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주목한 '망간 배터리'… 삼원계·리튬인산철 이후를 대비한다

망간(2.36%)은 알루미늄(8.23%), 철(5.63%)에 이어 지구에서 양극재로 사용할 수 있는 세 번째로 많은 소재다. 원소번호 25번인 이 소재는 원소 부존량으로는 7위다. (사진=비주얼캐피털리스트닷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배터리 양극재로 망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배경엔 배터리 소재 다변화, 원자재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 원자재 가격 앙등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망간 배터리 가능성을 언급하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 1위 기업인 폭스바겐 CEO까지 가세하면서 망간 배터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에 10여년 전 등장했다가 단종된 망간 배터리가 조만간 다시 빛을 보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망간 배터리가 재조명 받기 시작한 배경과 향배를 짚어본다.

한국 주도 삼원계(NCM) → 리튬인산철(LFP)… 앞으론 망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그간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자사 전기차에 중국 CATL사의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가 지난 3월 망간배터리를 쓰는 방안에 대해 역설하면서 새삼 망간 배터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사진=머스트 트위터, 테슬라)

그간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을 주도한 것은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의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이른바 삼원계(NCM) 배터리였다. NCM 배터리엔 통상 니켈 60%, 코발트 20%, 망간 20%의 비율로 양극재 원료가 배합된다.

삼원계 배터리가 세력을 이루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관심을 받지 못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LFP 배터리 부상은 배터리 단가의 40% 안팎을 차지하며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양극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부터다. 이 배터리는 (채굴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경우가 많은)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인산철 양극재 가격이 NCM의 3분의 1 수준이고, 이를 활용한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약 20% 저렴하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더 많은 양의 배터리셀이 들어간다)

실제로 LFP배터리 제조사는 최근 전세계 전기차 업체의 러브콜에 즐거운 비명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올 1분기 중 생산한 전기차 가운데 절반 가량에 LFP배터리를 탑재했을 정도다. 테슬라는 LFP배터리 사용을 더 늘릴 계획이다. 게다가 아우디와 BMW 등도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 비중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LFP 배터리가 삼원계를 추월해 미래 배터리 산업을 장악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LFP 배터리 간판 공급사는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이다. 중국자동차배터리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전기차에 설치된 LFP 배터리의 49%가 CATL 제품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최근 중저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망간을 양극재로 사용한 이른바 하이망간(mn-rich) 배터리가 LFP 배터리 아성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하이망간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대폭 줄이고 망간 함량을 높인 배터리다. 망간 가격은 킬로그램(kg)당 20달러 미만으로 LFP(11달러 내외)보다 비싸지만 전극 밀도에서 앞선다. 배터리셀 투입 시 1킬로와트시(KWh)당 80달러 이하로 LFP(82.29달러) 대비 원가에서 우위를 보인다.

대폭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하는 점이 이 소재가 진정한 대규모 전기차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망간(2.36%)은 알루미늄(8.23%), 철(5.63%)에 이어 지구에 세 번째로 많은 배터리 양극재 물질이다.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가 일깨운 망간 배터리 시장 가능성

망간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한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23일 베를린 테슬라 기가팩토리 베를린 개소식에서 배터리셀에 그래핀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망간에 흥미로운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지속 가능한 운송에 필요한 연간 생산량 300테라와트시(TWh) 수준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LFP 배터리 재료에 대한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원자재와 관련, 현재 코발트와 니켈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진행 중인 산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수천톤, 어쩌면 수억 톤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재료는 일반적인 재료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확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망간의 가능성은 폭스바겐에서도 확인됐다. 앞서 지난 3월 15일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행사에서 헤르베르트 디스 CEO는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 총 240기가와트(GWh) 용량의 기가팩토리 6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도 망간을 언급했다.

디스 CEO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각형 배터리의 약 80%가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를 버리고, 잠재적으로 망간을 포함한 더 싸고, 더 풍부한 양극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망간 배터리에 가세한 것은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미 미국 테네시주와 중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테슬라를 능가하는 전기차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압박을 받고 있으며, 판매가 저조한 중국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망간이 주목받는 이유, 과제와 해결노력

망간이 전기차용 배터리로 급속히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닛산 리프(Leaf)가 최초이자 유일한 하이망간 배터리로 실망을 준 지 10여년 만의 일이다.

2011년 등장해 2017년 단종된 망간 배터리를 사용하는 닛산 리프 전기차. (사진=위키피디아)
닛산 리프 전기차의 망간 배터리. (사진=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왜 이런 끝없는 포맷과 음극의 혼합과 매칭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망간일까?

이 모든 것은 머스크와 다른 전문가들이 전기차 혁명을 가속화하는 데 있어 다가오는 제한 요인으로 언급하는 것, 즉 배터리 생산과 원자재의 채굴 및 원자재 처리의 지연 속도와 연계돼 있다.

전기자동차와 배터리업계의 해결 과제는 빡빡하고도 벅찬 배터리 공급과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윤리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원자재(광물 소재)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기대하는 배터리 양극재인 망간은 이 회사들이 전세계 주류 자동차 구매자들에게 충분히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게 해 줄 매력적이고 풍부하다.

