러코리아 프리시드 투자유치에도 성공했지만, 이후 팀원에 변동도 생기고 좀 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시도를 했죠. 저를 비롯해 현재 팀원인 옥진석 CPO와 김일식 CTO가 머리를 맞대고 뾰족하게 다듬은 것이 현재의 피카디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결과는 놀라웠다. PoC를 통해 피카디의 리타겟팅 메시지를 통한 유입율은 35.5%, 전환율은 19.8% 상승이라는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향후 피카디는 이를 카페24, 고도몰, 아임웹 등 자사몰 플랫폼 기업과 협업해 200만개 이상의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 브랜드들이 손쉽게 자사몰에 설치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이미 연매출 100억 이상의 대형 B2C 브랜드사들과 직접 계약까지 이뤄진 상황이다. 이러한 성과의 바탕에는 이들이 집중한 상품 상세페이지 행동 데이터가 있다. 정 대표는 “아무리 좋은 AI 알고리즘이 있어도 데이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강조하며 말을 이어갔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실제 고객들을 만났을 때 반응이 회의적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광고 배너와 같은 콘텐츠와 구매 결정 사이에는 너무 많은 마케팅 퍼널들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실제 전환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생겼죠.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고민 끝에 저희가 찾은 것이 상품 상세페이지를 보는 유저의 행동 데이터였어요. 이 데이터라면 단지 전환율을 높이는 리타겟팅 메시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상품 기획 등에도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죠. 또 저희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 배너를 ‘전환율이 높게’ 만들어 내는 데도 활용할 수 있고요.”

피카디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은 바로 생성 AI의 고도화다. 정 대표는 “향후 생성 AI는 빠른 속도로 고도화 될 것”이라며 “더 획기적인 생성 AI 기술이 등장하면 단지 마케팅 분야 뿐 아니라 상품의 기획과 생산, 배송 등 전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유통, 생산 등 전 과정에서 생성 AI가 관여하는 미래에는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의 활용도가 더 커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런 예견된 미래에서 지금은 저희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해 나가며 데이터를 쌓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로 향후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고민 중이예요. 물론 지금은 당장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웃음).”

하지만 한편으로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다. 국내외 수많은 마테크 기업들이 저마다의 데이터 수집분석 솔루션을 통해 전환율을 높여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고객의 상세페이지 행동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만으로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정 대표의 답은 명쾌했다.

“맞는 말씀이예요.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솔루션은 무수히 많이 등장하고 있죠. 다만 많은 기업들이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정작 사용하는 데이터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죠. 앞서 언급한 코호트 데이터나 마케팅 퍼널 데이터 등이죠. 저희가 접근하는 상세페이지 행동 데이터와 콘텐츠의 연결성, 이를 AI로 분석하는 기술 등은 이제까지 존재했던 솔루션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정보들이예요. 이것이 저희의 경쟁력이자 가장 큰 무기죠. 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생성 AI 기술은 최근에 등장한 만큼 그 발전 속도에 따라 저희 경쟁력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한의학도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폰, 그리고 바뀐 삶의 방향

정 대표를 비롯해 피카디 팀의 코파운더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정 대표의 경우는 경희대학교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학도 출신이다. 하지만 한의사로 일한 경험은 없다. 그의 삶의 행로를 바꾼 것은 본과 3학년 시절 접한 ‘아이폰 3GS’였다.

“아이폰을 통해 앱을 써보면서 이런 걸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앱 개발 공부를 시작해 한의학과 관련된 앱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때 경험이 너무 강렬했어요. 코딩이 재미있고 더 공부하고 싶었고, 그렇게 개발에 눈을 뜨게 됐죠.”

이후 정 대표는 고려대학교 뇌공학과에 진학을 해 뇌와 관련된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등을 공부하며 전문성을 키워갔고 다시 경희대 한의대로 돌아와 박사 과정을 통해 한의학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펑셔널 MRI(fMRI)였어요. 2초마다 한 번씩 뇌를 찍어 시간의 순서대로 뇌의 활성도가 변하는 것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인지과학적으로 치매의 작동 원리 등을 설명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뇌 관련 데이터 분석을 하다가 관련된 기업에서 병역 대체복무를 하기도 했죠.”

