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보다 반고체 배터리 먼저···미·중 상용화 급물살

생각보다 만만찮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지난 4월 중국 스타트업 니오는 몇 달 안에 배터리 스왑 서비스의 일환으로 출시할 첫 양산형 반고체 배터리 팩을 출시했다. 카뉴스차이나는 웨이라이언이 생산한 이 반고체 배터리는 260kWh/kg의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며 1회충전한 니오 전기차를 1044km까지 달리게 한 것으로 실증됐다고 전했다. (사진=카뉴스차이나)

중국 정부는 지난달 초 자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펀드에 60억 위안(1조1359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배터리는 오늘날 전기 자동차(EV) 배터리 대다수를 차지하는 액체 리튬 염 대신 유리, 세라믹 또는 고체 고분자 물질 전해질을 사용한다. 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보다 3~4배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더 많은 충전-방전 주기를 제공하며, 열 폭주 반응에 훨씬 덜 민감할 것이기에 매우 기대가 높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 전고체 배터리 연구원들은 여전히 해당 배터리가 어떻게 충전되고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하며, 수명 경과에 따라 어떻게 전력을 분배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유리나 세라믹 배터리가 울퉁불퉁한 도로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견디고 가끔 발생하는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도 견딜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덜 까다로운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 기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전기차용으로 양산하기 위해서는 차량용으로 사용할 경우의 성능, 수명 및 차량 추진에 대한 상대적 비용 등의 측면도 검증돼야 한다. 특히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 줄기차게 거론돼 왔던 전고체 배터리 ‘생산지옥’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전문가의 말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방증하듯 중국 CATL은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한다고 발표했고 전고체 배터리에서 앞서 간다는 미국의 퀀텀스케이프나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도 상용화 시점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용 액체리튬 배터리 대안은 무엇일까.

IEEE스펙트럼,카뉴스차이나,일렉트렉 등을 통해 최근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조차도 조만간 고체 배터리를 찾는 것보다는 과도기의 현실적 대안을 반고체 배터리에서 찾아가고 있는 상황을 조명해 봤다.

반고체 리튬배터리 선제 공격은 중국 웨이라이언의 지난 4월 반고체 배터리 양산으로 대표된다. 전기차업체 니오가 이 배터리 팩 적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의 투트랙 배터리 주도권 확보 움직임에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은 우리나라 충주와 상하이에 공장을 세워 내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현대차와 GM에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자동차회사는 SES에 각각 1억달러 이상 투자했다.

결국 하반기 이후 전고체 배터리 등장까지의 과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업계의 과도기 패권 경쟁은 이미 양산에 들어간 웨이라이언을 필두로 한 중국 반고체 배터리업계와 내년에 출시 적용될 예정이라는 미국 반고체 배터리 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간 대결로부터 시작될 것 같다.

반고체 배터리가 나왔다

지난 4월 양산에 들어간 웨이라이언의 반고체 배터리는 니오 전기차의 교환형(스왑) 배터리로 사용될 예정이다. 2014년에 설립된 고급 전기 자동차 브랜드 니오는 현재 대부분 두 가지 배터리 옵션, 즉 75kWh/kg와 100kWh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또한 한 달에 지불하는 서비스 구독료로 배터리를 선택함으로써 배터리가 없는 자동차를 살 수 있다. 곧, 니오 브랜드의 자동차는 구독방식으로 150kWh의 용량을 제공하는 장거리 여행용 배터리 옵션을 추가하게 된다. 지난 4월 이 배터리 팩 양산이 중국에서 시작됐다. (사진=니오)

한편, 전세계가 고체 전해질이 액체전해질 배터리를 밀어내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니오와 배터리 제조업체인 웨이라이언 신에너지 테크놀로지(北京卫蓝新能源科技股份有限公司)는 겔 전해질이 포함된 반고체 배터리와 같은 제3의 옵션을 주장하기 위해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카뉴스차이나는 지난 4월 웨이라이언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킬로그램당 360와트시(360Wh/kg)라고 했지만 IEEE스펙트럼은 260Wh/kg, 일렉트렉 등은 150kWh/kg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에너지 밀도가 최고 160Wh/kg인 리튬 인산철(LiF) 배터리 수준이다. CnEV포스트는 지난달 17일 웨이라이언이 지난해 6월30일 니오에 배터리 에너지밀도 360Wh/kg인 반고체 배터리를 처음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6월 상하이, 청두 및 기타 여러 도시에서 니오의 전기차로 수행한 테스트에서 웨이라이언의 반고체 배터리 팩은 한 번 충전으로 1044km를 주행했다고 전했다.

