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윤내 아이클레이브 대표 “ 1세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해 B2B AI SaaS 기업을 창업한 과정, 궁금하세요?”

인터넷 비즈니스 태동하던 1998년,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한 도전이 기술기반 스타트업으로 이어져
생성형 AI 기술 도입, 이머커스 자동화는 물론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로보엠디(RoboMD)
다수 특허 기반 솔루션 고도화 이어와… 쇼핑몰 MD의 업무 100% 자동화 추구, 번역 기능까지 추가
최윤내 아이클레이브 대표. 최 대표는 20대 시절 1세대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 성공 시킨 경험이 있다. 이후 각고의 노력의 통해 B2B AI SaaS 서비스인 로보엠디를 개발, 아이클레이브를 기술력으로 주목 받는 테크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사진=아이클레이브)

생성형 AI 등장 이후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기반 마테크, 애드테크 솔루션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저마다 생성 AI 기능을 추가하며 새로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마케팅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보통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사이드와 이를 필요로 하는 고객 기업 사이드로 나눠진다. 그런데 양쪽 사이드의 경험을 모두 거친 기업이라면 어떨까?

바로 온라인 업무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B2B 인공지능(AI) SaaS 서비스 로보엠디(RoboMD)를 개발한 아이클레이브의 최윤내 대표의 이야기다.

홍익대 미대 98학번인 최 대표가 처음 창업을 경험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무렵이다. 당시 막 문을 연 창업동아리 1기로 시작한 창업가의 삶은 20여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던 스무살, 창업의 매력에 사로잡히다

최윤내 아이클레이브 대표가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용 PC가 막 나오던 시절 최 대표는 책을 좋아하는 미대 지망생이었다. 최 대표는 “과학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주제의 책들을 고등학교 때 읽으면서 혁명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초반에는 게임 정도 하던 컴퓨터로 채팅을 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접하게 되면서 제가 지망했던 미술 분야와 접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대를 이어 창업을 했던 집안이라 그런지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 대학에 입학해 2학기 무렵 창업 동아리가 생겼고 바로 가입을 했죠. 그 선택이 진짜 창업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한 창업 아이템은 채팅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실제 법인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창업팀에서 최 대표는 코딩부터 디자인 등을 두루 담당했다. 휴학까지 감행하며 시도한 첫 창업 경험은 1년 반 가량 이어졌다. 최 대표는 “지금의 스타트업과 같은 경험을 그때 처음 했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이후에는 YESNET, MNET 관련 디자인 업무를 하는 웹 에이전시에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디자인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모두 20대 초반 휴학 기간에 진행된 일들이다. 최 대표는 “원체 배우는 것을 좋아했고 창업팀에 몸담으며 디자인에 관련된 모든 것을 경험했다”며 “웹의 전문성이 없던 시절 제일 먼저 필요한 것들을 공부했던 덕분”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아이클레이브가 제공하는 로보엠디 솔루션은 초개인화된 사이트 운영 자동화를 이뤄내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레이브)

그렇게 다시 2년이 흐른 시점에서 최 대표는 복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원래대로라면 졸업을 앞둔 나이였다. 하지만 이른바 ‘IMF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던 시기, 최 대표의 집안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돈을 벌며 학업을 이어가야 했고, 그 고민은 다시금 본격적인 창업으로 이어졌다.

“휴학 후 3년 반이 지나서 2학년으로 다시 복학했죠. 복학을 준비하면서도 집안 형편 때문에 제가 벌어 학비를 마련하고 생활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창업도 같이 준비를 한 거죠. 한편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니 배울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한 것이 쇼핑몰이었어요. 사실 이전부터 온라인 카페에서 부업처럼 물품을 팔고 있었거든요.”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대단한 시도가 아닐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온라인에서 옷을 판매하는 방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규정이나 관련 법도 없었다. 최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시장의 변화를 예상했다고 한다.

“그때 사람들의 인식은 옷은 매장에 가서 사는 것이었어요. 온라인에서는 그나마 백화점 사이트에서 정장 같은 의류가 조금 거래되는 수준이었죠. 당시 전 웹디자인도 가능했으니 웹사이트를 구축하면 충분히 판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시장 조사를 해 보니 믹스앤매치(MIX & MATCH)가 뜨고 있었어요. 명품을 소비하던 시대에서 막 개인의 개성이 강조되는 패션이 주류가 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타이밍이었죠. 그래서 대학생 또래 20대들이 예쁘게 입을 만한 옷을 쇼핑몰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코디 개념을 도입하고 모델을 활용해 촬영을 한 것도 저희가 처음이었어요.”

결과는 대박이었다. 1세대 쇼핑몰들이 막 등장하던 시기에 최 대표가 선보인 쇼핑몰은 국내 ‘YAHOO쇼핑랭킹’ 2위까지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쇼핑몰이 너무 잘 된 탓에 최 대표는 다시 반년만에 휴학을 해야 했다고. 쇼핑몰은 이후 8년가량 전성기를 구가하며 직원 2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대표는 “다시 복학해 졸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규모를 키우고 대표가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쇼핑몰의 모든 페인포인트를 경험한 끝에 도달한 선택…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2의 창업’

오랜 기간 국내 1~2위를 다투는 쇼핑몰을 운영하며 최 대표는 아이템 별로 매주 100개씩 신상품을 론칭하는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쇼핑몰 MD팀이 겪는 모든 페인포인트를 체감했다.

