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톡은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 많은 이들이 한 번쯤 이용해 봤을 법한 서비스가 바로 ‘선물하기’다.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다양한 선물을 간편하게 보내는 ‘선물하기’는 2010년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론칭하면서 사실상 시작된 서비스다.
초기 케이크, 치킨 등 모바일 상품권에 한정됐던 선물하기 서비스는 이제 일반 상품을 비롯해 식품, 고가 명품까지 아우르며 200만개에 육박하는 제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거래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쿠팡, 네이버 등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한국의 모바일 선물하기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중 시장 규모와 유통되는 제품 품목 등 여러 면에서 한국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미국은 의외로 여전히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려면 배송지를 확인해 기입해야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에 이민, 비즈니스, 유학 등의 이유로 가족·지인 등이 가 있을 경우 한국에서 무언가를 보낼 때도 이런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창업한 스타트업 ‘짠코리아’는 이러한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글로벌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 ‘ZZAN(짠)’을 선보이며 보무도 당당하게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판 카카오톡 선물하기, 시장에 최적화 서비스 로드맵은?
짠코리아는 지난해 글로벌 VC 앤틀러 코리아가 한국에서 처음 시도한 1기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핵심은 주소를 알지 못해도 가족 및 지인에게 온라인, 모바일 앱을 통해 선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시장 특성에 최적화된 서비스 전략이 반영됐다. 미국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넓은 지역에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용하는 SNS, 메신저도 다양하다.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카카오톡이라는 하나의 채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짠코리아의 글로벌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는 미국인이 사용하는 다양한 채널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짠코리아는 시장 진입 초기로, 자체적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물을 받는 상대가 주소를 입력했을 때 스크래핑으로 가져와 소개된 해당 업체에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즉 ‘결제-배송지 기입 없이 선물하기-수령자가 주고 기입-주문’의 프로세스를 갖춘 것이다. 배송은 업체에서 알아서 진행하니 짠코리아로서는 관리 리스크도 최소화한 셈이다.
앤틀러 프로그램 졸업 후 현재 입주하고 있는 강남 오렌지플래닛에서 만난 짠코리아의 황태웅 대표(비즈니스 리드)는 “우선 최대한 상품군을 늘리고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행태를 보고 있다”며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선물하기는 상품을 결정하기도 어렵고, 더구나 아이템 자체가 적게 형성돼 있으면 이탈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최대한 상품군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상품과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세일즈를 통해 입점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함께 자리한 우영민 공동창업자(제품 리드)는 “초기 배달 앱들의 서비스를 생각하면 플로우가 이해 될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지금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도 각 제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도 처음에는 모든 브랜드를 입점시킬 수 없으니 중간자 역할을 하며 고객에게 받은 주문을 대리주문 하는 형태로 시작했어요. 고객에게 주문을 받은 앞 단의 프로세스가 끝나고 나면 실제 각 브랜드사에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 된 거죠. 저희도 초기 서비스인 만큼 많은 입점사를 가지고 시작하기 어렵다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우선은 스크래핑으로 정보를 다 가져온 다음 이용자 주문 정보, 제품 수령자 정보 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대리 주문을 넣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어요.”
짠코리아에 따르면 이러한 스크래핑 방식은 API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절차적 문제는 없다. 아마존 등을 대상으로 일종의 ‘구매 대행’을 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는 단순하지만 서비스 주 무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타깃 시장의 규모 역시 남다르다. 미국의 개인 간 온라인 선물 시장은 약 2300조원에 달한다. 특징적인 현상은 크리스마스 등 연휴, 명절 시즌 거래액이 124조원 정도로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짠코리아가 타깃으로 삼는 시장은 이중 얼마를 차지할까?