머스크는 베를린 기가팩토리 공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완전한 전기차로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가 연간 300테라와트시(TWh)의 배터리 생산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테슬라의 대규모 용량 확장에도 불구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배터리 용량의 10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니켈이 풍부한 배터리만으로는 거기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윤리적이고, 다양하고 중단되지 않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이 필요하다. 망간은 배터리 지구상에서 양극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 가운데 3번째로 풍부하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원소다.

아르곤 에너지 저장 과학 협력 센터(ACCESS) 책임자인 벤캣 스리니비산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미네랄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망간 배터리는 (아직까지) 니켈이 주는 풍부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나 수명 주기에 접근한 적은 없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초기 닛산은 지난 2011년 자사 리프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거나 대규모 공급을 할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분자로 된 정글짐 같은 형태의 ‘스피넬’ 디자인을 가진 자체 리튬 망간 산화물 배터리를 만들어야 했다. 닛산의 이 에너지가 부족한 배터리팩은 불과 24kWh의 배터리 용량과 117km의 주행거리를 제공했다. 심지어 그 보잘 것 없는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도 미국 미국 남서부 및 여타의 뜨거운 날씨에서는 급격히 저하돼 고객들을 울부짖게 만들었다.

지난 2014년 배터리 망간 배터리 기술을 개선한 ‘리자드(Lizzard)’ 배터리가 용량을 40kWh까지 늘렸지만 수명이 짧았다.

코발트·니켈 소재, 지정학적 상황에 휘둘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전쟁 발발 이후 니켈 가격은 수직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니켈은 MCN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주는 재료다.(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맥사, 단위=톤·US달러)

망간 다음으로 인기 있는 양극소재 광물은 니켈로, 코발트보다 더 다양한 공급처를 갖고 있지만 지정학적 우려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전 세계 니켈 비축량은 이미 줄어들고 있었다.

투자자들과 무역업자들은 세계 고순도 니켈의 약 17%를 생산하는 러시아산 금속의 수출 금지나 중단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난 3월 니켈 가격은 하룻밤 새 사실상 2배로 상승해 처음으로 톤당 10만달러를 잠시 상회하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가 폭등하는 동안 거래를 중단시키기까지 했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을 맞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가격, 정치, 윤리, 보안, 부족, 장기 전략, 헤징(현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시장에서 현물과 반대되는 포지션을 설정하는 것) 베팅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 망간전지를 고성능 전기차에?

코발트와 니켈은 인기있는 양극 소재지만 지정학적 상황에 영향을 받으면서 공급 우려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망간이 주목받는 이유다. 세계 3대 망간 광산 중 하나인 남아공의 치피 보와라 광산 (사진=주피터 마인스)
테슬라 등이 중국 CATL의 리튬 인산철 배터리 도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관심밖이었던 배터리다. 인산철 배터리용 소재는 삼원계에 비해 1/3 가격에 불과하다. (사진=배터리 파인즈)

일론 머스크와 폭스바겐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하이망간 배터리는 니켈을 덜 사용하고 코발트는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망간 소재들의 가격은 저렴하다. 폭스바겐 파워데이 행사에서 언급된 내용에 따르면, 리튬 니켈 망간 산화물 배터리는 니켈이 풍부한 배터리에 비해 킬로와트시(kWh)당 47%의 양극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폭스바겐이 LFP 배터리를 보급형 전기차에 채택하는 것은 물론 주력 모델인 포르쉐, 아우디, 벤틀리 또는 람보르기니 등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에 적합한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스리니비산 소장은 “만약 망간에서 합리적 에너지 밀도를 얻을 수 있다면, 중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망간의 낮은 양극재 비용으로 약간 커진 배터리를 생산해 니켈이 풍부한 배터리에 가까운 주행거리를 갖게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 일론 머스크가 망간에 관심을 두게 한 배경이다. 그는 “니켈을 2/3, 망간을 1/3 비율로 사용해 양극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는 같은 양의 니켈로 50% 더 큰 부피의 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고망간 배터리가 상용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도전은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들이 결국 해결책을 만들어 내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고순도 망간 주사현미경 사진. (사진=메이드인차이나닷컴)

올초 국내 에스엠랩이 망간 양극재 개발해 4분기 실증 시험

국내에서도 올해 초 중국산 LFP 배터리를 넘어설 망간 양극재 개발 소식이 들려 왔다.

배터리 소재 기업 에스엠랩은 지난 1월 17일 망간과 니켈로만 구성된 단결정 양극재를 세계 최초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양극재는 망간 74% 니켈 26% 함유된 ‘하이망간’ 양극재다. 코발트 함량이 ‘제로’다. 조재필 에스엠랩 대표는 “해외 고객사와 양산 검증을 거쳐 올해 4분기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실증 테스트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엠랩이 개발한 하이망간 양극재의 에너지밀도는 중국 CATL이 사용하는 LFP 배터리 양극재의 2배 이상이다. 하이망간은 니켈 함량 80% NCM811 양극재(3.2g/cc)보다 전극 밀도가 높다.

중국 LFP 배터리에 시장 확산을 견제하면서도 차기 하이망간 배터리에도 대처해야 하는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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