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오레고닌은 천연물 기반의 고기능성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3월 창업했다. 놀라운 것은 불과 1년여 사이 초기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10종에 달하는 천연물 소재 기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등을 선보이며 놀라운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창업자인 최선은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자리한다. 최 대표는 중앙대학교 약학박사 출신으로 생약학, 즉 천연물 화학 전문 연구자이자 강원대학교 산림바이오소재공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에도 ‘오리나무속 식물 유래 근육 감소 및 근육 위축증 치료용 조성물’에 대한 기술을 강원대학교 산학협렵단에 이전하는 등 이제까지 다양한 천연물 기반 바이오 소재를 개발, 기술 이전한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그간 학자로서 기술 이전 후 경험한 아쉬움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강원대학교에 마련된 연구소에서 만난 최 대표는 “기술 이전을 할 때마다 잘 키운 딸을 아주 멀리 시집 보내고 보지도 못하는 듯한 기분을 매번 느꼈다”며 창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기술 이전을 했는데, 제 바람이나 뜻과는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형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또 투자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특허 도입이 필요해서 기술을 이전 받길 원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 사례를 많이 접하며 사업화 단계까지 해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죠.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말 뿐이 아닌 실천으로 실제 연구에서 제품이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며 체감이 되도록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덕분에 요즘은 저도 그렇고 학생들도 굉장히 만족도가 높아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 실천하며 빠른 사업화 시도, 결과는 ‘성공적’
천연물 기반의 바이오 소재는 최근 10년 사이 의약품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은 전통적인 치료 방식에 따라 천연물을 기반으로 한 생약 처방을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양의학과 함께 도입된 합성 의약품이 뛰어난 효능을 보이며 한때 이러한 생약은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렇게 평가절하됐던 천연물 기반 생약은 최근 과학적인 연구와 개발이 이어지며 재조명을 받고 있다. 실제 일찌감치 이 효능을 깨달은 유럽의 경우 이미 식물을 비롯해 조류, 곰팡이, 이끼 등에서 추출한 천연물 기반 의약품 개발이 활성화 됐다. 현재는 합성 의약품이 주류가 된 아시아 시장 보다 더 발달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다시금 천연물 기반의 의약품에 주목하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천연물 의약품은 고령화에 따라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없고, 치료를 넘어 예방까지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연물 기반 생약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연구자로서 최 대표가 보유한 역량은 빛을 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국내 자생식물에서 추출한 100종 이상의 고함량 폴리페놀 약효 물질에 대한 자체 DB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추출법 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고함량 약효물질 표준 추출법 및 활성증대를 위한 비당체 전환기술에 대한 원천기술 역시 보유하고 있다. 그간의 기술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수요 대응 타깃물질 발굴-추출-효능 검증-시제품 제작 및 평가-시험인증-제형화 등 천연물 연구개발 전주기를 꿰뚫는 노하우도 확보한 상태다. 이 정도면 창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최 대표는 제약사, 바이오 벤처기업 연구원을 비롯해 앞선 대학에서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창업과 관련해 만반의 준비가 완료 된 셈이다.
그러한 경험은 지난해 3월 창업을 시작으로 고스란히 닥터오레고닌에 반영됐다. 강원대 창업중심대학 사업단 지원 사업을 비롯해 춘천 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 지역산업 연계 대학 오픈랩 육성 지원 사업, 산림청 R&D 사업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에도 선정되는 등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지난 과정을 돌이키는 최 대표는 이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강원대학교의 교육 슬로건 중 하나가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예요. 이는 제 가치관과 교육 철학이기도 하죠. 창업에 대한 고민은 이전에 근무하던 대학에서도 한 적이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죠. 결과적으로 닥터오레고닌 창업은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서 강원대가 보유한 인프라가 있기에 현실화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창업 1년을 넘긴 스타트업이 10종에 달하는 제품화에 성공했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구분 된 닥터오레고닌의 첫 제품인 탈모 기능성 샴푸와 트리트먼트는 창업 직후 바로 선보였다. 한 마디로 그 이전에 이미 개발은 완료된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생산라인은 최 대표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회장품 제조사, 제약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OEM(주문자상표생산) 방식으로 확보했다. 그렇게 피부건강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으로 품목을 늘려 나간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제품화에 성공하며 매출을 일으켰다는 점은 투자사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더구나 실제 생산과 유통 프로세스가 확립되고 발생하기 시작한 매출은 분기 당 100%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은 10억원 이상이다. 덕분에 닥터오레고닌은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를 비롯해 개인투자조합 등에서 시드 투자를 시작으로 업력 3년 이상의 기업들만 선정되는 중기부 창업도약패키지에 선정되는 성과를 연이어 달성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100미터 달리기는 하는 것과 다름없는 속도로 진행됐다.
