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아시아가 시도하고 있는 방식은 기존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계의 방식을 뛰어 넘는 파격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베터리부터 프레임 등의 하드웨어를 비롯해 운영체제, 서비스 플랫폼에 이르는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을 통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급망 구축’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지난 -1편-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한 이유, 궁금하세요?”에 이어 글로벌 시장을 염두한 정수영 매스아시아 대표의 계획을 들어봤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밸류체인 내재화, 중국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로드맵
정 대표는 “모든 것을 내재화한 상황이 2020년 후반 무렵”이라며 “이듬해부터 양산을 위한 공급망 구축에 나서 자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지난해 8월 중국에 법인을 설립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내재화 된 상태에서 시작한 중국 법인은 첫해부터 자체적인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것이 내재화되니 쌓이는 것은 데이터였다. 정 대표는 “제작 공정부터 로컬 파트너의 운영 상황까지 모든 것이 모니터링되는 사스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사스형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어요. 이를테면 자동 매장관리와 같은 거죠.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사람을 투입하고 킥보드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투입한 것을 100% 활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으니까요. 이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저희는 내부적으로 ‘뿌리깊은나무 프로젝트’로 불렀어요. 알파카 출신의 카이스트팀이 주축이 돼 진행됐죠. 현재는 모든 파트너들이 이 운영 체제를 가지고 실제 로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지역 파트너들은 매스아시아가 제조한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구매한 후 일정 교육을 받으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치킨집을 차릴 때와 같은 개념’이다. 그 과정에서 매스아시아는 지속적으로 지역 파트너의 불편함을 체크하고 기능을 고도화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며 ‘현장의 필요’에 대응한다. 지역 파트너는 장비나 시설 투자에 큰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매스아시아는 지속적인 서비스 지원을 통한 수익 모델을 만든 셈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준비했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이미 확정이 돼 있다”고 단언하며 “필요한 것은 어려움을 극복할 의지와 저력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 대표의 말처럼 최근 미국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도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8km 이하의 거리를 이동하는 모든 승객 이동을 흡수하며 중국을 비롯해 EU, 미국 총 승객 이동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예측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미래는 무엇일까?
“향후 이동 기술이 고도화 될수록 물류 이동은 지하화되고 지상은 단거리 거점 별 사람 중심의 이동 체계가 확산될 거예요. 그 방식은 소유가 아닌 공유 형태가 될 거고요. 즉 지상에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중심의 이동만 남게 될 것이 분명한데,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을 지속 가능성 있게 발전시켜야 하죠. 다만 근래에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플레이어가 급격히 증가하며 출혈 경쟁도 불사하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비즈니스는 현재의 카테고리 영역이 아니에요.”
정 대표는 “전동형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이미 열렸지만, 그에 비해 공급망 밸류체인은 세팅이 안된 상황”이라며 “현재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급 방식은 납품하면 끝이고 운영에서 필요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것이 매스아시아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대전환기에 가장 취약한 공급망 밸류체인 구축에 올인한 이유다.
그렇다면 기술과 노하우,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모두 필요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으로 매스아시아가 단기간에 이러한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알고 보니 정 대표는 이미 20대 시절인 2006년 동작 인식 솔루션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을 한 경험이 있었다.
“처음에는 UX디자이너로 시작을 했어요. 유저의 경험치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일을 하면서 네이트 드라이브 시절 T맵 설계에도 참여했고, 초기 싸이월드 서비스 당시에는 사용자 조사 설계에도 참여했죠.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UI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많이했어요. 그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시장의 미래가 보이더군요. 작은 디스플레이는 인풋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지만, 대형 디바이스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인풋 기술은 발전이 더딘 상황이었죠. 그래서 앞에 보이는 화면을 동작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보겠다고 시작한 것이 첫 창업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동작 센서를 비롯한 카메라, 자외선, 적외선 센서 등 관련 분야를 섭렵하게 됐죠.”
동작인식 기술의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어려울수록 승부욕이 발동하는’ 정 대표의 기질 덕분이었다. 다만 문제는 기술 성공 이후 마케팅 단계였다.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 등의 스케일업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상품화에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지 못한 것이 폐인이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간 경험과 노하우, 그로 인해 축적된 기술은 모두 자산으로 남았다.
“기술 개발을 하면서 모든 IoT를 제어하는 센서 기반의 모니터링 기술을 비롯해 스마트팜 기술까지 다룰 수 있게 됐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술도 갖고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반년 정도 무작정 해외에 나가서 시장 조사를 다녔어요. 중국을 비롯해 일본,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생활하고 그 사람들의 의식주 그리고 '행(行)’을 살펴봤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하철, 버스, 택시나 개인 자가용, 공공자전거가 다인데 해외는 이미 민간이 결합된 이동수단이 너무 많더군요. 그걸 보고 우리나라 이동 시장도 바뀔 거라는 가정을 했죠. 택시를 타기에는 가깝고 걷기에는 먼 거리에 대한 이동의 니즈가 있는지가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매스아시아를 창업 후 공유 자전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거죠.”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상황을 보자면 결과적으로 정 대표의 예측은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유 자전거는 물론 전동킥보드 등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열렸고, 글로벌 업체까지 진출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사이 최근 직영 방식을 고집했던 미국계 공유킥보드 브랜드 라임이 지난 6월을 끝으로 한국 시장을 철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규제’ 때문이지만, 본질은 현재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경쟁에서 수익성을 키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 초기부터 마이크로 모빌리티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며 차별화를 시도했던 매스아시아는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앞서 정 대표가 언급한 바와 같이 ‘경쟁하는 시장 유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들어와서 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사업자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놓은 거죠. 저희는 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어요. 이미 실적도 생기고 있고요. 이를테면 기업들이 무엇을 개발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동 방식이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죠. 저희 밸류체인을 통해 구축된 시스템으로 이제까지 통신사, 카드사가 수집하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이러한 데이터가 수집되는 시장은 한국 뿐이 아니에요. 글로벌이죠. 또 혼자 이동하는 수단은 비단 전동킥보드나 자전거 뿐만이 아니거든요. 즉 저희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밸류체인과 각 국가의 지역 파트너, 그 모든 것을 연결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 연결점이 많아지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또한 많아지겠죠.”
매스아시아는 공유형 마이크로 모빌리티 외에도 글로벌 기업과 협업한 개인형 마이크로 모빌리티(전기자전거 등을 구입해 개인이 소장하며 사용하는 방식) 판매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우시시 공안에 테스트 사업으로 알파카 3세대 전동킥보드를 순찰용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말에 따르면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일반 도로를 다닐 수 없는 중국 사정을 고려해 공안을 공략한 것”이다. 여기서 성과를 내면 중국 각 지역 공공 부문 진출도 가능하다.
그 외에 매스아시아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퍼스널 모빌리티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밸류체인 구축에 그치지 않고 확장을 이어가는 셈이다. 또한 이 모든 것은 통합된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무기를 가지고 매스아시아는 내년부터 중국을 비롯한 독일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 지역 파트너 모델을 총괄했던 담당 이사가 파견돼 현지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각각의 제품 인증 단계 역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023년은 매스아시아에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될 듯하다.
>>[인터뷰] -1편- 정수영 매스아시아 대표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한 이유,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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