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무섭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비대면 근무, 즉 재택근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애플도 재택근무 장기화를 공식화했다. 16일(현지시간) 애플은 당초 내년 2월 1일에 재택근무를 거두고 사무실 출근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팀 쿡 애플 CEO가 직원들에게 회사 복귀 시기를 연기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과거와 달리 회사 복귀 일정도 지정하지 않았다.
애플이 이러한 재택근무 연장을 한 이유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출현 때문이다. 추후 상황에 따라 직원들의 복귀 시점을 공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체 직원들에게 1인당 1000달러의 보너스 지급 계획도 알렸다.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구글의 경우 내년 1월 10일부터 주3일 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키로 했지만, 오미크론 확산 영향으로 이러한 계획을 연기했다. 애플과 구글이 복귀 시점을 명시화하지 않고, 사실상 무기한 재택근무 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주로 IT기업 위주이며, 소규모 기업 보다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있다.
게임업체인 넷마블의 경우 주3일 출근, 2일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강화 지침에 따라 18일부터 전일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넥슨은 오는 20일부터 무기한 전사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하며, 엔씨소프트는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5일 재택, 2.5일 출근 방식의 50% 순환근무제를 시행한다.
이렇듯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은 재택근무를 강화하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내년 3월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로 했고, 카카오도 이와 비슷하게 내년 1분기(3월)까지 원격근무를 연장한 후, 2분기부터는 유연근무제2.0 제도를 도입한다. 각 조직별로 재택근무와 출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른바 '판교밸리'로 대표되는 국내 대다수 테크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편이다. 클라우드의 확산과 잘 갖춰진 통신 인프라, 화상회의 및 각종 협업툴의 활성화로 비대면 근무 환경이 거의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기업의 경우, 대부분의 구성원이 디지털화된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에 임원들 역시 사무실 출근으로의 복귀를 고집하지 않는다.
한 외국계 IT기업에 근무하는 A상무는 "미국 본사 방침에 따라 그동안 재택근무를 해왔고,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쿠폰을 활용해 공유오피스 이용도 자유롭게 했다. 당초 사무실 이전을 하면서 내년 1월부터 사무실 복귀가 예정돼 있었지만, 방침이 바뀔 것 같아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 "클라우드 인프라와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빈틈없이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 복귀로 인한 출퇴근 시간 손실 등이 오히려 감점 요인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계 IT기업의 B부장은 "사무실 출근이 필요한 날을 제외하고 유연한 재택근무를 2년 가까이 해오다 보니 업무 효율성은 물론, 개인적인 용건을 틈틈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이는 종업원 차원의 의견이 아니라, 본사 역시 업무 효율성이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린 부분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영업직과 일부 스탭 부서 등 외부활동이 필요한 업무에는 적용이 안되지만 재택근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계열사, SK 계열사 등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권장하지는 않지만 선택적인 재택근무 및 출장/교육 자제 등 방역지침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주요 대기업들 역시 확진자 발생시 입게 될 회사차원의 리스크(위험) 감수를 위해 18일부터 강화되는 방역지침에 대응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대기업의 경우 조직 특성이나 문화상 재택근무를 전사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아직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선택적이고 시기에 맞는 재택근무에 대한 필요성을 임원들도 느끼고 있다"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게 되면 과거에는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면, 최근에는 해당 인력의 업무 차질로 기업 전체의 업무효율성 및 손실을 우려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이 때문에 일부 계열사 위주로 재택근무를 강화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지난 16일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노동부는 이날 ‘2021년 고용영향평가 결과 발표회’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사업체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620개 사업체 대상 조사에서는 현재 수준보다 축소해 재택근무를 계속 시행하겠다는 응답이 48.4%로 가장 많았다. 이를 포함해 조사 대상 업체의 75.2%는 현재처럼 시행하든 축소 시행을 하든 재택근무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재택근무를 중단하겠다는 곳은 11.3%에 그쳤다.
특히 재택근무 시행 기업은 2019~2020년 고용증가율이 재택근무 미실시 기업 대비 2~3% 높았다. 노동부는 “3명 가운데 2명 이상의 노동자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 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돌봄 책임이 있는 가정의 기혼 노동자와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재택근무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체 입장에서는 재택근무 시행시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노동자 이직을 줄여 고용안정을 이룰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공존한다. 재택근무시 구성원들의 근태 감시가 불가능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회사측 인식도 있고, 반면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량이 더 많아지는 등 근로자측의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먼저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일을 하는 직원들은 걱정이 없지만, 평소 근태관리 및 업무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직원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는다. 또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가 이어지는 만큼, 유기적인 대면 회의에 비해 화상 회의에 대한 피로감과 집중도도 낮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점에서 SK계열사의 한 팀장급 직원은 "재택근무 기간에 오히려 근로자들이 일을 더욱 많이 하게된다.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 할당량 채워야 하고, 재택근무 기간에 야근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면서, "특히 재택근무 시스템에서는 40~50대 관리직들은 드러나는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는 현상 탓에 정리해고 대상으로 분류되는 등 '누가누가 잘하나'를 평가 받게 되는 단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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