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태우 하눌컴퍼니 대표,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중간저작물 IP 거래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보컬플레이2’ ‘싱어게인2’ 출연, 소속사까지 있는 현직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와 스타트업 대표의 삶 병행
정치의 꿈 키우며 고려대 경영학과 입학, 군 시절 거치며 스타트업 결심… 어느새 3년차에 접어든 창업의 길
퀀트투자 분석 솔루션·자금세탁방지솔루션 개발,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 ‘브루브(BROOVE)’로 새로운 도전
한태우 하눌컴퍼니 대표. 만 스물여섯살의 3년차 스타트업 대표인 그는 싱어송라이터라는 또 다른 삶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테크42)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분야 든 한눈 팔지 말고 묵묵히 정진해 일가를 이루는 것이 성공의 방정식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시대보다 빨라진 기술 발달 속도로 인해 사회 변화의 주기 역시 급속도로 짧아진 것이다. 급기야 오늘의 신기술이 불과 1년 사이 새로운 기술에 밀려 쓸모가 없어지는가 하면 돌연 등장한 하나의 혁신적이 기술이 사회 모든 분야를 일시에 바꿔 놓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른바 ‘잘파세대(Z세대 알파세대의 합성어,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로 불리는, 스물여섯살의 3년차 스타트업 대표. 한태우 하눌컴퍼니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 또래의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답을 찾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중학생 시절부터 접한 음악의 끈을 이어가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키워간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아티스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와 병행하는 그의 또 다른 삶이다. 대학 시절 뜻이 맞는 멤버들과 함께 초기 핀테크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한 대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합작사까지 설립하는 성과를 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 ‘브루브(BROOVE)’를 선보이며 그간 보호받지 못했던 중간저작물 IP 거래 생태계를 만드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창업에 진심, “3년차 스타트업 ‘하눌컴퍼니’ 대표, 한태우 입니다”

하눌컴퍼니가 개발, 운영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 브루브(BROOVE).

“하나, 둘 새로운 시도를 거쳐 몇 차례의 피보팅을 이어가며 시장의 변화를 살폈습니다. 그러는 사이 ‘STO(증권형토큰)’가 허용되는 등 핀테크 분야에 새로운 이슈들 쏟아지며 정부나 기관 역시 특정 권리를 토큰과 같은 투자자산으로 거래하는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죠. 이러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거래되는 권리 중에서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시도해 보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러다가 제가 오래도록 이어오고 있는 가수 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찾게 됐습니다.”

한 대표와의 인터뷰는 하눌컴퍼니가 지난해 12월 오픈을 한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 브루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브루브는 상어송라이터로서 그의 경험이 반영된 플랫폼으로 그간 중앙화된 시스템 없이 거래가 이뤄졌던 ‘중간저작물 IP’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적절하게 공표하고 투명하게 모니터링·추적 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하눌컴퍼니는 음악/미술 분야에서 발생하는 비트, 데모, 아트워크 등의 중간저작물의 저작권 보호 범위를 확장함과 동시에 클릭 한번으로 관련 저작권 등록 및 공표, 법적 문서 생성이 가능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창작자를 위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로 만들어 전 세계의 창작자와 제작자, 투자자가 편리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하눌컴퍼니의 기술력은 창업 초기부터 시도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됐다. 당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한 대표는 뜻이 맞는 멤버들과 함께 창업팀을 결성 교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비정형 빅데이터 기반의 퀀트 지표 및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플랫폼 ‘어센드(a$end)’를 개발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텍스트화 돼 있는 비정형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바꿔 지표로 만든 후 퀀트에 적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다만 문제는 당시 투자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브루브는 중앙화된 시스템 없이 거래가 이뤄졌던 ‘중간저작물 IP’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적절하게 공표하고 투명하게 모니터링·추적 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이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장 상황에 맞서 하눌컴퍼니는 당시 파트너사의 제안을 적극 수용, 빠르게 첫 피보팅을 진행했다. 당시 크립토 업계에서 이슈가 된 자금세탁방지솔루션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솔루션 개발이었다.

“당시 파트너사가 제안했던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는 거래소와 은행간 거래가 아닌, 거래소와 거래소간 거래 시 적용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솔루션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코인 자체로 거래소나 지갑으로 이동시키는 트랜잭션에서 자금세탁방지를 하는 솔루션은 없었죠. 저희 역시 그 무렵엔 블록체인 분야는 투자자산으로만 접근을 했었고 시스템 분야는 이해도가 깊지 않았는데, 한 3개월 정도 연구개발을 하면서 ‘해 볼만 하다’고 판단했죠.”

그렇게 개발한 자금세탁방지솔루션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급기야 초기 제안했던 파트너사와 한 대표가 대표직을 맡는 합작법인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도는 하눌컴퍼니의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데이터와 보안에 전문성을 확보해 나간 과정이기도 했다. 이후 그러한 기술력은 하눌컴퍼니가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새롭게 진행한 ‘브루브’에 모두 담겼다.