“초기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디스플레이 돼 팔던 옷들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의 시선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가져올지를 고민했어요. 그 일을 담당한 것이 MD팀이었죠. 초기 MD팀은 오프라인에서 옷을 선택하고 디스플레이하는 사람들이 투입됐어요. 하지만 막상 진행을 하고 보니 대부분의 업무가 컴퓨터로 이뤄졌어요. 오프라인에서는 그저 예쁘게 디스플레이하면 끝이었지만, 온라인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별하고 그에 맞춰 화면을 구성해야 했죠. 그래서 제 주도로 MD들은 업무 시간 내내 엑셀에 매달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신상품을 바꾸는 일을 반복했어요. 당시에는 그 모든 과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죠. 그 업무량이 엄청났어요. 원래 오프라인에서 MD들은 감성적인 영역이었지만, 온라인이 되면서 시쳇말로 ‘컴퓨터 노가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도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최 대표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감지했다. 최 대표는 “PC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벤처 붐이 일었던 것처럼 새로운 창업 기회가 열렸다고 봤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앱 기반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개발과 관련된 기술들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미 창업동아리에서 온라인 기반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모르고서는 사업을 리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죠. 기술이 핵심이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알 필요가 있었어요.”

그렇게 2년을 준비한 최 대표는 결국 2015년 새롭게 ‘아이클레이브’ 법인을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온라인 상품 진열과 배너 교체는 물론 개인화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원하는 상품을 최적화해 선보이는 기술을 개발,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브랜드사가 입점하는 공간, 즉 플랫폼을 론칭해 각 쇼핑몰에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이클레이브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레이브)

“초기에는 플랫폼 운영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제가 쇼핑몰을 운영하며 수작업의 문제를 경험했던 덕분에 필요한 니즈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죠. 성공하는 쇼핑몰들은 더 많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로 했거든요. 게다가 업무는 가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었어요. 과거에는 내 쇼핑몰만 관리하면 됐지만, 이제는 외부 트렌드 조사, 각종 SNS 채널에 블로그도 해야 하고 각 쇼핑몰 플랫폼에 입점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배너, 디자인을 다 제각각 만들고 교체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저희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사에 자동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SaaS(서비스형 솔루션) 방식을 도입했고, 1년을 준비해 머신러닝 기반의 상품 추천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했어요.”

알파고가 등장해 이세돌 9단과 대결하며 인공지능, 머신러닝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것이 2016년이니 ‘아이클레이브’의 시도는 그보다 1년을 앞서 시작된 셈이다. 그렇게 1세대 온라인 쇼핑몰 기업은 아이클레이브라는 기술 기반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게 진행됐다.

“당시 시도한 데이터 기반 상품 추천을 적용하기 전에는 쇼핑 플랫폼 첫 페이지가 고객에 맞춰 개인화된 추천이 이뤄지지 못했어요. 디자인 된 영역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저희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려면 디자인의 추천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의 추천을 도입하려면 디자인 역시 자동화돼야만 했죠. 그래서 저희는 2017년부터 이미지와 디자인을 자동화해 개인에 맞춰 추천을 제공하는 기술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로보엠디(RoboMD)로 완성된 거죠.”

로보엠디로 100% 업무 자동화를 달성할 것

아이클레이브는 수년 전부터 진행된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 연구 개발을 통해 구축된 15가지 AI 알고리즘으로 초개인화 AI 복합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레이브)

당시 아이클레이브의 로보엠디 개발 계획은 정부 연구개발 사업에 지정되며 탄력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 자동화로 시작된 로보엠디의 목표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상품 추천, 디자인, 진열 등 전 과정의 자동화로 확장됐다.

이후 2019년 산업부 스타일테크 기업 선정, 2020년 인공지능공모전 스타트업워즈 유니콘상 수상, 2021년 팁스(TIPS) 선정, 2022년 KT K-DEAL 전략파트너사 선정, 올해 인텔리전스 어워드 지능형 서비스 대상, AWS SaaS Accelerator 등 성과가 이어지며 아이클레이브는 완벽한 AI 기술 기반 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기존 쇼핑몰 관련 사업을 정리하고 아이클레이브를 완전한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현재 아이클레이브는 카페24, 메이크 샵, 고도몰, 아임웹 등과 제휴해 로보엠디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KT의 유통 플랫폼인 ‘K-DEAL(K딜)’을 비롯해 마켓비, 지엠아이 등 대형 쇼핑몰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아이클레이브는 이제 ‘로보엠디’를 종합 플랫폼화해 다양한 SaaS 솔루션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진행된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 연구 개발을 통해 구축된 15가지 AI 알고리즘으로 초개인화 AI 복합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솔루션은 ‘로보엠디 상품진열’ ‘로보엠디 AI 상품 추천’ ‘로보엠디 AI 배너 디자인’ ‘로보엠디 배너’ ‘로보엠디 큐레이션’ ‘로보엠디 트렌드 인사이트’ 등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이러한 로보엠디 솔루션들은 현재까지 1000곳의 고객사들이 유료로 사용했고, 그 수는 매달 15%가량 증가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아이클레이브의 개발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새로운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각 솔루션은 지난 5월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했어요. 이미 운영 자동화 프로그램이 있는 상태에서 생성 AI의 등장은 저희에게도 너무 좋은 기회였죠. 그래서 이커머스 전용의 디자인 생성 솔루션인 ‘AI 배너’ 외에 텍스트 문구만 넣어도 이미지를 디자인해 주는 ‘AI 디자인’을 선보였어요. 이제는 추가적으로 모델의 얼굴까지 교체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죠. 번역 기능까지 추가돼 해외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또 지금은 AI 타겟팅 솔루션 론칭을 준비 중이죠. 개별 고객에게 노출되는 광고를 개인화해 타겟팅 할 수 있게 하고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솔루션이예요. 결국 쇼핑몰을 성공시키기 위한 과정에는 마케팅도 포함되는 거니까요.”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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