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술 변화의 속도는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어제의 기술은 오늘 구닥다리가 되고 오늘 활용했던 것이 내일이면 다른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기 일쑤다.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스킬 업을 하지 않을 경우 사람 역시 도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의 홍수 속에 그 많은 기술 변화와 신문물을 모두 체크하고 내재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개인의 커리어와 관련된 경우라면 관심과 노력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성장하는 산업이 HRD(인적자원개발) 분야다.
이 분야에서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기 ‘리더십 강화’ ‘창의력 키우기’ 등 수치화하기 힘든 소프트 스킬 중심으로 진행되던 교육 콘텐츠는 점차 업무의 디지털화 추세에 발맞춰 컴퓨팅, 데이터, 딥러닝 등 ‘배워서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하드스킬(실무스킬) 콘텐츠로 중심 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직무능력을 수치화해 측정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기존 산업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러닝스푼즈’다. 단순히 실용적인 직무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데이터화해 고도화된 HR 솔루션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업계 후발 주자로 시작해 놀라운 속도로 HR 분야 비즈니스 확장에 나서는 러닝스푼즈의 이창민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그간 해결해 온 직무교육 시장의 페인포인트(pain point)와 함께 창업에 얽힌 스토리를 두 편에 걸쳐 소개한다.
후발 주자인데… 콘텐츠 가격이 평균 2배 이상이라고?
과거 기업의 인력 채용 방식은 대규모로 선발해 집단적으로 직무 교육을 하고 업무에 투입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직무와 관련된 능력을 키우는 과정은 선배 직원들에 의한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적어도 아날로그 시대에는 그랬다.
하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업무 방식의 혁신이 일어나고, 디지털에 기반한 새로운 직무 스킬이 등장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이른바 공채가 줄고 팀 단위 수시채용이 늘어나며 선배들이 알지 못하는, 더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미리 습득한 채 입사하는 신입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비율은 좀 더 어리고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일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는 ‘선배들에게 배울 것이 없어지는’ 시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또 달라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 변화가 너무나 빠르게 이어지는 탓에 1990년대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 역시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른바 ‘평생학습’이 일반화된 시대로 접어들며 직무교육 콘텐츠에 대한 니즈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창민 러닝스푼즈 대표는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고 한 사람이 소화해야 할 업무량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스킬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러닝스푼즈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태어났을 때 신생아 출산이 60만명대였다면 지금은 20만명대로 급감했습니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이 세대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시점이 되면 취업과 채용은 더 어려워 질 거예요. 거기에 기술이 발전하며 대학 등의 교육기관과 기업 간의 간극은 더욱 커지고 있죠. 저희는 그러한 간극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회사입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격차의 발생은 회사 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10여년 전만해도 ‘엑셀’ ‘파워포인트’ 등만 다루면 취업이 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신입사원이 파이썬(C언어를 기반으로 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과 같은 것은 기본적으로 학습이 돼 있는 상태로 입사하는 시절이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실제 많은 기업들이 향후 5년 내에 ‘조직 내 스킬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진단했다.
“해법은 결국 직원 재교육이지만, 문제는 최근까지 HRD 시장의 콘텐츠와 시스템이 모두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거죠. 수요 측에서는 당장 업무에 적용한 스킬이 필요한데, 공급은 대부분 리더십이나 세일즈 노하우와 같은 소프트 스킬 위주 콘텐츠로 이뤄졌어요. 두 번째로는 시스템 적인 문제인데, 하드스킬 교육을 받더라도 수강 여부만 체크할 뿐이었다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창업한 러닝스푼즈는 우선 고객들의 필요로 하는 콘텐츠 니즈에 집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5년만에 1200여개 콘텐츠 오픈, 4만3000명 이상의 이용자 확보, MAU(월간활성이용자) 10만 확보 등의 성과를 이룬 것이다. 오프라인 교육에서 시작해 온라인 라이브, 온라인 IP확보 등 실무 콘텐츠 확보로 시작된 러닝스푼즈의 성장 로드맵은 현재 HR 솔루션 개발을 동력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로 ‘콘텐츠 품질’을 꼽았다.
“저희 콘텐츠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2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포지셔닝 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죠. 전체 이용자 중 30대 남성의 비율은 43%에 달합니다. 연봉 5000만원 이상의 이용자가 49%, 연봉 1억원 이상의 이용자는 16%에 달하죠.”
콘텐츠 차별화, 어떻게 성공했나?
창업 초기, 이미 선발 주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차별화는 러닝스푼즈 역시 고민이었다. 이 대표가 집중한 것은 ‘사용자의 니즈’와 ‘업계의 트렌드’ 두 가지였다.
“저희의 강점은 오프라인 수업이예요. 오프라인을 통해서 연 1만명 정도의 인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죠. 중요한 것은 고객들을 만나 소통을 하는 것이었어요.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수업 수강고객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묻죠. 그러면 ‘요즘 물류투자가 뜬다’ ‘데이터 투자가 핫하다’며 그와 관련된 교육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그렇게 고객을 대상으로 현업 트렌드를 파악하고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300명 이상의 강사 풀을 통해서도 새로운 콘텐츠나 피드백을 받아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해요. 고객들이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20만원 정도를 투자하는 고관여 제품인 만큼 실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시작을 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온오프라인 소통을 통해 콘텐츠 퀄리티를 높여왔죠.”
그 외에도 러닝스푼즈는 이커머스, 게임 등 각 IT업계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실무진과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현업인이 제공하는 실무교육이니 만큼 이용자의 만족도 역시 높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디스코드 등을 통해 취합된 이용자 소통 데이터를 비롯해 온라인 접속 데이터 등을 활용해 콘텐츠 성공율을 올리는 시스템을 구축해 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직무교육을 넘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사·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실제 러닝스푼즈의 다음 스텝이기도 했다.
>>[인터뷰] -2편- 이창민 러닝스푼즈 대표 “데이터 기반 HR 솔루션으로 진화, 직무교육을 넘어 인사·채용의 혁신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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