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편- 이창민 러닝스푼즈 대표 “데이터 기반 HR 솔루션으로 진화, 직무교육을 넘어 인사·채용의 혁신 만들 것”

커리어 트랙을 고려한 스킬 업, B2C로 입소문…사스형 B2B HR솔루션으로 스케일업 진행중
열정 인턴 시기 거쳐 증권맨으로 근무, 필리핀 영어교육 사업으로 첫 창업 경험 쌓아
콘텐츠 비즈니스의 한계 B2B로 극복하고 내년 흑자 전환, 데이터 자동화로 HR 비즈니스 확장

깊어지는 HR 담당자들의 고민, 기술로 해법 제시하다

이창민 러닝스푼즈 대표는 “이제까지 많은 기업에서 HR은 정성적인 경험으로 운영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사진=테크42)

러닝스푼즈 이용자 데이터는 최근의 채용 시장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예가 되기도 한다. 젊은 고액 연봉자일수록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도 새로운 스킬 습득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들은 새로운 스킬이 내재화되면 이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는 기업의 HR 담당자로서는 여간 고민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소위 취업준비생이 몰리는 ‘잘나가는 기업’은 예외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절대 인력채용도 어려울 뿐더러, 과정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것만으로는 채용한 직원의 해당 업무 숙련도, 적합성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러닝스푼즈는 직장을 다니는 개개인의 니즈를 넘어 기업의 니즈를 반영한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제까지 많은 기업에서 HR은 정성적인 경험으로 운영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직원 교육과 관련된 HR 담당자들의 고민은 큰 차이가 없어요. 직원마다 필요한 스킬이 다른 상황이니까요. 또 스킬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싶어하죠.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려면 수백명, 혹은 몇 천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보유한 각각의 스킬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만 전혀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죠. 즉 채용은 물론이고 직원들을 교육하고 인력을 배치하고 신입사원의 퇴사를 막고, 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스킬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회사 내에서 성장이 가능하는 것을 알려주는 커리어 로드맵을 하드 스킬 콘텐츠와 함께 제시해야 해요.”

HR 애널리틱스 적용 시 변화. (이미지=러닝스푼즈)

이에 러닝스푼즈는 온보딩 교육과 임직원 교육을 위한 콘텐츠 제작과 공급에 더해 역량 평가와 인력 계획이 가능한 HR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 앞서 이 대표의 말처럼 HD 부서의 정성적인 경험으로 운영됐던 것을 임직원 스킬 DB 구축, HR 애널리틱스가 가능한 자동화 솔루션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른바 HR 영역의 밸류체인 확장 전략이다.

“저희와 같은 HRD 콘텐츠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는 결국 콘텐츠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다는 말이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B2C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신규 콘텐츠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것이 이 업계의 딜레마였죠. 대부분이 매출 상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적자도 늘며 재무적인 마이너스 비율은 정체되고 있어요. 그래서 러닝스푼즈는 콘텐츠 라이프 사이클을 극대화 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성공한 콘텐츠 IR를 확보하고 온라인을 통해 기업 고객에게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했죠. B2B 영역, 즉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직원 역량 평가와 인력 계획을 자동화하는 HR 솔루션이 함께 제공될 때 그러한 콘텐츠 라이프 사이클은 최대로 확장됩니다.”

성장 로드맵 2단계, 스택으로 승부수

스택(STACK)로 명명된 러닝스푼즈의 기업 대상 B2B HR 솔루션은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제공된다.

스택(STACK)로 명명된 러닝스푼즈의 기업 대상 B2B HR 솔루션은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제공된다. 단순히 직원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교육이 회사 비즈니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추적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직원 포지션 별 커리어 트랙에 따라 어떤 하드 스킬을 부여해야 하는지부터 시작된다. A 직원에게 어떤 스킬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해당 교육을 진행하면 그 직원은 향후 해당 스킬이 필요한 영역의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이후에도 해당 업무와 관련된 하드 스킬 평가가 이어지며 A 직원의 보유 스킬 DB는 자동으로 구축된다. 이 모든 과정은 시계열 데이터로 시각화돼 제공된다. 한 직원의 스킬 성장을 추적하고 데이터화 한다는 것은 회사 전체 직원의 스킬 분포도 역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사에 부족한 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채용 및 배치를 보다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락인 효과(Lock-in effect, 한번 사용하면 쉽게 다른 서비스로 변경하기 어려운 현상)가 엄청날 듯하다. 이러한 밸류체인의 또 다른 특징은 엄청난 데이터 또한 확보된다는 것이다.

