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영택 소울엑스 대표, “예술과 기술의 결합,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XR 영상 솔루션을 만들고 있죠”

전문가 중심 영상SW 한계 넘어 누구나 상상력 만으로도 XR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할 것
크리에이터에게 표현과 공간의 자유 제공하는 시도, 아티스트와 대중이 직접 소통하는 환경 꿈꿔
인문학적 가치를 담은 영상 합성 스튜디오 솔루션 ‘엑스룸’,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고도의 기술력 담아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황 대표는 14년여 동안 3D 미디어 콘텐츠, 창작물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사진=소울엑스)

틱톡, 유튜브 등의 영상 플랫폼의 글로벌 이용자가 수십억을 돌파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80%에 달하는 4100만명 이상이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 플랫폼들이 만들어 낸 또 다른 혁신은 누구나 자신이 만든 영상을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오늘날을 ‘크리에이터의 시대’라고 일컫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 분짜리 영상 조차도 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적지 않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크리에이터가 영상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데 걸리는 평균 제작시간은 17시간, 제작에 사용하는 툴은 2~3개에 달한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메타버스 공간에 적용되는 3D를 비롯해 XR(확장현실), VR(가상현실) 등의 영상 제작은 기술·자본집약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이러한 영상 제작의 어려움은 여전히 일반 크리에이터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소통의 자유와 크리에이터로서 공간의 자유를 주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개념의 영상 제작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지난 2019년 3월 창업한 소울엑스가 그 주인공이다.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공간과 표현의 자유를 제공

소울엑스의 '엑스룸' 관련 다양한 시연 사례를 담은 영상. (영상=소울엑스)

소울엑스는 XR 기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문화·예술·경험의 가치를 담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자, XR 영상제작 솔루션 ‘엑스룸(XROOM)’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표방하는 가치는 ‘이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공간과 표현의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오랜 개발 과정을 거친 엑스룸은 그러한 소울엑스의 시도를 구체화한 결실이다. 소울엑스는 자사의 사업 분야인 XR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도 이 엑스룸을 활용하며 여러 기업과 PoC(기술증명) 협업을 이어갔다. 이어 오는 7월 글로벌 게임 유통 시스템인 ‘스팀(Steam)’에 상용화한 엑스룸의 베타버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뉴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소울엑스에서 만난 황영택 대표는 “7월 엑스룸 베타버전 공개를 앞두고 완성도를 높이는 막바지 작업과 홍보 계획 등 여러가지 일들을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라며 소울엑스가 표방하는 가치를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방송국과 같이 특정 주체에서 영상 등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시청자들은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시청자였던 일반인들이 직접 영상을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소상공인들조차 라이브 커머스나 소셜미디어 등으로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있죠. 미디어로 홍보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활동이 힘들어지는 시대가 온 셈이예요. 이렇게 영상 콘텐츠 제작이 대중화되고,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영상 제작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이 여전히 전문가 위주로 돼 있다는 거예요. 빠르게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툴들은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하고, 수백만원, 수십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사용할 수 있죠. 유튜브를 비롯해 틱톡 등 유통·홍보 채널은 바뀌고 있는데 정작 영상 제작 기술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예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는 일반인도 쉽게 사용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엑스룸’으로 명명된 소울엑스의 영상 제작 솔루션은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미지=소울엑스)

물론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기초적인 영상 편집이 가능한 툴들이 다수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울엑스가 지향하는 솔루션은 단순 편집 기능을 넘어, 3D, XR 영상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그간 고사양의 장비·스튜디오 등의 인프라와 적잖은 비용·인력을 투입해야 제작이 가능했다. 또 기존 대부분의 솔루션이 복잡하고 사용하기 쉽지 않아 비전문가는 시도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황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엑스룸’으로 명명된 소울엑스의 영상 제작 솔루션은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사용자는 필요한 기능을 드래그앤드롭으로 쉽게 세팅해 자신만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즉 앞서 언급된 ‘공간과 표현의 자유’란 사용이 어려워서, 혹은 비용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반 크리에이터의 고품질 영상 제작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영상 제작 베테랑의 문제의식과 경험을 반영했다