“지난 1년 동안 론칭한 제품을 보니 식약처 인허가 단계에 있는 시제품까지 포함하면 한 10가지 정도가 되더군요. 상당히 많은 일들을 한 셈이죠. 최근에는 베트남 제약사의 의뢰로 국내 홍삼 성분과 치아·잇몸 건강에 좋은 복합 기능성 성분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했고, 현재는 약 20억원 규모로 수출 계약이 진행 중입니다. 막연한 가능성에서 머물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만들어 내며 롱런할 수 있는 구조는 확립됐다고 봅니다.”
베트남 전 고엽제 피해입은 아버지 영향으로 생약학 관심, 건강기능식품은 시작에 불과
닥터오레고닌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 대표는 창업의 이유를 언급하며 베트남 전 참전 용사로서 고엽제 후유증을 겪은 아버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막내아들인 최 대표가 어린시절부터 잔병치레가 잦고 피부병이 심했던 것을 두고 그 후유증이 아들에게까지 미쳤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매일 같이 이른 새벽부터 온 산을 뒤져 다양한 약용식물을 직접 채집해 정성을 다해 달인 후 그에게 먹이고 입욕 시켰다고 한다. 그러한 부모의 헌신으로 그는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생약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닥터오레고닌을 창업한 목표 중 하나로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에 자신이 쌓은 전문지식을 더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꼽고 있다.
“한국은 유래없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근육 감소와 비만 등으로 인한 질환들이 문제가 되고 있죠. 저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다가 결국 이 두 가지 문제가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 가설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천연물 기반 바이오 소재를 개발해 왔고, 최종 목표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 단계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을 선보인 거예요. 우선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캐시카우를 마련하고 소재의 효능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야 했으니까요. 그 1호 소재는 올해면 전임상 연구는 다 끝납니다. 올해 안에 진행 될 시리즈A 투자유치가 잘 되면 내년에는 인체적용 시험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최 대표가 언급하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근감소 문제는 실제로 일동후디스, 대상, CJ 등을 비롯해 각 제약사가 주목하는 이슈기도 하다. 몇몇 기업들은 이미 시장 선점을 위한 단백질 음료 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 대표가 이야기하는 천연물 기반 근력 개선 기능성 소재는 이들 기업들이 다음 스텝으로 고민하는 제품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 대표는 기초 소재 개발은 물론 이를 포함한 건강기능식품까지 제품화한 셈이다.
“제가 개발한 근력 개선 기능성 소재는 이미 닥터오레고닌의 신규 제품을 만들면서 식품 원료로 포함시켰고, 식약처 인증도 받았죠. 최종 목표는 이를 치료제로 만드는 거예요. 결국 현재의 건강기능식품은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예요. 치료제까지 가는 것은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죠. 그 사이에 건강기능식품 소재로서 인정을 받고 베트남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면서 동력을 마련하려 하는 거고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든 것이 최 대표의 계획 하에 이뤄졌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 흐르듯 차질없이 진행 돼 온 것만 같은 과정… 그러나 최 대표는 “쉬웠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 놨다.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 해야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됐죠(웃음). 사업자 등록증을 내는 것부터 시작해 법인 설립, 벤처기업 인증, 기업부설연구소 승인, 화장품 책임판매업 등록, 식약처 등록 등 실제로 해보는 것은 다 처음이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다 힘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상 단계의 결과가 굉장히 좋게 나와서 자신감을 얻기도 했고요. 향후 바람은 인체 적용 시험 역시도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예요. 마음이 급한 것과 달리 여러가지 상황들이 뒷받침 되야 하니 쉽지 않겠죠. 그래도 지금처럼 열심히 해 나가며 하나씩 극복해 나갈 생각입니다.”
최 대표가 이토록 빠른 사업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비단 치료제 개발만이 아니다. 학자로서 연구를 거듭했던 과정, ‘과연 이것이 될까’를 고민했던 순간들을 거쳐 창업가로서 도전의식을 가지고 과학적 검증과 제품화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뜻을 되새겼다고 한다. 창업까지 한 마당에 기업가로서 이윤 추구가 흠도 아니건만, 정작 그가 언급한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장학사업’이다.
“제가 목표로 하는 것들이 어느 정도 실현되면 공부하고 싶어도 가정형편 때문에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싶어요. 그런 친구들의 꿈 중 하나가 다른 아이들처럼 외국에 나가서 공부도 하고 경험도 쌓는 것이거든요. 돌아가신 부모님의 뜻이기도 하고요. 앞서 말씀드린 베트남 수출 건 등을 통해 사업이 안정화되면 정부가 아침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천원의 아침밥’에 기부도 좀 하고 싶고요.”
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기업가로서 지향하는 가치인 ‘그린 R&D’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제품이 아닌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저희 회사 사명이기도 한 ‘오레고닌’은 천연물에서 추출하는 특정한 성분 명이기도 해요. 이걸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1mg에 50만원이 넘는 고가로 판매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이를 고함량으로 추출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요. 덕분에 고가의 성분을 아낌없이 넣어 만든 제품을 만들 수 있죠. 그런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