황 대표는 “큰 마켓플레이스를 제외하고 짠코리아가 선점할 수 있는 리테일러로 좁혔을 때 공략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8조원가량”이라며 “얼리스테이지 혹은 시리즈 A 단계에 있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나서고 있지만, 배송지 입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앤틀러 프로그램 당시 짠코리아는 단기간에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빠른 검증에 돌입했다. GTM(시장진입전략)을 이용한 서비스 프로덕트를 출시해 초기 유저를 확보하고 1주일 후 웹 버전을 만들어 프로덕트 헌트에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오늘의 프로덕트’ 6위, ‘주간 최고 유저 경험 프로덕트’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짠코리아는 지속적으로 기능이 개선된 버전을 선보이며 상품의 구매 전환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황 대표는 “선물하기 이유를 찾아 주며 고객을 늘려 나가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여러 테스트 결과 특징적인 것이 발렌타인데이 때 광고 효과가 좋았어요. 그 과정을 통해 선물하기에도 정확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유가 강력할 때 행동으로 이어지는 점, 그리고 그 이유를 저희가 직접 찾아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웹 앱 베타버전으로 시도된 짠코리아의 서비스는 현재 MAU(월간활성이용자) 6000명 수준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중 60%가 미국 현지 고객이며, 나머지가 미국 내 가족·지인을 둔 한국 고객이다. 이와 함께 짠코리아는 모바일 앱 버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오는 5월부터는 미국에 본사를 이전하는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비스 개발 등의 연구 파트는 한국 지사에 두고 세일즈와 마케팅 파트는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B2C 서비스라는 점에서 현지화가 중요한 만큼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 케이스는 대부분이 B2B 였어요.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으니 문화 등의 미세한 요소를 많이 고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죠. 이에 비해 저희 서비스는 B2C라는 점에서 디테일한 요소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해요. 사람도 알아야하고 문화, 현지 커머스 생태계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하죠.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결국 미국 속에 들어가야 해요. 투자 등의 이슈도 있지만, 결국 이 서비스를 만드는 코어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본사를 미국에 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의 꿈과 ‘메이커’ 중심의 관계형 서비스의 고민이 만났을 때
황 대표는 어린시절 발명가가 꿈이었다. 해외 각지에서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필리핀, 호주, 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웠다. 본격적으로 창업에 관심이 생긴 것은 고등학교 무렵 기숙사 친구들과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두고 이야기하는 재미에 빠지면서 부터였다. 자연스럽게 창업을 배울 수 있는 대학 진학을 모색했고, 이는 미국의 ‘창업 명문’으로 꼽히는 뱁슨칼리지 입학으로 이어졌다. 뱁슨칼리지에서 ‘창업학’을 공부한 황 대표는 “학교 수업 자체가 실질적인 창업 과정을 직접 진행해 보는 것의 연속이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뱁슨칼리지의 특징은 1학년 때 모든 학생이 창업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실제 경험해보니 저랑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저 역시 창업을 했죠. 각 브랜드마다 나오는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을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소셜 비딩으로 선보이는 서비스였어요. 나름 그때 첫 엑시트를 경험했죠(웃음).”
우 리드의 경우는 한양대학교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끌린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국내에서 창업 사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학교에서 재학 중 창업해 수억의 매출을 만들어 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적잖은 자극을 받았고, 그녀 역시도 3학년 무렵부터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주제로 한 창업을 시도했다. 앤틀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 즈음이었다. 목적은 한창 진행 중인 서비스를 함께할 공동창업자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하는 에이전시 사업을 하기도 했고, 앤틀러 프로그램에 합류 직전까지는 6~7개월 정도 풀타임으로 관여해 진행한 사업이 있었어요. 스포츠 분야에서 SaaS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합해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 개발이었죠. 그러다가 황태웅 대표를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만난 거예요. 제 조건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메이커 기반의 팀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고 참여한다면 제가 100% 공감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황 대표의 아이디어는 제가 공감하는 ‘관계’를 중시하는 부분, 글로벌한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부분에서 가장 와 닿더군요.”
황 대표의 커피챗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논의는 결국 앤플러 프로그램 3주만에 팀 결성으로 이어졌고, 2억원의 시드 투자에 성공하며 사업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김민서 R&D 리드, 케빈서 백엔드 개발 담당이 합류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빠른 실행이 특징인 팀 컬러는 더욱 짙어졌다. 빠르게 개발하고 검증하고 개선을 거듭한 성과는 창업 5개월여 만인 현재 서서히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우 리드는 “프로그램 초기에 굉장히 빨리 팀이 구성됐고, 사업 방향도 큰 줄기 아래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흔들림이 없었다”며 지난 소회를 털어 놨다.
“이전까지 제가 경험한 창업 과정과 비교했을 때 앤틀러 프로그램에서는 확실히 다양한 요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되죠. 초기 PMF(Product-Market Fit, 시장 적합도)를 찾기 전에는 늘어지기 쉬운데, 앤틀러는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어드바이징을 해주면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앤틀러 프로그램을 졸업한 팀은 이후 앤틀러 커뮤니티에 속해 글로벌 각지의 모든 앤틀러 지사, 스타트업과 연결되는 혜택을 얻게 된다. 실제 짠코리아는 앤틀러 코리아의 주선으로 몇몇 글로벌 VC와 후속 투자 유치를 논의하고 있다. 미국 본사 이전 과정에서도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뷰 말미, 황 대표는 “짠코리아만의 커머스 기반 관계형 서비스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저희의 큰 목표는 넥스트 소셜이에요. 마이스페이스 등이 1세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2세대, 틱톡이 2.5세대라면 3세대는 커머스 기반의 소셜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소비자들, 그 중에서도 젠지(GenZ)들이 매일 같이 쓰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선물도 주고 받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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