소울엑스가 표방하는 가치는 창업자인 황영택 대표의 지난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황 대표는 14년여 동안 3D 미디어 콘텐츠, 창작물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백남준미디어다리(Paik Nam June Media Bridge) 프로젝트, 리인벤터 파리 도시혁신 국제공모 프로젝트(Reinventer Paris” Competition for Innovative Urban Projects)를 비롯해 가상공간 시뮬레이션과 같이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콘셉트 마스터플랜 및 3D 시뮬레이션 테크니컬 디자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기술과 전문성으로 둘러 쌓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에 주목했다.

“소울엑스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유튜버와 같은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하는 영상에 관심이 갔어요. 그러면서 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알게 됐죠.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 주인공도 중요하지만, 그 주인공을 어필하기 위한 배경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일부 예산이 넉넉한 사람들은 스튜디오를 빌리거나 공간을 꾸미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프라이빗한 공간이 그대로 노출된 환경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더군요. 이들에게 게임엔진과 3D 기술을 활용해 쉽게 고품질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어요.”

소울엑스 창업 이후 그러한 생각은 단순히 일반 크리에이터 영역을 넘어 황 대표가 몸담고 있던 전문가 영역으로도 확장됐다.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유독 3D 디자인·아트는 대중과 직접적인 소통 대신 제작 비용을 제공하는 대기업에 종속돼, 용역 형태로 왜곡돼 있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었다.

올해 1월 6일 CES 2023에서 K-STARTUP 데모데이 기업 IR 피칭을 하고 있는 소울엑스. (사진=소울엑스)

“뮤지션이나 다른 아티스트들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어필하고 인정받아 스스로 시장을 만들지만, 3D 아티스트들의 작업은 거의 대기업들 중심으로 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말이 아티스트지 결국은 그들이 수정을 요구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죠. 이러한 문제는 저희가 ‘엑스룸’ 솔루션을 통해 최종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것이기도 해요. 일반인들이 상상력만 있어도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시장의 니즈도 해결하면서, 3D 아티스트들이 대중과 직접 연결되고 자신의 창작물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신의 아이템과 콘텐츠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게 돕는 거죠.”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 황 대표의 도전은 예상을 넘어선 반응을 접하며 힘을 얻고 있다.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새로운 솔루션, 서비스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일부 직역의 상황과 반대로 영상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기득권 수호 보다는 창작 의욕을 가로막는 한계를 극복해야 정체돼 있는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기업인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예전에 백종원 대표님이 한 방송에서 고급 요리 전문가, 평론가들이 ‘음식을 너무 가볍게 만든다’는 의견을 반박했던 말이 있어요. 초보자가 세발 자전거부터 시작해서 사이클을 타듯이 사람들이 맛을 알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대중화 시장이 형성돼야 전문가도 양성되는 거라고 하셨죠. 영상 콘텐츠도 결국 마찬가지예요. 만드는 즐거움을 먼저 느낄 수 있도록 해야 그 중에서 나중에 3D, 무대 디자인, 영상 기획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전문가들이 탄생하는 거죠. 즉 대중화와 전문화는 다른 개념이 아니고 함께 시장을 만들어 가는데 밀접하게 연계 돼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와 창업가의 괴리감 좁히며 균형 찾아

소울엑스에 앞서 황 대표는 개인사업자를 내는 방식으로 창업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초기에 겪은 시행착오는 소울엑스 경영에 교훈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아티스트와 스타트업 대표라는 입장 차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균형감을 찾은 것이다.