1인 3역의 삶, 퇴근 후 이어지는 아티스트의 작업은 기본값

따지고 보니 한 대표는 하눌컴퍼니 외에 합작사 대표, 그리고 아티스트라는 1인 3역을 수행하고 있다. 하나만 해도 버겁기 그지없는 일들을 과연 어떻게 소화해 내고 있는 걸까? 한 대표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을 하면 보통은 잠시 쉬었다가 음악 작업을 하곤 해요. 간간히 미팅이 잡히거나 저녁 약속이 있을 때는 마치고 쉬기도 하고요. 워크(Work)-라이프(Life) 밸런스가 아니라 워크-워크가 일상이라 할 수 있죠. 크게 보면 스타트업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삶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한정 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려다 보니 길에다 시간을 버리는 것을 싫어해서 집과 작업실을 하나로 합쳤죠. 그 마저도 사무실에서 10분 이내 거리로 마련해서 이동 시간을 최소화했어요. 사실 전 중학생 시절부터 이렇게 살아왔어요. 늘 집이 학교 10분 거리 내에 있었고, 공부하고 밤에 집에 오면 새벽까지 곡을 만들었죠. 그런 삶이 제게는 일종의 디폴트(기본값)였던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로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일과를 마친 이후 음악 작업을 하는 일상을 이야기했다. (사진=한태우 대표 제공)
싱어송라이터 한태우로써 '싱어게인2' 무대에 설 당시. (사진=방송화면 캡처)

한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요즘 젊은 세대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인식은 성급한 일반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인터뷰 목적과 별개로 그가 보낸 지난 청소년기가 궁금해졌다. 사업을 하는 부모님을 둔 한 대표는 형, 누나와 15살 터울이 나는 늦둥이로 자랐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가 큰 변화를 맞이하던, IMF 시대에 태어난 그는 형, 누나 세대와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컸다고 한다.

“형과 누나는 유복하게 자랐지만, 제 경우는 좀 달랐어요. 부모님은 어려워진 사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셨고, 저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죠. 늦둥이였던 만큼 제게 큰 기대 보다는 ‘그저 건강하게 자라라’는 것이 부모님의 바람이셨고, 특별하게 강요하는 부분은 없으셨어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집중했어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누가 시키는 것보다는 뭐든 제가 찾아서 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신념이 있어서 정치인이 돼야겠다고 생각을 했고(웃음)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공부 외에 취미로 찾은 것이 기타를 치는 것이었고요. 그렇게 중학교 때부터 작곡하고 노래하던 것이 지금에 이른 것 뿐이죠. 돌이켜보면 감성적인 영역에서 창작을 해 온 것이 음악이었고, 이성적인 영역에서 창작을 한 것이 스타트업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또 한 대표는 그 과정에서 “부모님 세대나 삼촌 세대들이 믿어왔던 보장된 삶이나 사회 구조가 지켜줄 수 있는 직업의 안정성이 내 세대에는 무의미함을 느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 세대에게 중요한 건 어떤 학교를 나오고 엘리트가 되는 것 보다는 당장 5년 뒤, 10년 뒤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가장 빨리 살아남는 법을 찾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제가 주체가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또 한 가지 일만을 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 비해 라이프 사이클이 훨씬 짧아졌으니까요. 하나를 하다가 안되더라도 다른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느냐는 것이죠. 저는 목표치에 도달하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2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 두 가지를 해 나가는 인생이 좀 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은 남들보다 2배의 시간을 투자하면 더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지속적인 기능 고도화와 IP확보로 글로벌 플랫폼 만들 것

하눌컴퍼니는 현재 브루브의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국내 유수한 대학과 협력을 통해 관련 학과 학생들의 작품 IP를 확보하고 있다. 1분기 내에 목표로 하고 있는 IP는 1000개다. 장기적으로는 대형 기획사들도 참여를 유도해 규모를 키워갈 예정이다. 이렇듯 규모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기능적으로 IP 판매가 자동화되는 단계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한 대표는 브루브가 다루는 IP의 다양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앨범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 아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라이센싱을 하고 아티스트에게 정당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눌컴퍼니는 브루브를 모든 창작자를 위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로 만들어 전 세계의 창작자와 제작자, 투자자가 편리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희는 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완성된 저작물 이외에 모든 것을 ‘중간저작물’로 정의하고 있어요. 멜로디가 없는 트랙, 가사, 타이포그래픽이 들어가 있지 않은 아트워크 등이 모두 포함되죠. 이제까지는 민간에서 이메일을 통해 의뢰하고 거래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나 작가들은 대금이 지급받지 못하거나 저작권 유출이 되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어요. 저희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저작권 양도와 라이센싱 판매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브루브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이러한 시장은 비단 국내 뿐 아니라 해외도 포함되죠. 해외 시장과 연결을 시킨다면 제작자들 중심으로 이뤄진 시장을 바꾸고 크리에이터들이 정당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브루브는 판매자 푸시 마켓만 적용돼 있지만 향후에는 구매자가 의뢰도 할 수 있게 하는 콘테스트 기능을 개발 중이예요. 이후에는 브루브를 더욱 고도화해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내 작가들의 중간저작물 IP를 공급하고 단계적으로 해외 작가들의 중간저작물 IP도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저희 목표예요.”

인터뷰 말미, 한 대표는 자신을 믿고 젊음을 투자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보상해 주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이러한 브루브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탄탄하다. 우선은 IP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있다. 그 외에도 판매한 IP를 활용한 곡이 발매가 될 때는 연관된 저작권료의 30%가 지속적으로 수익으로 돌아온다. 인터뷰 말미,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한 하눌컴퍼니를 통해 한 대표가 꿈꾸는 최종 목표를 물으니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어의 입장에서 썩 달갑지 않은 말이다. 난감한 표정을 읽은 듯, 한 대표는 잠시 머뭇거리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속 이야기를 털어 놨다.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희 코파운더들이 8명 정도 되거든요. 그 친구들에게 서울에 집 두채 정도는 살 수 있는 돈을 벌게 해 주고 싶어요. 사실 회사를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를 믿고 젊음을 투자하고 있는 제 팀원들에게 그래도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는 보장해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이뤄지면 저는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요. 컴퓨터 분야일 수도 있고, 경영학을 좀더 공부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공부가 될 수도 있겠죠.”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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