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활용해 자사 서비스의 품질의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오랜 세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금융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기존 데이터들이 주로 이미지 형태의 문서나, 음성, 일반 텍스트 형태로 존재하는 비정형 데이터라는 점이다. 관건은 이렇듯 개별화돼 있는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 처리해 전략자산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적용되는 것이 바로 자연어처리(NLP) 기술이다.
문제는 최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데이터 통합 처리에 적용되는 자연어처리 기술이 대부분 ‘버트'(BERT), ‘GPT-3’ 등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몇몇 국내 기업, 스타트업들이 자체 개발한 AI 자연어처리 기술을 선보이며 대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 퀀텀에이아이는 독자적인 데이터 투 백’(Data2Vec)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연어처리 엔진 ‘퀀텀 랭귀지 모델(Quantum Language Model)’을 무기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 스타트업이 자체 개발한 기술 중에는 자연어처리 기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연어생성(NLG) 기술도 포함돼 있다.
이제 창업 5년차에 접어든 퀀텀에이아이는 그간 기술 고도화 과정을 넘어 올해 매출 ‘100억+α 달성’ ‘SaaS전환 완성’ 등의 목표를 설정하며 그 사명과 같은 ‘퀀텀 점프’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최성집 퀀텀에이아이 대표를 만나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권을 넘어 비금융권으로 고객 확장 중
지난해 말 퀀텀에이아이는 줌인파트너스로부터 6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액은 대략 32억원에 달한다. 국내 주요 은행, 보험사는 물론 대기업 대상 수익화 전략과 실증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매출 상승이 주요 투자 결정 요인이었다. 퀀텀에이아이는 이들 고객사가 보유한 비정형 자료에 대한 자료 요약, 내용 분류, 주요 키워드 추출, 오토 태깅, 정보 생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사 대비 월등한 정확성을 인정받고 있다.
2020년 창업한 퀀텀에이아이가 이렇듯 빠르게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유는 딥러닝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금융사 등에 도입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핵심 멤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성집 대표 역시 SAS KOREA, 삼성, 한국 IBM, 삼정 KPMG 등을 거치며 통계 분석 컨설턴트로 시작해 AI 컨설턴트로서 영역을 확장해 온 전문가다.
그런 그의 경력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10여년 이상 한국 IBM 금융산업 섹터에서 근무하며 당시 초고성능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 ‘왓슨(Watson)’을 국내 금융권에 확산 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커리어는 최 대표를 데이터 기반 통계 분석 전문가에서 머신러닝(ML)을 거쳐 AI 컨설팅까지 섭렵한 전문가로 만들었다. 이후 삼정 KPMG에서 AI 리드 파트너로 금융권 AI 도입을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그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퀀텀에이아이를 창업했다.
최 대표는 “금융사에 AI를 도입하는 과정은 대부분 시스템 통합(SI) 방식으로 진행됐고 그로 인한 한계와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며 퀀텀에이아이 창업을 감행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까지도 금융권은 외부 위탁, 자체 기술 개발, SI 사업을 통해 비정형 데이터의 자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퀀텀에이아이는 다년간의 금융 프로젝트 경험과 AI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통합 자연어처리 엔진을 개발하고 이전 방식에 비해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쉽게 비정형 데이터를 자산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AI를 사람의 뇌라고 한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눈과 귀, 코, 입을 비롯해 뼈대와 핏줄, 팔과 다리를 만들어야 해요. 즉 인공지능은 필수불가결하게 개발 사업과 같이 갈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런 AI 도입이 대형 프로젝트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합니다. 하지만 저는 소규모로 시작해 테스트 적용을 한 후 확대하는 단계적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시작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제 생각을 입증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퀀텀에이아이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이미 원천 기술은 확보했으니, 시장에 나가 저희 기술을 입증해 보자는 결심이었죠.”
초기 정부지원 사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최 대표는 PoC(개념검증) 과정을 거쳐 시범 서비스 이후 정식 서비스 도입을 하는 방식으로 금융사들의 신뢰를 쌓아가며 창업 첫해부터 수익화를 이뤄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3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퀀텀에이아이는 올해 그간의 성장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매출 100억+α’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최 대표는 “목표한 팀 구성과 인프라 확충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이제 치고 나갈 일만 남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도 사람이 만들어야 하죠. 연구소와 개발팀, 서비스를 기획하고 포장하는 팀들을 셋업하는 것이 창업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였어요. 현재는 목표로 한 팀 빌딩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기술력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개발 역량, 목표 시장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수익화 등을 이뤄왔죠. 또 그렇게 얻은 수익과 투자금 등은 대부분 GPU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올해를 PaaS 방식으로 진행해 온 서비스를 SaaS로 확장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죠.”
