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기계연구원은 박철훈 박사팀이 얇은 형상 기억 합금을 사용한 옷감으로 ‘인공 근육’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자체 무게의 1500배나 들어 올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평소 힘의 절반으로도 육체 노동을 거뜬히 해 낼 수 있는 엑소스켈레톤(외골격)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택배나 건설·돌봄 노동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때마침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이 약간은 자율주행차처럼 작동할 수 있는 엑소스켈레톤(외골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외골격 착용자 몸의 움직임을 다가올 지형에 대한 분석에 바탕해 거의 73% 정확도로 알아채 척척 작동하는 수준에 와 있다고 한다. 웨어러블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이용해 인공지능(AI) SW를 훈련시킨 결과다.
연구팀은 조만간 이 외골격이 완전히(100%) 착용자의 몸동작에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외골격은 사용자들이 하체 외골격을 착용하면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걸어다니는 로봇이나 다름없다. 좀더 성능을 향상시키면 기존 외골격의 문제점인 앉기, 서기, 서서 걷기, 또는 땅 위를 걷거나 계단 오르내리기 등 한 가지 운동 방식에서 다른 운동 방식으로 전환할 때 수동제어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브로코슬라프 라스코프스키 로봇 연구원은 “이동 모드를 바꾸고 싶을 때마다 조이스틱이나 스마트폰 앱에 의존하는 것은 어색하고 정신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외골격들이 언제 운동 모드를 전환해야 하는지 인식하도록 돕는 자동화된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뇌에서 근육으로 보내지는 생체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다리에 부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피부에 땀이 나거나 건조해짐에 따라 어떻게 피부 전도도가 변할 수 있는지와 같은 많은 과제가 뒤따른다.
현재 여러 연구 그룹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골격 사용자가 웨어러블 카메라를 장착해 비전(시각)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기계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AI SW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주변에 있는 계단, 문 및 기타 특징을 인식하고 최선의 대응 방법을 계산할 수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 AI로 560만개 이미지를 훈련시켜
라스코프스키는 인간 운동 시나리오를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웨어러블 카메라 이미지들을 사용하는 최초의 오픈 소스 데이터베이스인 엑소넷(ExoNet)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연구팀은 실제 실내외 보행 환경에서 촬영된 560만 개 이상의 이미지를 DB로 만들어 이를 딥 러닝 알고리즘 훈련에 사용했다.
라스코프스키는 “우리의 컨볼루션 신경망(CNN·합성곱 제곱 신경망)은 웨어러블 카메라에 의해 감지된 다양한 표면과 물체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미 73%의 정확도로 다른 보행 환경을 자동 인식한다”고 밝혔다. CNN은 심층신경망(DNN)의 한 종류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컨볼루션 계층, 통합 계층, 완전하게 연결된 계층들로 구성된 신경망으로서 2차원 데이터 학습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상 내 객체 분류, 객체 탐지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라스코프스키에 따르면 이들이 작업하는 데 있어서 잠재적 제한은 기존의 2D 영상에 의존하는 것인데 심도 카메라는 잠재적으로 유용한 거리 데이터를 포착한다. 그와 동료들은 심도카메라의 심도 측정 정확성이 실외 조명과 거리 증가에 따라 저하된다는 사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심도 카메라에 의존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美 노스캐롤라이나대도 이미지 데이터로 동작 자동화 연구중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자원자들의 안경에 카메라를 장착하거나 무릎에 끈을 매고 외골격이 다양한 실내외 환경에서 걸어다닐 수 있도록 주변 세계를 관찰할 때 사용할 이미지 데이터를 촬영하도록 설정했다. 에드가 로베이턴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전기공학 연구원은 “동작을 자동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로베이턴은 안전한 작동을 위해 AI SW가 ‘모션 블러(motion blur)’나 ‘과다 노출 이미지’ 등의 요인에 따른 작동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우리는 시각과 AI 부분을 하드웨어에 통합하기 전에 반드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모션 블러는 사진이나 필름 또는 비디오의 단일 프레임에서 움직이는 물체에서 볼 수 있는 흐릿함을 말한다. 사진이나 프레임을 노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물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이 동작이 흐릿하게 기록된다.)
앞으로 라스코프스키 팀은 실시간 로봇 외골격 작동에 중요한 낮은 수준의 컴퓨팅 및 메모리 용량을 가지면서 정확히 환경 분석을 하도록 SW 정확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로베이턴의 팀또한 움직임에 따른 시각 시스템 불확실성을 고려한 자율기능의 외골격을 만들려고 한다.
“사용자의 안전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
라스코프스키는 “자율차에서 영감을 받아 사람의 (별도 제어)입력 없이 보행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자율 외골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스코프스키는 “특히 이동성 장애를 가진 노년이나 육체적 장애를 가진 개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용자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는 “외골격 사용자는 분류 알고리즘이나 제어기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경우 항상 시스템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외골격 개발 경쟁중
선진국의 경우 의료용 외골격 사용이 좀더 보편화돼 제조사와 의료기관 간 보험적용 여부 및 비율까지 따지고 있고 이것이 뉴스로 나오고 있을 정도다.
세계 최고의 고령사회로 가고 있다는 우리나라에서 외골격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부러운, 그야말로 남의 나라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국내 기술 외골격으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현대자동차의 제조현장용 조끼형 외골격, 그리고 지난해 KAIST의 외골격이다.
지난 2019년 현대차 로봇 연구조직인 ‘로보틱스 랩’이 조끼형 외골격 착용 로봇 벡스(VEX)를 개발했다. 이 외골격은 생산라인에서 위를 보고 장시간 일하는 상향 작업 근로자들을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6월에는 KAIST 공경철(공학 설계 및 제어) 나동욱(생체역학) 교수팀이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워크온슈트4 외골격을 내놓았다. 이는 하반신마비 환자나 노인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개인맞춤형 탄소섬유 착용부는 재활공학연구소에서 담당했고 로봇의 동작 생성 및 디자인 분야는 영남대학교 로봇기계공학과와 에스톡스가 맡았다.)
이 외골격은 착용자 걸음을 30보 이내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보행패턴을 찾아 착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함으로써 착용자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를 착용한 하반신 마비 환자는 1분에 40m이상(초속 약 0.67m)을 연속 보행했다. 경찰청 녹색신호등 시간 책정에 사용되는 기준인 일반인 보행속도인 초속 1m에 약간 못미치지만 교통약자(어린이와 어르신 등)의 보행속도인 초속 0.8m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는 완전 마비된 환자가 기록한 보행속도로는 세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민간 및 군 작업용, 장애인 및 어르신용, 심지어 스포츠용 외골격까지 나와 널리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외골격 기술과 제도 연구가 더욱 발전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세계적 외골격 회사로는 미국의 록히드 마틴. 롬 로보틱스(Roam Robotics), 사코스(SARCOS RESEARCH CORP.), 엑소바이오닉스(Ekso Bionics), 이스라엘의 리워크 로보틱스(ReWalk Robotics), 일본의 사이버다인(Cyberdyne), 스위스의 누니(noonee)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