니오는 지난 달 차량 라인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배터리 유형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반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30% 길고 12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9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고체전지의 장점

중국 웨이라이언의 반고체 배터리. (사진=웨이라이언)
니오 창업자 윌리엄 리가 지난해 12월 상하이, 청두 및 기타 도시에서 웨이라이언이 공급한 반고체 리튬메탈 배터리(150kWh/kg)을 탑재한 자사 ET7 전기차로 1회 충전에 1044km를 실증 주행했다. 웨이라이언은 지난 4월부터 이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 (사진=윌리엄 리/웨이보)

반고체 전지가 기존 배터리에 비해 유리한 점을 가져온 혁신은 그 이름을 따온 ‘반고체 전해질’이다.

겔 전해질에도 액체 전해질과 마찬가지로 리튬염 같은 이온 전도체가 들어 있지만, 겔 매트릭스에 매달리는 방식은 훨씬 더 효율적인 이온 전도도를 지원한다.

전지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온의 운반을 강화하면 완전한 회로를 만드는 반대 방향의 전류 흐름을 증가시킨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액체 전해질이 있는 전지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충전 단계에서 중요하다. 또한 겔의 구조는 충전 중에 음극에 형성돼 단락을 일으킬 수 있는 바늘과 같은 구조인 덴드라이트(수지상·樹枝狀)의 형성에 저항한다. 게다가 겔은 액체 전해질에 비해 휘발성이 약하기 때문에 화재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반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가진 배터리에서 기대되는 에너지 밀도와 수명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라인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유리하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아직 사용 시점이 알려지지 않은 게 아니라 웨이라이언과 니오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동안 시험을 거쳐 현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웨이라이언 외에도 여러 배터리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CATL, BYD, 국영 자동차 회사 포 그룹(FAW 그룹·第一汽車製造廠·제일기차제조창·중국 길림성에 본사를 둔 중국 최초 최대 자동차그룹) 및 SAIC 그룹(상하이 자동차 그룹)을 포함한 중국의 유명한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웨이라이언과 마찬가지로 중국내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앞서나가게 하려는 계획의 수혜자다. 이와는 별도로 2009년 중국 간저우에서 설립된 신생 기업 패러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는 고급 배터리를 상업화하기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와 협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5월 15분 만에 80% 충전 가능한 1000여회 충·방전 주기에 에너지 밀도 330Wh/kg인 배터리 셀을 개발했고 2025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국의 투트랙 배터리 주도권 야망에 전고체 선제공격으로 맞불

기존 액체 리튬배터리에서 반고체, 전고체 배터리로의 상용화 전환을 위한 개발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퀀텀 스케이프가 발표한 전고체배터리. (사진=퀀텀스케이프)

그러나 IEEE스펙트럼은 미국 에임즈에 있는 아이오와 주립대 재료 과학 및 공학 교수인 스티브 W. 마틴의 말을 인용, “베이징 정부와 니오-웨이라이언간에 대규모 이뤄진 자금지원과 협력을 통해 반고체 배터리를 가장 먼저 생산되는 전기차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전기차 추진 게임이 중국에 너무 유리하다고 섣불리 선언하게 만드는 유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쓰고 있다.

마틴 교수는 배터리 전문가다. 더 정확히는 리튬 배터리용 유리 고체 전해질과 리튬 배터리용 고용량 가역 음극 소재 분야 전문가다. 그는 고체 배터리가 미래이고 하이브리드 반고체 배터리가 액체 배터리와 고체 배터리 사이의 과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그는 “이 시점에서 어떤 한 배터리와 어떤 한 국가의 배터리 연구 개발 투자가 미래에 지배적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부정확하다”고 말한다. 마틴 교수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고체 배터리는 너무 많은 종류가 있고 이것들 중 어느 것도 명확한 기술적인 선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중국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대항해 공세를 저지할 기업으로 두 개정도의 기업이 선두군에 있다.

그 하나는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다. 이 회사는 현재 자체 개발 중인 전고체 상태의 리튬 금속 배터리가 약 4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사의 셀이 리튬이 탄소 입자로 확산돼야 하는 기존의 리튬 이온 셀에서 발생하는 충전 병목 현상을 제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퀀텀스케이프의 고급 배터리는 15분 만에 10%에서 80%까지 급속 충전을 허용할 것이다.