“퀄리티를 중시하고 콘텐츠의 본질을 느껴야하는 작업자의 시각과 비즈니스에서 퍼포먼스를 내야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하는 사업자적 관점의 괴리감이 처음에는 크게 느껴졌죠. 하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며 이 두 가지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콘텐츠로서 본질을 찾고 의미를 가지려면 사람들이 봐줘야 하죠. 또 사람들이 보게 하려면 그 눈높이에 맞춰야하고요. 또 그 눈높이는 기술적인 완성도, 이를테면 픽셀의 정확한 위치를 맞추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요즘 유튜버 분들을 보면서 많이 느끼고 있어요. 경우에 따라 시각적 영상 없이 소리만으로 혹은 스토리가 전혀 없이 시각적 효과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잖아요. 즉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은 본질을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황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일종의 불일치랄까? 앞서 비전문가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함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높은 퀄리티의 영상, 다양한 방식의 영상 제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능들이 빠짐없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복잡해 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직면하는 셈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런 의문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갖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아요. 겉에서보면 버튼이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단순하고 심플해졌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세계관과 네트워크, 기술이 집약돼 있죠. 과거의 휴대폰보다 훨씬 많은 기능이 더해졌지만 방식은 어렵지 않게 한 것이 핵심이예요. 엑스룸도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게임과 비슷한 UX, UI를 가지고 있고, 드래그 앤 드롭으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 각각의 에셋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부터 시작해서 기술적인 고도화가 필요하죠. 기능을 단순화시키고 사용하기 편하게 하면서도 원하는 기능을 쉽게 찾게 한다는 것은, 시각적으로 단순함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의 기술은 더욱 디테일하고 치밀해져야 해요. 그런 것을 반영한 것이 저희 솔루션이고요.”

소울엑스가 걸어온 지난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기술특허 출원 등 쉼 없이 솔루션 개발을 이어오는 한편으로 수많은 정부 지원사업을 비롯해 공모에 도전을 거듭하며 성과를 내 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지속적인 검증과 확인을 이어온 셈이다. 황 대표 역시 이에 동의하며 말을 이어갔다.

엑스룸으로 구현하는 'VIRTUAL STAGE'. (이미지=소울엑스)

“기업의 목적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니 최종적인 저희 목표 역시 제품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검증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경제적인 관점에서 지원사업은 절대 수익을 추구를 위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런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이 저희가 가져야할 정체성 중 하나라고 본 거죠. 시장의 검증을 받고 매출이 발생할 때의 보람, 지원사업을 완벽하게 수행했을 때 보람,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을 때 보람, 이 세 가지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소울엑스라는 사명은 영감을 주는 솔루션이라는 의미의 ‘소울웨어(Soulware)’와 ‘경험(experience)’을 더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소울엑스의 작업을 황 대표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했을 때 부가가치가 극대화 될 것”이라며 인문학적 관점에서 적용되는 기술의 목적과 본질을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함께하는 멤버들도 다층적인 경험을 보유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개발자, 기술적인 이해도가 높은 디자이너 등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의 기능적인 면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기능이 사람들에게 필요한지, 왜 사람들이 이 솔루션을 써야할까에 대한 인문학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영역 외에 반대 분야 역시도 경험을 해 보신 시야가 넓은 분들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소울엑스의 도전은 현재진행중이다. 7월 엑스룸의 베타버전 이후로도 혁신은 지속될 것이고, 변화도 이어질 것이다. 물론 변치 않을 것이라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황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의 삶과 미디어의 관계를 고려한 방향성’이다. 또 인터뷰 내내 강조된 ‘크리에이터에게 표현과 공간의 자유를 주겠다’는 목표 또한 변치 않을 것이다. 그러한 기대는 황 대표의 마지막 말에서 확신으로 다가왔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시대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예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UI, UX를 바꾼다거나 기능을 더하고 빼는 것은 언제든 열려 있어요. 단편적인 기능에 집착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향후 인간의 삶과 미디어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5년, 10년 후에도 공간과 표현의 자유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저희의 고민이죠.”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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