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어느덧 세 달 남짓 남은 상황이지만, 스타트업 투자의 혹한기라 불리는 어려운 시간은 지속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VC(벤처캐피탈)를 비롯해 국내외 투자 감소 등을 합치면 실질적은 투자는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혹자는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라고 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스타트업은 시리즈 A, B 단계의, 어느 정도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에서도 적잖은 신생 스타트업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으니 틀린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선배 스타트업들의 투자 감소의 파장이 신생 스타트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경미하다고 해도 그 여파와 마주하는 신생 스타트업의 체감도는 예상을 뛰어 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임팩트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소풍벤처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다음 창업주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지난 2008년 국내 최초 임팩트 투자사를 기치로 내세우며 설립한 소풍벤처스는 2016년 취임한 한상엽 대표 체제의 시작과 함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소풍벤처스는 시드팁스 운영사 선정에 이어 지난 6월에는 미국의 유력 VC 중 하나인 콜라보레이티브펀드와 지분투자 형식으로 파트너십을 맺으며 관심도를 집중 시키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소풍벤처스의 시선 역시 국내를 넘어 동남아로 향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소풍벤처스와 콜라보레이티브펀드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가지는 의미,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집중하고 있는 기후테크 투자의 목표와 비전, 창업가로 시작해 VC 대표로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한상엽 대표의 지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한국, 북미 시장과 동남아 시장을 아우르는 ‘딜 셰어 파이프라인’ 구축
한국의 로컬 VC인 소풍벤처스가 미국 VC인 콜라보레이티브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까지 국내 VC가 펀드에 출자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소식은 간혹 들려왔지만, 지분투자는 드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한상엽 대표는 “단순한 펀드 출자자를 넘어서 깊은 관계를 맺는 이해관계자가 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양사는 이번 투자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한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전략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한상엽 대표와 일문일답.
Q 소풍벤처스에 콜라보레이티브펀드가 지분투자를 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시장 관점에서는 어떤 변화의 징후나 조짐이라기 보다 하나의 사례 정도로 볼 수 있다. 우선은 소풍벤처스가 지향하고 있는 지점이 미국에서도 굉장히 유망한 투자사로 꼽히는 콜라보레이티브펀드의 방향과 일치했다는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의 로컬 투자사가 가지고 있는 전략이나 성과, 시장에 대한 계획 등이 크게 무리가 없다는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알다시피 전 세계 스타트업들은 결국 모두 미국으로 간다. 콜라보레이티브펀드로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북미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니, 소풍벤처스와 같은 전략적 파트너와 함께했을 때 시너지가 크다는 관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풍벤처스로서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딜의 후속 투자를 콜라보레이티브펀드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콜라보레이티브펀드로서는 아시아 지역의 커버리지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미 ‘딜 셰어 파이프라인’이 작동하고 있다. 서로 포트폴리오사를 대상으로 리뷰를 하고 미팅을 하거나 투자 검토를 하는 식이다.
Q 소풍벤처스의 글로벌 투자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나?
좀 거창하게 해석하자면, 한국의 투자 생태계도 좀 더 열린 태도를 갖고 글로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에게만 한국 시장은 너무 작고 글로벌 진출을 해야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내 투자사들도 결국은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되고, 그런 관점에서 합종연횡(合縱連衡)이 많이 일어나야 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소풍벤처스에게도 하나의 도전이다. 어떻게 돌아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아주 견고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콜라보레이티브펀드의 역할은 투자와 네트워크 연결이 주가 될 것이다.
기후테크, 임팩트 있는 글로벌 투자로 확대하는 중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현재 기준 대략 130여곳이 넘는다. 그 중 한 대표 취임 이후 투자 비중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2017년 흑자 전환, 2021년 팁스 운영사 선정에 이어 지난해에는 100억원의 기후펀드 조성 등 소풍벤처스가 이뤄온 성과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듯 다양한 도전의 과정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비로 ‘임팩트 투자’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임팩트 투자의 가치에 기반한 기후테크 역시 한 대표가 주목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Q 2016년 취임 이후 8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성과가 적지 않았는데 소회를 말하자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나 소풍벤처스가 모든 것을 다 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처음을 돌이켜보면 2016년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임팩트 투자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였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임팩트 투자가 뭐냐’는 거였다(웃음). 그런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ESG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바뀌었다. 이제는 자본 시장 내에서 ESG로 대표되는 소셜 임팩트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소풍벤처스가 자본이 어떤 임팩트를 추구해야 하는 가에 대한 사례 제공을 비롯해 레퍼런스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Q 임팩트 투자에 대한 가치를 넘어 성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듯한데?