병역을 마친 후 정 대표는 영유아 검진 기록을 취합하고 인증된 부모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육아 플랫폼을 만들며 첫 창업을 경험했다. 정 대표의 말에 따르면 당시 세 살배기 딸을 키우며 스스로의 필요에 따른 시도였다. 이후 정 대표는 개발자를 고객으로 하는 B2D(Business-to-Developer) 서비스를 만들고, 딸의 한글 교육을 위한 앱을 출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문제는 정 대표의 시도들을 지켜보던 아내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앤틀러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을 발견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원래 올해 7월까지 사업을 진행해보고 투자 유치나 다른 진척이 없으면 취직을 하기로 아내와 합의를 한 상황이었어요(웃음). 그러다가 앤틀러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도전을 한 거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카디의 다른 코파운더들 역시 정 대표 못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옥진석 CPO의 경우 정 대표와 같은 경희대학교 출신으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갓 대학을 졸업한, ‘피카디의 젊은 피’다. 흥미로운 것은 대학 재학 중에 이미 차량 공유 플랫폼, 핀테크, 코딩 교육 등의 아이템으로 세 차례에 달하는 창업 시도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나이를 떠나 존경심이 생길 정도로 창업 방식과 가치관이 남다르다”며 옥 CPO와 피카디 팀을 결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일식 CTO의 경우도 정 대표, 옥 CPO와 같이 범상치 않은 과정을 거쳐왔다. 영화 전공으로 건국대학교에 입학한 김 CTO는 이후 분야를 바꿔 영문학을 공부하고 다시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하는 등 독특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에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파운딩 엔지니어로 참여하기도 했고, 라인, 토스, 그리운드엑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경험을 쌓았다.

고객들에게 시간과 여유를 선물하는 서비스가 될 것

정 대표에 따르면 ‘피카디’의 사명은 스웨덴어인 ‘피카(Fika)’에서 따왔다. 의미는 ‘커피와 함께하는 휴식 시간’이다. 피카디 서비스를 통해 자사몰 등을 운영하는 D2C 브랜드 고객사들에게 자동화된 상품 상세페이지 행동 데이터 분석과 리타겟팅 메시지를 통한 고객 유입, 높은 전환율을 제공함으로써 시간과 여유를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는 MVP 수준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서두르는 것은 상세페이지 상의 고객 행동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분별하기 위한 AI 기술 고도화다. 정 대표는 “유저들이 같은 상품 상세페이지를 살펴보는 패턴, 스크롤 패턴을 파악하고 해당 위치에 콘텐츠 속성과 연결해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피카디의 기술 설명도.

“유저가 상품 상세페이지의 어디를 봤는지 뿐 아니라 통 이미지로 돼 있는 것을 AI로 분석해 어떤 위치에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또 어떤 이유로 고객이 그 부분을 오래 봤는지 등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합니다. 또 그걸 가공해 리타겟팅 메시지 등의 방식으로 바로 전환율을 올리는 직접적인 수단까지 제공하는 것이 저희 서비스의 핵심이예요. 우선은 라이트한 형태로 올해 내에 오픈베타를 진행하고 빠르게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후에도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니즈에 맞춘 기능 추가와 버전 업을 지속할 계획이고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되는 피카디 서비스는 현재 애널리틱스에 더해 CRM 서비스도 추가 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피카디가 고려한 새로운 수익 모델도 있다. 데이터 분석과 그에 따른 높은 전환율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된 수익모델이다. 인터뷰 말미, 정 대표는 수익 모델 설명과 함께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추후에 추가할 CRM 서비스는 주로 이탈 고객을 다시 전환시키는 기능, 또 이탈할 고객을 다시 전환 시키는 기능을 제공하게 될 거예요. 즉 고객이 이탈 시 발생하지 않았을 매출을 확보하는 기능이라 할 수 있죠. 저희는 그렇게 추가로 발생한 매출의 일정 비율을 구독료로 받는 형태로 과금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도전적인 과금 모델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전환율을 높이고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해 드리겠다는 자신감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생성 AI가 마케팅부터 상품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 관여하게 될 세상에서 피카디는 중심적인 위치의 회사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저희가 정말 중요한 과정에서 중요한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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