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요한
2) 헤드리스 커머스
작년부터 커머스 업계에 주어진 가장 큰 화두는 역시 고객 경험이다.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와 플랫폼이 유독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어떻게 하면 이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모두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선보이기 위해 다시 뜨고 있는 곳이 바로 오프라인 공간이다. 온라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거나, 팝업 스토어 등의 이벤트를 통해 브랜딩 하는 것은 D2C를 지향하는 기업들의 필수 의례처럼 여겨지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중소 판매자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비용과 리스크가 막대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오히려 자사몰 구축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자사몰이야 말로, 사실상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접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쇼핑몰 구축 솔루션으로는 이와 같은 차별화된 자사몰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쇼핑몰은 크게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로 구성이 되는데, 프론트엔드가 실제 고객이 활동을 하는 가시적인 공간이라면, 백엔드는 이를 운영하기 위해 뒷 단의 서버에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쇼핑몰 구축 솔루션들은 이와 같은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통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곧 운영의 편의성은 높지만, 자유도와 유연성은 떨어진다는 것과 같다.
우리가 보통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쇼핑몰들의 레이아웃이나 상세화면, 구매 여정 등이 대동소이한 것도 결국 이러한 시장 환경에 이유가 있다. 이와 같이 정형화된 솔루션은 결국 서비스의 역동성을 저해하게 된다. 이는 단지 화면 레이아웃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기배송이나 새벽 배송과 같은 특화 서비스를 애자일(Agile) 하게 준비하여 제공하고자 하더라도, 자사몰에서 이를 구현하려면 결국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모두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 하지만 범용적인 기능이 아니라면 쇼핑몰 솔루션들이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객 데이터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 자사몰의 최대 강점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여 보유하고, 이를 마케팅 솔루션 등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 브랜드나 서비스 별로 중요한 데이터는 다른 반면, 기존 쇼핑몰 솔루션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를 모두 커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헤드리스 커머스’이다. 헤드리스 커머스는 이름 그대로 머리가 없는, 즉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분리된 형태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화면과 DB가 직접 연결되어 화면을 바꾸려면 DB까지 바꿔야 했지만, 헤드리스 커머스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솔루션 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API를 기반으로 프론트엔드를 개발하여 결합한 형태이기 때문에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사실 이와 같은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건 아마존, 월마트 같은 거대 플랫폼들이기도 했다. 이들은 더 빠른 사이트 속도를 위해 헤드리스 기술을 채택하였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물론 여타 빅 브랜드들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나이키는 헤드리스 커머스 도입 후 15~30% 정도 전환율을 개선했다고 하며, 타깃은 이탈률은 낮추고 ROI는 높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비교적 작은 규모의 D2C 브랜드들도 이와 같은 기술 혁신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헤드리스 커머스 솔루션들이 등장하면서, ‘헤드리스 커머스’가 본격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그래서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관련 스타트업들에 투자가 몰릴 정도라고 한다. 커머스툴즈(Commercetools), 패브릭(Fabric), 쇼군(Shogun) 같은 헤드리스 커머스 스타트업들은 물론, 기존 쇼핑몰 솔루션 1위 업체인 쇼피파이(Shopify)도 쇼피파이 플러스(Shopify Plus)라는 헤드리스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솔루션마다도 약간씩은 차이가 있긴 한데, 미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빅커머스(BigCommerce)의 경우, 하나의 솔루션으로 복수의 쇼핑몰을 보다 쉽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쇼피파이는 키오스크, 스마트 미러 등 다양한 창의적인 판매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헤드리스 커머스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플래티어의 ‘엑스투비(X2BEE)’가 대표적이다. 엑스투비는 헤드리스 커머스 기술을 적용한 D2C 플랫폼 솔루션으로, 모바일/PC/라이브커머스/메타버스 등 다양한 멀티 프론트 채널에 신속히 대응하는 등 높은 확장성을 자랑한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그루비와 연동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세그먼트에 따라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특장점이다.
앞으로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브랜드 채널 기능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일반적인 쇼핑몰 솔루션보다는 이와 같은 헤드리스 커머스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결국 차별화된 경험 제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3) 크로스 보더
마지막으로 D2C가 놓치지 말아야 할 트렌드 키워드는 ‘크로스 보더’이다. 고객 획득 비용의 함정과 차별화된 경험 제공의 벽을 넘더라도, 일반적으로 특정 상품군만을 다루는 D2C에게 성장 정체가 언젠가는 찾아올 수밖에 없다. 영속하는 D2C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해외 진출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초기 진출 시점에는 어느 정도 플랫폼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크로스 보더 풀필먼트 플랫폼이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글로벌 확장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아마존(Amazon), 라자다(Lazada), 위시(Wish) 같은 이들 플랫폼들은 한국 브랜드와 셀러들을 매력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은 국내 셀러들의 해외 진출로 이루어진 역직구 시장은 2014년 이후 6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전반적인 한국 소비재 브랜드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고 말이다.
이처럼 크로스 보더 플랫폼으로 일정 부분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자사몰의 영역 확장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앞서 소개한 헤드리스 커머스의 강점이 여기서도 발휘될 수 있다. 각 국가 특성에 맞는 자사몰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엑스투비만 하더라도 국가별 통화와 다양한 글로벌 결제 수단을 지원하고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D2C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D2C 브랜드들에게 새롭게 주어진 도전 과제와 이를 극복하고 영속하는 D2C를 위해 꼭 챙겨야 할 전략적 요소 3가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았다. 물론 D2C가 당연히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각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판매 채널 전략은 달라질 수 있으며, D2C를 표방하는 브랜드들도 일정 비율은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커머스 시장 침투율이 급격히 올라가던 시기가 끝나고 성장 둔화의 시대가 찾아오며, 개별 브랜드들은 분명 자체 자사몰을 구축하고 보유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의 시기에는 플랫폼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셀러와 브랜드를 유치하는데 집중하였으나, 성장이 끝난 지금은 본인들의 수익화에 더욱 집중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협상력을 가지고 대응하기 위해선 자사몰 비중을 일정 비율 이상 가지고 있어야 유리하다.
또한 단기적인 성장뿐 아니라, 장기적인 영속을 꿈꾼다면 D2C 전환은 필수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해선 브랜드의 열렬한 팬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고객 데이터와 고객 경험을 줄 수 있는 자사몰이 반드시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적인 D2C 사례 중 하나로 불리는 와비파커(Warby Parker)의 공동 창업자 닐 블루멘탈(Neil Blumenthal)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창업하는 데 이렇게 돈이 조금 들었던 적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성장하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도 없었을 겁니다"(“It’s never been easier or less expensive to start a business, but it’s also never been harder to scale one”)
D2C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유지와 성장이 더 어려운 시대가 찾아왔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중소 판매자에게도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무기를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영속하는 브랜드 구축도 더 이상 꿈이 아닐 것이다.
관련 글>>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