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 전문 기업뿐 아니라, 전통 가전업계나 거대 빅테크 기업들도 슬립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수면 분석 IoT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처음 등장했고, 올해 삼성헬스의 핵심발전방향으로 슬립테크를 꼽았다. ‘애플(Apple)’도 이미 2017년 핀란드 침대 수면 센서 기업 ‘베딧(Beddit)’을 인수해 수면 추적 기능을 애플워치에 활용한 바 있으며, ‘구글(Google)’은 작년 6월, 수면 패턴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수면 프로파일(Sleep Profile)'을 발표하며 슬립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기업 간 협업도 눈에 띈다.잠에 든 숨소리를 감지하면 저절로 수면등이 켜지고, 수면 단계에 맞춰 에어컨이 최적의 온도로 맞춰지는 모습을 상상하던 ‘LG전자’와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Asleep)’은 수면 연구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고, 스마트 가전 개발에 나섰다. 협약 6개월 만인 올해 7월, 실시간 수면 단계에 따라 에어컨 온도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베타 버전의 앱을 출시했다.
2020년 설립된 에이슬립은 ‘호흡 소리’만으로 수면 단계와 무호흡증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 IoT 등 마이크가 달린 기기라면 모두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확장성이 뛰어나다.
에이슬립이 리빙 분야에서 LG전자와 협업하고 있다면, 화장품 분야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수면과 뷰티 건강을 결합시켜 슬리핑 마스크, 수면 질 개선 건강기능식품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에이슬립의 AI 수면진단을 토대로 숙면을 돕는 초개인화된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에이슬립은 국내 기업 최초로 아마존과 협력한 바 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삼성생명, 코웨이 등과 협력하며 슬립테크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힘을 모으는 스타트업도 있다. 올해 1월, AI 기반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 ‘삼분의일’은 슬립테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면 데이터 기술 기업 ‘바이텔스’를 인수했다. 바이텔스의 수면 측정 센서는 수면 시 뒤척임, 시간당 호흡 수 등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고, 개인별 수면 최적화 온도를 제공한다. 최근 삼분의일은 바이텔스의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의 숙면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매트리스 온도를 자동 조절해주는 AI 매트리스를 출시했다.
숙면을 향한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해보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슬립테크 비즈니스 주도 하에, 침구류, 에어컨, 공기청정기, 반지, 화장품 등 일상 속 오프라인 제품들까지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수면의 양과 질을 쉽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숙면을 취하려면 잠을 자는 시간과 공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체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슬립테크와 융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침대와 침실, 그리고 집을 넘어 회사, 카페,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체리듬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공간으로 확장해 슬립테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특수한 빛 파장으로 실내에서도 햇빛을 제공하는 루플 사례처럼, 밤 시간대 말고도 언제든 수면의 질을 높이도록 도울 수 있다. 우리 비즈니스는 슬립테크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상상력을 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