초기에 임팩트 투자에 대해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모를 때는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단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그래, 임팩트 투자는 알겠는데 그래서 성공한 케이스가 있냐’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때는 실제 투자자로서 케이스와 숫자로 보여줘야 하는 단계였다. 이어진 세 번째 단계가 가장 중요한데, 사회적인 문제를 좀 더 크게 혹은 더 의미있게 해결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풍벤처스는 지금 이 마지막 단계를 제일 중요하게 보고 있다.
Q 최근 몇 년 간 집중하고 있는 기후테크 투자가 세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나?
그렇다. 현재는 기후를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작업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기후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이 문제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아주 훌륭한 기후테크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은 한국에서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게 되는 셈이다. 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문제를 더 빠르고 규모있게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좋은 기술 기업들을 빠르게 해외로 진출하게 도와서 문제 해결을 더 앞당기거나, 반대로 해외에 굉장히 훌륭한 기술이 있다면 역시 자본을 투입해 속도를 높이고, 심지어 한국으로 데려온다는 발상까지 해야 하는 것이 지금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남아 네트워크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Q 전체적인 투자 비중에서 기후테크는 얼마를 차지하고 있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기후 관련 투자 비중은 40% 정도다. 물론 최근 1~2년을 보면 50~60%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기후테크 투자는 일반 투자와 달리 중장기 투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소풍벤처스는 전체 기후테크 투자 건수의 60~70%를 리드하고 있다. 최근 3년은 연평균 30건 이상 투자가 이뤄졌다. 그 외에 현실적으로 소풍벤처스도 중단기적인 투자 수익이나 성과를 보기 위해서 아무래도 사이클이 빠른 ICT나 SaaS, 인공지능 분야의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그 역시도 UN에서 제시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 발전 목표) 관점을 차용해 최소한이나마 사회적 가치들을 지키려 하고 있다.
Q 매월 기후테크와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있나?
소풍벤처스는 과거부터 생태계 구축에 관심을 둔 투자사였다. 설립 초기부터 한국에 임팩트 투자의 개념을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세미나나 행사 등을 개최해 정부를 비롯해 투자, 학계 등 다양한 섹터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분야 별 사일로(Silo)를 무너뜨리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그 주제가 기후가 된 셈이다. 기본적으로 매월 기후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1년에 한번씩은 크게 기후테크 세미나를 열고 있다. 결국 기후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테크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창업가나 투자사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여러 섹터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프로그램들이 브랜딩이 되면서 자리가 잡히고 있다. 요즘은 프로그램을 진행 할 때면 수백 개 이상의 지원서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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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혹한기? 오히려 투자를 늘려
스타트업 혹한기라 불릴 정도로 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소풍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지원에 집중하며 차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한상엽 대표는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얼리 스테이지 투자는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시드, 시드 라운드는 여전히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Q 투자 혹한기라 불리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글로벌 통계를 봐도 위축된 것은 후기 투자다. 초기 투자는 여전히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소풍벤처스 역시 지난해 투자가 제일 많았다. 후속 투자까지 포함해 45건 정도된다. 올해 역시 30건 정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Q 임팩트 투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전체 스타트업 투자에서 비중이 적은 만큼 영향이 있지 않나 싶은데?
임팩트 투자사 관점으로 봤을 때 투자 위축이나 경기침체 영향이 산업 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 분야는 지난해 상반기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투자 금액 자체는 줄었다. 하지만 투자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기후는 세계적으로 각국에서 보조금이 쏟아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 SaaS 등의 분야는 상대적으로 덜 위축됐다. 전반적인 투자가 위축된 영향이 없지 않지만, 시장 트렌드를 봤을 때는 상대적으로 위축이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오히려 소풍벤처스는 몇 년 전부터 기후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현재를 더 호황으로 보고 있다.
Q 소풍벤처스의 경우 재무적 투자 외에도 액셀러레이터를 비롯해 창업가 육성과 발굴 사업 등 크게 세 파트의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 가지의 성격이 각각 다른 것은 맞다. 소풍벤처스의 목표는 이 세 가지를 얼라인시키는 것이다. 어느 한 파트가 따로 노는 상황이 되면 비용 구조가 굉장히 열악해 지지만, 이 세 파트가 얼라인이 되는 순간 상승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창업가를 새로 발굴하고 투자를 위해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기준은 100%는 아니라도 해도 기본적으로는 투자 가능성을 본다.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이 과정을 거쳐 선발된 팀은 최소 60~70% 이상 투자가 이뤄졌다. 그리고 사후 관리와 육성 지원 등도 사실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IR 지원이다. 소풍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 중에서 몇십개를 모아서 엄선된 투자사들을 대상으로 분기별 별도 진행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실제 투자 유치 성공률이 대폭 늘어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외에도 초기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나 PMF(Product Market Fit, 시장적합성)을 찾는 과정,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 등에 상당 부분 관여를 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