다양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디지털 정보 처리 시장으로 영역 확장 목표
퀀텀에이아이가 그간 수행했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디지털 정보입력 서비스를 비롯해 디지털 상담판매, 서술형 문서 내 정보 추출, AI 기반 고객상담 챗봇 개발, AI 기반 음성질환 진단 S/W, AI 기반 디지털 준법감시, 멀티브랜드 지원 상담봇 확대 개발 등 다양하다. 이러한 레퍼런스에 주목한 기업들의 PoC 요청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 대표의 자신감이 허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렇듯 지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레퍼런스를 통해 구축한 퀀텀에이아이의 비즈니스모델은 크게 ‘디지털 정보입력 서비스’와 ‘디지털 해피콜 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디지털 해피콜 서비스는 AICC(인공지능컨택센터)로 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 기업들의 콜센터는 대부분 고가의 외산 장비가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콜센터 구축에는 초기 도입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죠. 하지만 디지털 해피콜 서비스의 경우는 그런 비용 투자가 필요 없습니다. 전화번호만 착신 전환해서 기존에 어떤 질문들이 많이 나왔는지를 2~3주간 분석하면 그 결과를 기반으로 바로 서비스가 가능하죠. 클라우드를 활용해 하드웨어가 전혀 필요 없게 되는 거예요. 다만 금융권은 보안상의 이유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꺼려하는 입장이라 저희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활용한 PaaS 형태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SaaS와 혼합된 서비스도 가능하고요. 실제 비금융권 기업에서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디지털 해피콜 서비스는 AICC로 가기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해요. 저희는 이미 AICC 서비스인 ‘순이(SOONi[suni:])’가 있습니다. 무엇이든 질문하면 곧 답변드리겠다는 의미의 AICC 서비스죠. 향후 AICC 서비스에 대한 시장 확산 속도는 굉장히 빨라질 거라 보고 있고 저희는 기술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퀀텀에이아이는 보안과 효율성을 모두 잡은 ‘개인정보 가명화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이 분야 대부분의 경쟁사가 암호화를 하는 것에 비해 가명화 기술을 개발한 것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퀀텀에이아이가 유일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두 기술의 차이는 데이터 활용과 시간 측면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문서를 예로 들면, 전체를 암호화할 경우 보안이 필요 없는 문서 내 다른 정보까지 검색과 활용이 불가능해진다. 또 암호화된 문서를 다시 사용해야 할 때는 복호화 과정을 거쳐야 해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가명화 기술은 문서 내에서 특정 단어나 개인정보만을 일종의 마스킹하는 것과 같이 처리를 하기 때문에 다른 정보의 검색과 활용이 가능하고 번거로운 복호화 과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궁극적으로 퀀텀에이아이의 이러한 기술들은 AI를 통한 전체 업무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적어도 금융권에서 AI 기술에 기대하는 것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AI 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적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열광하는 것은 결국 챗GPT가 등장하며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궁극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이를 이용해 AI 행원, AI 보험설계사, AI 카드모집인을 만들길 원합니다. 현재 도입되는 기술은 그런 목표의 중간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이미 일부에서 AI 행원이 탄생했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업무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최소 3년 후 쯤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희의 경우는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기 보다는 저희가 보유한 원천 기술인 ‘퀀텀 랭귀지 모델’에 서비스를 입히는 것에 주력하고 있죠. 저희 나름대로는 기존 기술보다 저희 기술이 훨씬 더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퀀텀에이아이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상당 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됐던 금융·보험 시장의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면 AICC 중심의 음성 서비스가 2차 목표 시장”이라며 “이 모든 것이 정보처리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다양한 분야 기업 서비스의 원천이 되는 정보를 처리하는 유일무이한 회사가 되겠다는 각오였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술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제각기 다른 회사들이 만드는 술 브랜드에 주정(酒精)을 공급하는 것은 하나의 회사입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이 유일한 주정회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죠. 저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 주정회사와 같이 기업들이 서비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정보를 처리해 제공하는 기술 전문 기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