데이터화 된 직원 스킬 분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미지=러닝스푼즈)

현재 베타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는 러닝스푼즈의 HR 솔루션 ‘스택’은 내년 중 공식 론칭을 목표로하고 있다. 그 사이 러닝스푼즈의 비즈니스 비중은 초기 콘텐츠 품질로 승부한 B2C 영역에서 빠르게 기업 대상 B2B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택을 통한 자동화가 완성될 경우 러닝스푼즈의 B2B 고객 수용력은 큰 폭으로 증대될 전망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기회를 만드는 방식, 대학시절부터 시작됐죠”

한참 러닝스푼즈의 성장 로드맵을 듣다 보니 이창민 대표의 지난 이야기가 궁금해 졌다. 들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스토리가 나왔다. 10대 시절 이 대표는 막연히 글로벌 무대에서 일하는 것을 꿈꿨다고 한다. 그래서 택한 것이 세종대학교 호텔경영학과였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보니 ‘호텔’보다는 경영과 경제에 더 관심이 갔다고 한다. 그래서 제대 후에는 CPA(공인회계사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삶은 어머니의 병환으로 변수에 직면했다.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당장 취업을 해야 했죠. 증권사 취업을 위해 CPA를 준비했으니 우선 여의도 증권사 공고를 찾아봤죠. D증권에서 계약직 사원을 선발하더군요. 지원도 하고 공고 직후 전화해서 ‘지원자 이창민인데 혹시 뽑혔냐’고 묻기도 했어요. 어떻게든 한 번 더 어필해 보려고요(웃음).”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러닝스푼즈의 사업 방식이 대학시절 경험과 꽤 유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이 대표는 증권사 계약직 면접에서 평범한 캐주얼 복장을 한 다른 지원자와 달리 ‘머리부터 발 끝까지’ 말끔하게 정장과 구두로 차려 입고 갔고, 그렇게 채용돼 해당 증권사 본사의 가장 성과가 좋은 팀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경쟁자들 사이에서 스스로의 콘텐츠로 차이를 만들고, 기회를 성공으로 만드는 방식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러닝스푼즈의 오프라인 강의 현장. 오프라인 교육은 이용자들에게는 업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면서도 러닝스푼즈에게는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사진=러닝스푼즈)

“다시 복학을 해서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모 그룹 전환형 공채를 지원했는데, 겨우 3몀을 뽑더군요. ‘이건 아무리 잘해도 어렵겠다’ 싶었어요. 다행히 서류에서는 합격을 했어요. 그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본사 면접을 하루 앞두고 음료수 200병을 사서 제 얼굴과 이름을 붙이고 새벽 5시에 회사 앞으로 갔죠. 그리고 경비소장님을 비롯해 출근하시는 모든 분들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입사지원한 이창민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하며 인사를 드렸어요. 그때 높으신 듯한 분이 차에서 내리셨는데 달려가서 역시 인사를 드렸죠. 알고 보니 대표님이시더군요. 그렇게 채용이 됐죠(웃음).”

이후 이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정식으로 증권사 사원이 돼 근무를 했다. 하지만 그는 돌연 어렵사리 들어간 증권사를 1년만에 박차고 나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기도 했고,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모두가 말렸지만 확실한 사업 아이템이 있었다”며 당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학교 다닐 때 교육 봉사를 자주 했어요. 그래서 교육 쪽에 관심을 가졌는데, 전화영어가 떠오르더군요. 대학 시절도 그렇고 당시만해도 전화 영어가 꽤 비쌌어요. 10분 통화에 10만원이 넘었죠. 알고보니 국제 전화 비용 때문이었어요. 사업을 결심할 당시가 2010년 정도였는데,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스카이프와 같은 것으로 무료 국제전화가 가능했어요.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퇴사하고 무작정 가방 하나 들고 필리핀으로 갔죠.”

필리핀에서 이 대표는 현지인 마을 고등학교를 찾아가 영어선생님을 만났고, 전화 영어 강사로 영입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역시 콘텐츠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 셈이다. 같은 가격에 통화시간은 30분으로 잡으며 적잖은 고객을 확보했다. 이렇듯 지난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는 러닝스푼즈 창업 당시에도 적용됐다.

“러닝스푼즈는 500만원으로 사무실도 없이 강남 카페에서 시작했어요. 강의장도 그때그때 대관을 해서 시작했고요. 그렇게 확장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직원 수 20명의 회사가 됐네요.”

타운홀 미팅이 진행 중인 러닝스푼즈 사무실. (사진=러닝스푼즈)

콘텐츠로 시작한 러닝스푼즈는 이제 HR 솔루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테크 기업의 스토리를 시작하고 있다. 이미 베타버전의 B2B 온라인 구독 서비스에서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올해 연평균 59%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32억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내년 무렵 흑자 전환도 목표로 하고 있다. 곧 다가오는 2023년은 러닝스푼즈에게 새로운 도전의 원년이 될 듯하다.

“저는 항상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을 재미있어 했어요. 세상에 뭔가 문제가 있을 때 그걸 제 힘으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죠. 그래서 사업을 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 물론 현재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코로나19를 비롯해 투자시장이 얼어붙는 상황을 맞이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 외에도 여러가지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업가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 -1편- 이창민 러닝스푼즈 대표 “오늘 배우면 내일 업무에 쓸 수 있는 콘텐츠로 승부했죠”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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