퀀텀스케이프는 지난해 12월 20일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 ‘A0’ 모델을 고객 전기차업체에 납품했으며 지난 4월 약 4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갖는 알파-2를 고객사에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전고체 배터리 ‘A0’의 의 방전시(왼쪽)와 충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렌더링. (사진=퀀텀스케이프)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이 전고체 배터리 셀에 주목했지만 IEEE스펙트럼은 이의 상용화가 아직 멀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 3월 ‘알파-2’ 반고체 셀 시제품을 제조업체에 테스트 용으로 출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퀀텀스케이프는 지난 4월 자사의 반고체 배터리 셀 시제품(사진)을 제조업체에 테스트용으로 출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퀀텀스케이프)

일본 도요타도 그들의 베팅에 대한 위험에 대비해 가면서까지 손실을 최소화하려 들지는 않는 회사들 중 하나다. 반대론자들을 무시한 이 회사는 전기차에 1회 충전으로 1200km 주행거리를 제공하고 10분내 급속 충전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고체 배터리를 2027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의 낙관론을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를 마련한 덕분으로 돌리고 있다.

전고체배터리 개발 회사에는 솔리드 파워와 같은 회사도 있다. 이 회사는 독자적 황화물 기반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포드 및 BMW와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고체 배터리 출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프롤로지움 테크놀로지는 올해 세라믹 산화물 전해질과 리튬이 없는 연질 양극(500Wh/kg을 초과하는 에너지 밀도용)을 결합한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한 이 회사는 올해 초 대만 타오위안에 세계 최초의 기가급 고체 리튬 세라믹 배터리 공장을 열면서 시간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국내 반고체 배터리 개발은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도 폭스바겐, 테슬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를 꾀하는 가운데 ‘반고체 배터리’(리튬메탈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와 SK 등이 투자한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리튬 메탈 배터리 시제품. (사진=SK)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도 폭스바겐, 테슬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를 꾀하는 가운데 ‘반고체 배터리’(리튬메탈배터리)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21년 현대차그룹은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업체인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SES에 투자한 회사에는 현대자동차 외에 SK(주), LG테크놀로지벤처스, 혼다, 제너럴모터스(GM, 1억 3900만달러 투자),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그룹(SAIC), 폭스콘이 있다.

SES는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충북 충주와 상하이에 시제품 배터리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 일정이 목표대로 이뤄지면 내년에는 반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기아 전기차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회사로는 비 중국계 기업으로는 미국 솔리드 파워, 이스라엘 스토어닷,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 SDI,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잡은 대만 프로로지움 등이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너네는 싸이월드 모르지? Z세대의 1티어 ‘노플레이스’가 보여줄께!

[AI요약] Z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초대 전용 베타 때부터 입소문을 탔던 소셜미디어 노플레이스가 초대 전용 모드를 종료하자마자 앱스토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노플레이스는 ‘미국판 싸이월드’로 불리는 마이페이스와 비슷하면서도 트위터의 ‘영광의 시절’을 녹이고, 자신의 관심사를 원하는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공유할수 있다는 점으로 Z세대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포티투마루, AGI 시대 돈 버는 AI를 주제로 ‘AGI 콘퍼런스 2024’ 개최

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42Maru, 대표 김동환)가 매경이코노미와 함께 오는 7월 25일 ‘AGI 시대 돈 버는 AI’를 주제로 ‘AGI 콘퍼런스 2024’...

임정근 BHSN 대표, “자체 개발한 법률 특화 ‘리걸 AI’로 아시아 유일무이한 올인원 AI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이 될 겁니다”

임정근 BHSN 대표는 “앨리비는 계약ㆍ법률자문 등 법률 업무 효율화에 집중했던 기능을 확대해 기업ㆍ기관ㆍ로펌 등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사업 전략 구축을 돕는 종합 B2B 솔루션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이어 “올해 일본 비즈니스를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리걸AI 기술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단축해 업무 과정을 혁신하는 올인원 AI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경쟁사 기기도 연결하는 AI 생태계’ LG전자의 ‘앳홈’ 인수가 의미하는 것

LG전자가 유럽의 스마트홈 플랫폼 앳홈을 인수하면서 기업 최초로 타사 장치와 서비스를 자사의 씽큐 생태계에 통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존 LG전자의 씽큐 플랫폼 사용자와 앳폼의 호미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용자 모두 필립스, 등 타사의 가전 기기를 제어할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