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상진 세이클 대표 “정보 투명성을 담보로 한 방역·위생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 공부 후 마이크로소프트 프로덕트 매니저, 경영컨설턴트 거쳐
친환경방제로 사람과 환경 고려, 방역 전문가·앱 중심의 디지털 고객 경험 확대… 투명성 강화
창업 1개월 만에 스마트 방역·방제 서비스 선보이며 2개월 만에 손익분기점 넘어
확실한 것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방역에 대한 이슈는 이제 특정 시기가 아닌 일상에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다고 하지만 최근 다시금 감염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우려를 낳고 있다. 굳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라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외래 해충이 눈에 띄는가 하면 도심 한복판에 뱀까지 출몰하는 등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각 방역 업체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담은 방역 솔루션을 제공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방역에 대한 이슈는 이제 특정 시기가 아닌 일상에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작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방역을 했다는 그 사실에만 안도할 뿐 어떤 약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여부는 잘 알지 못한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분사식 방역 약품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일긴 했지만, 시급한 방역 이슈에 공론화되지는 못한 채 유야무야 넘어갔다. 개중 방역 방식과 약품 정보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전화로 문의하고 견적을 요청하는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지는 방역 시스템 내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방역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지난 2020년 5월 창업한 방역·방제 전문 스타트업 ‘세이클’은 이렇듯 방역 시장에 존재하는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창업 1개월 만에 세이클이 선보인 ‘스마트 방역·방제 솔루션’은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고, 그 덕분에 세이클은 서비스를 선보인 지 두 달 만에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들이 시도한 것은 단순했지만, 분명했다.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렀던 방역 의뢰 방식에 앱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서비스 일정 조회 및 신청, 소독 증명서 발급이 모두 앱을 통해 처리할 수 있게 했고, 어떤 약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고객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모두 공개했다. 이와 같은 투명한 정보 제공을 기반으로 한 세이클의 서비스는 창업 1년만에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와 같은 공유 오피스 기업을 비롯해 350여 고객사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세이클의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더 나은 위생관리가 더 나은 삶을 만든다’를 모토로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방식을 넘어 B2C(소비자 대상 비즈니스)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세이클의 현재진행형인 도전과 계획들을 창업자인 홍상진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더 나은 위생관리가 더 나은 삶을 만든다

인터뷰 첫 마디부터 홍상진 세이클 대표는 창업 이후 오롯이 고수해 온 자사의 가치, ‘더 나은 위생관리가 더 나은 삶을 만든다’를 언급했다.

“더 나은 위생관리가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저희 미션은 세 가지를 포함하고 있어요. 우선은 ‘세이클 프로’라고 불리는 저희 방역 전문가 분들이죠. 이분들에게 좋은 처우를 제공하는 것이 결국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부분이 화학적 방제가 중심이 되는데, 그렇더라도 좀 더 현장을 정확하게 진단해서 친환경 방제를 늘리고 물리적인 방역까지 적용해 사람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중심에는 늘 ‘고객’을 고려한다는 점입니다. 더 개선된 고객 경험과 편의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도 그 때문이예요. 결과적으로 디지털을 통한 고객 접근성이 개선될 때 더 많은 위생적인 공간이 만들어 지는 것이니까요.”

인터뷰 첫 마디부터 홍상진 세이클 대표는 창업 이후 오롯이 고수해 온 자사의 가치를 언급했다. 사실 창업 준비에 나선 2019년 이전까지 홍 대표는 방역 분야와는 꽤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그는 전문성을 살려 마이크로소프트 프로덕트 매니저, 다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모니터그룹의 컨설턴트로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런 그가 방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경험 덕분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해충 박멸 서비스를 알아본 것이 계기였어요. 방역 업체에서 방문 서비스를 받았는데 그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았죠. 비용도 적지 않은 데다가 수 개월간 반복적인 방역이 이어지며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방역이 이 수준이라면 내가 가는 식당, 사무실도 안심할 수 없겠다 싶었어요. 내 가족과 아이들까지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는 셈이니까요.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혁신과 개선의 여지가 많은 분야라는 생각이 강해졌고 내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더군요.”

직원들과 서비스 개선 방향에 대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홍상진 세이클 대표. (사진=세이클)

확신이 생긴 이후에 행동은 빨랐다. 하지만 섣부르지는 않았다. 결심이 선 홍 대표가 처음 한 일은 직접 방역 현장에 뛰어들어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고층 빌딩의 야간 방역도 불사하며 현장을 경험하고 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은 고스란히 세이클의 비즈니스 모델에 녹여 넣었다.

“처음에는 방역 분야에 이미 많은 종사자가 있는 상황이니, 이 분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잘 제공할 수 있게 돕겠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좋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일단은 직접 방역도 해보면서 현장의 경험을 반영한 사업 관리 솔루션을 만들기 시작했죠. 물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겪었고, 서비스 구성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했지만, 더 좋은 방역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원칙만은 변함이 없었어요.”

