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중고 전기차를 샀는데 서비스센터에 가니 주행거리가 잘못 설정돼 있는 거라며 129km나 줄여 놓고는 다시 늘리려면 587만원으로 내라고 한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테슬라가 고객의 중고 차량을 수리하다 드러난 ‘과거 수리중 잘못’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기능(주행거리)을 복구하려면 이같은 엄청난 비용을 내야한다고 했다가 차가운 여론에 밀려 결국 물러섰다.
이 소식이 퍼진 곳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40억달러(약 57조4000억원)에 인수하려다 지난달 초 일방적 인수계약 파기를 선언한 대상인 트위터였다. 테슬라는 트위터에서 이 건으로 비난과 조롱을 함께 받으며 이래 저래 체면을 구겼다.
이번 사태는 테슬라가 불과 2~3년 전에도 최신 차량 SW 업데이트시 구형 테슬라 차량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킨 적이 있다는 뉴스를 생각나게 한다. 이와 함께 오래된 중고 테슬라 차량 거래 시 수리이력을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눈뜨고 코 베일 뻔’한 중고 테슬라 모델S 차주와 테슬라 간의 불쾌한 고객 서비스 사태 전말을 일렉트렉 보도와 지난주 트위터들을 바탕으로 알아봤다.
배경엔 배터리 주행거리 조정하는 SW
과거 테슬라는 똑같은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을 놓고 SW로 배터리 주행거리만 줄이거나 늘려 각기 다른 모델로 판매했다. 즉, 같은 하드웨어에 ‘S90’은 주행거리를 길게, ‘S60’은 주행거리를 80마일(약 129km) 더 짧게 설정했다.
테슬라 해커인 제이슨 휴즈(hughes@wk057)가 트위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과거 테슬라 서비스 센터에서 차량 보증기간 중에 테슬라 모델 S60의 배터리를 교체한 후 주행거리를 원상태로 짧게 설정해 놓지 않아 생긴 일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 ‘S60’은 ‘S90’으로 바뀌어 중고차로 판매됐고, 이를 구매한 두 번째 차주가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이 차량을 팔았다.
문제의 세 번째 차주는 3G통신을 쓰는 구형 테슬라 차량으로는 최신 서비스 기능을 다운받을 수 없게 되자 4G통신 다운로드를 할 수 있게 서비스를 맡겼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서비스센터는 과거 이 차량 배터리 교체 수리시 주행거리가 조정되지 않은 채였던 것을 알고는 원상복구(S90→S60)했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이 고객은 테슬라에 자신은 이 차량을 모델 S90 중고품으로 샀다는 상황을 설명하고 테슬라에 이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키도록 해 달라고 했지만, 테슬라는 이 기능을 해제하기 위해선 45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대리점으로서는 이 차량이 원래 S60이었으니 ‘원상복구’한 것일 뿐이었지만, 세 번째 차주로선 다른 부분을 수리하러 갔다가 졸지에 원래 주행거리에서 129km나 줄어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트위터리언들은 테슬라가 자신의 실수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난 후 소유주가 2명이나 바뀐 후 고치려고 했다는 점을 비난했다. 테슬라는 고객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소란을 피운 후에야 이 고객에게서 4,500달러(약 587만원)를 쥐어짜려는 전략에서 물러서기 시작했다.
테슬라 해커의 지원 등 SNS여론 나빠지자 테슬라도 물러서
악명높은 테슬라 해커인 제이슨 휴즈(hughes@wk057)는 원래 ‘모델 S 60’이었던 중고 ‘모델 S 90’을 산 고객을 도우려 노력한 후에 이같은 상황을 폭로했다.
그는 7월 26일자 자신의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에 나눠 폭로했는데 이를 합쳐보면 다음과 같다.
“나에게 2013년형 모델 S 60 차량 소유자 고객이 있다. 몇 년 전 보증 수리기간 중 S90 팩으로 배터리팩이 교환됐다. 이 팩은 SW에 의해 제한받지 않았다. 이 차량은 효율적으로 테슬라에 의해 S90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수년이 지났다. 이후 이 차는 두 번 팔렸고, 이제 새 주인(내 고객)이 가지고 있다. 이 모델은 S90이며, S90 타입의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는 몇 달 동안 차를 가지고 있다가 3G 통신 서비스 종료 후 테슬라에 가 유료로 MCU2 업그레이드를 했다. 모든 것이 잘 됐다. 업그레이드는 끝났고, 차는 잘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의 차가 업그레이드 전에 비해 주행거리가 1/3 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상상해 보라… 이 고객은 테슬라 차량 내부에서 SW 잠금 기능을 활성화(재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이슨 휴즈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는 해결책을 얻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그 문제를 소셜 미디어로 가져갔고, 그 상황에 대한 그의 글은 입소문이 났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썼다.”
테슬라는 그의 글이 입소문을 탄 후에야 고객에게 “당장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은 이동하는 컴퓨터 새삼 일깨워
이번 사태는 차량이 이동하는 컴퓨터가 된 시대의 차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케 한다.
배경에는 주행거리의 핵심인 배터리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SW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테슬라는 소프트웨어(SW)로 배터리 팩 주행거리를 묶어 놓고 조절한 모델S 차량을 판매하곤 했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테슬라 모델S 40 전기차를 구입했었는데, 이 차량은 실제로 SW를 통해 60kWh 배터리 팩을 40kWh 용량으로 잠가놓은 모델 S였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할까.
이는 다양한 배터리 팩을 여러 모델에 장착해 생산을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 없이 다양한 범위의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테슬라는 SW로 잠근 차량 소유자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용량을 개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전문매체인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수 년 간 이러한 관행을 단계적으로 폐지했지만, 테슬라는 보증기간 중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특정 용량의 배터리 팩을 교체해 줄 때 여전히 SW로 잠긴 팩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고객에게 테슬라가 완전히 잘못 대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한편 테슬라는 지난 2019년 자사 차량용 최신 SW(펌웨어)를 배포하면서 테슬라 임의로 고객 차량의 배터리 용량을 줄어들게 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테슬라의 최신 펌웨어를 다운받은 후 2016년 단종된 85kWh 모델S의 주행거리가 11%나 저하됐다는 고객 데이비드 라스무센을 중심으로 테슬라에 대한 소송이 시작됐고 테슬라는 결국 패소하면서 개인 당 625달러씩 보상하기도 했다.
당시 테슬라는 이에 대해 배터리를 보호하고 수명 향상을 위한 조치로 매우 소수의 차량이 영향을 받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노르웨이 법원은 테슬라를 상대로 제소한 30명에게 각각 1만6000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테슬라는 항소를 준비 중이다. 노르웨이 내 1만명 이상 구형 모델 S 차주들의 추가 배상 소송은 물론 다른 국가들로의 소송 확대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