원칙을 세운 솔루션으로 방역 서비스의 질을 높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기존 산업에서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디지털을 접목해 혁신을 추구하며 해당 분야에 대명사가 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를 테면 배달하면 ‘배달의민족’, 영화나 드라마 시청을 떠올리면 ‘넷플릭스’, 택시하면 ‘카카오택시’가 떠오르는 식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홍 대표는 ‘세이클’을 방역하면 연상되는 대표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비자 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장의 문제까지 선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 돼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적잖은 도움이 됐던 것이 지난 창업 경험이다.

“첫 창업은 2012년 당시 꿈의 신소재라 불리던 ‘그래핀’을 제조하는 것이었어요. 2014년에는 국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했죠. 2017년에는 블록체인 분야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사를 설립하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을 거치면서 시장 조사나 전문가 네트워크와의 인터뷰 등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쌓이게 됐죠.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방역 분야에 이미 상장 기업까지 존재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사람들의 인식에서 소외돼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방역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세이클 프로. (사진=세이클)

결과적으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창업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세이클은 그해 하반기 한국투자벤처 매칭 펀드로부터 첫 시드투자를 받기 시작해 연이어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지난해 초 기준 20억의 누적 투자금을 확보했다. 현재는 후속 투자 유치가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홍 대표가 시도한 것은 세이클의 서비스를 전국화하는 것이었다. 수도권은 기본으로 한 상태에서 창원지사를 시작으로 대전지사가 문을 열었고, 호남, 충청, 강원 등 권역별 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와중에도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세이클의 핵심 가치는 ‘고객 경험의 확대’였다. 세이클이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그 의미를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선 세이클을 이용하는 고객은 앱을 통해 모든 것이 이뤄진다. 홍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셈이다.

세이클의 서비스 프로세스.

앱을 통해 고객이 상담을 요청하면 세이클 프로는 출동전에 카톡 알림을 보내고 사전 상담을 하게 된다. 세이클 프로의 방문 시 고객은 누가 언제 오는지, 또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세세히 확인할 수 있다. 방문 방역이 완료된 이후에도 고객은 서비스 만족도를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고, 방역에 사용된 약품과 실제 방역 조치 사항 등을 현장 사진이 포함된 ‘서비스 리포트’로 받아볼 수 있다. 홍 대표는 “고객의 입장에서 단 하나의 의문점이 남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예약된 일정 변경이 필요할 때도 카톡을 통해서 변경이 가능하고, 개인 고객은 물론 기업 고객에게 필요한 보고서나 증명서, 결제 내역 등을 한 번에 다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저희 앱을 통해 기업이 자사의 방역을 관리할 수 있게 투명화한 것이 특징이죠. 그 외에도 혹여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실시간 채팅을 통해 답변을 드리고 있고요.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는 고객 경험의 폭을 확연히 넓히고 있죠.”

B2B를 넘어 B2C로 확장 추진 중

가정집을 방문해 사전 점검을 하고 있는 세이클 프로. (사진=세이클)

세이클의 고객 디지털 경험 확장 노력은 최근까지 기업이나 방역 종사자들 중심의 B2B 서비스에 머물렀던 비즈니스 모델을 B2C로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대로 누구나 방역이 필요할 시 앱을 통해 쉽게 세이클의 서비스를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첫 단계에 불과하다. 홍 대표는 “서비스의 시작부터 끝까지 기존 방역 시스템을 넘어서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결국 해충을 방지하는 것이 저희 비즈니스의 메인인데, 대부분 약품을 활용한 화학적 방제를 하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해충 유입을 차단하는 물리적 방제가 필요할 때도 있어요. 간단한 수준이지만 시설을 보완할 필요도 있거든요. 이를테면 방충망 보강을 비롯해 창틀의 빗물 구멍, 하수구 등이죠. 특히 개인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자, 가정집 방제를 의뢰하는 개인 고객의 경우 그렇습니다. 이에 저희는 시설 관리까지 하는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죠. 특히 B2C 고객들은 서비스의 신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러 측면에서 니즈가 B2B 고객과는 좀 다르거든요. 그에 맞춰 최근에는 홈페이지 개편을 하기도 했고, 향후에도 B2C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방식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B2B와 B2C 시장을 아우르는 차별적인 고객 경험을 제시하는 세이클을 통해 홍 대표는 기존 방역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기업 수준의 방역 기업을 비롯해 중견 기업, 중소개인사업자 등으로 나름 규모를 갖춘 방역 시장이지만, 아직 고객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없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인터뷰 말미,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방역 시장 전반의 역량을 올리겠다는 홍 대표의 목소리에 남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편리성에 중점을 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들은 당연히 세이클의 서비스를 선호하게 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가 원하는 수준의 방역, 위생관리가 이뤄질 거고요. 그렇게 되면 기존 다른 업체들도 저희가 제시하는 수준의 방역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경쟁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위생, 방역 관리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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