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물론 전세계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다양하고 파편화된 충전환경을 갖고 있다. 이는 전기차 충전 신뢰성과 전기차 도입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테슬라가 만든 북미충전표준(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NACS)을 도입키로 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포드의 NACS 표준 도입 발표 이후 GM과 리비안이 가세했고, 최근에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까지 동참하면서 전례없는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차도 이 표준 규격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할 정도여서 우리도 이 흐름에 무관심할 수 없게 됐다. 테슬라, GM,포드, 리비안 등 미국 전기차업체들의 결속력이 다른 경쟁사들까지 동참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할지, 아니면 기존의 여러 충전 커넥터들이 계속해서 공존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테슬라 NACS 표준 도입 움직임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업고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이 표준이 전세계 전기차 충전방식에 큰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기차 운전자, 제조 기업, 네트워크 운영자 및 차량 소유자에게 영향을 미칠 NACS와 이 표준 도입으로 얻는 테슬라의 이익, 그리고 반발 움직임과 향후 전개 등 전반적 흐름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일렉트릭 오토노미, 포브스, 아스테크니카, 로이터 등을 참고했다.

[전기차 충전 지각 변동]① NACS 표준···테슬라 경쟁사 가세 배경은?

[전기차 충전 지각 변동]② 힘받는 테슬라에 반발 움직임도···향배는?

힘받는 테슬라···북미 제조사 이어 충전사업자들 대거 가세

테슬라 충전표준(NACS)의 부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기존 충전 네트워크 사업자들로서는 이미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NACS 고객을 잃지않기 위해 CCS와 NACS 충전을 함께 제공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드와 GM이 NACS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로이터는 지난달 말 미국의 기존 충전 네트워크에 추가로 두 개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가 테슬라 NACS 충전플러그를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충전네트워크 사업자 블링크 차징은 28일 자사 급속 DC 및 레벨2 충전기에 NACS를 통합했다고 발표했다.

브렌단 존스 블링크 사장 겸 CEO는 “우리 회사는 이달 초 EVS36 심포지엄에서 NACS 커넥터를 새로운 240kW 고속 DC충전기에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 흥미로운 발표 이후로 우리는 전체 블링크 충전기 제품군에 걸쳐 NACS 커넥터 통합을 부지런히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블링크는 오는 10월까지 NACS 급속 DC 충전기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NACS 플러그는 블링크의 모든 레벨 2(AC) 충전기의 옵션이 된다.

존스 CEO는 “블링크의 기술팀은 NACS 커넥터를 우리 회사의 레벨2 충전기 라인에 신속히 통합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출시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새로운 NACS 및 [J]1772 듀얼 장치는 내년 초 블링크의 메릴랜드 주 보위 공장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블링크 차징 외에도 트라이티엄, 월박스, EV고, 오텔에너지 EV패스포트, 프리와이어 같은 여러 충전소 네트워크 운영자들이 NACS 커넥터에 대한 지원을 표명하고 있고, 향후 충전기에 통합할 계획도 발표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미국 최대의 비 테슬라 계열 충전소 네트워크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가 NACS 충전플러그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 전기차 충전소 소유주가 독일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이기 때문이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가 NACS를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이 회사는 현재로선 2025년까지 NACS 플러그를 추가할 수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는 폭스바겐이 지난 2015년 디젤 배기가스 스캔들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최소한 2개 충전 사업자가 NACS 충전방식을 지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첫 주자는 퀘벡에 기반을 둔 충전 사업자인 FLO다. 이 회사는 9만개 이상의 급속 및 레벨 2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에서 NACS 커넥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네이선 양 FLO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발표문에서 “FLO는 북미에서 충전 하드웨어를 표준화하는 계획을 환영한다. 그것이 전기차 운전자들의 혼란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FLO의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표준과 기술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FLO의 최신 급속 충전기인 NEVI 호환 FLO 울트라TM은 이미 요청에 따라 NACS 케이블을 지원한다. FLO는 또한 기존 충전소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호환형 충전소를 통해 NACS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NACS 지원 의사를 밝힌 또다른 캐나다 충전 네트워크 운영업체는 차지포인트(ChargePoint)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서 4500개 이상의 급속 DC 및 레벨 2 충전기를 보유한 충전 네트워크 운영업체로서 NACS 커넥터 솔루션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작업이 포드와 GM의 발표 이전에 시작됐다고도 밝혔다. 차지포인트는 “우리는 곧 이러한 모든 제품에 대한 NACS 커넥터 옵션을 제공할 것이며, 이미 서비스 중인 충전기에 대해 비용 효율적인 현장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스위스에 본사를 둔 ABB-E모빌리티(ABB-Emobility)도 가세했다. 이 회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NACS를 전기차 충전기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테스트, 설계 및 검증 프로세스를 먼저 완료해야 한다. 다만 ABB-E모빌리티는 CCS, MCS, 차데모와 같은 다른 충전 표준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는 않다. 이 회사는 NACS와 함께 이러한 표준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분석가 마크 채트윅은 스마트 카르마에 쓴 투자자노트에서 테슬라와 GM이 테슬라 NACS표준을 채택키로 한 것에 대해 “이는 테슬라의 또 다른 승리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며 테슬라의 전기차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NACS가 북미표준 정착하면 테슬라가 얻는 이득은?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3일 한통의 이메일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바이든 정부가 재생에너지 정책개혁과 관련, 테슬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메일을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테슬라에 대해 거의 언급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행정부는 전기차가 수익성이 높은 재생 가능 연료 보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 수립을 돕기위해 테슬라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첫날 테슬라와 접촉했고, 이는 이후 몇 달 동안 연방 공무원들과 전기차 회사들이 가질 일련의 전기차 산업 관련 회의의 시작이었다.

어쨌거나 테슬라는 자사의 슈퍼차저를 경쟁사에 개방하고, NACS가 북미표준이 되면 당장 어떤 실익을 얻게 될까.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의 비중을 절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모두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전 세계에 4만 대가 설치돼 있는데 빠르고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지만 테슬라 차량 전용이기에 폭스바겐이나 포드, 쉐보레(GM) 등 경쟁사 차량은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테슬라는 자체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경쟁사 전기차에도 개방한다고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올해부터 다른 전기차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였고 그간 미국에서는 예외였다.

테슬라가 NACS 방식을 슈퍼차저 이외의 거의 모든 충전소기 채택한 경쟁 표준인 CCS에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75억달러(약 9조 7000억원) 규모의 미정부(교통부) 보조금의 일부를 받을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은 미 전역에 전기충전소를 구축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특별법(NEVI)’에 따라 지급되는 돈이다.

또한 테슬라는 미전역 전기차 충전소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슈퍼차저를 내세워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더많은 차량에 전력을 판매(충전)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테슬라 주가는 포드와의 거래를 발표한 지난 5월 말 이후 40% 이상 상승했다.

과연 NACS로 표준화하면 모든 게 좋아질까?

전기차 충전 표준과 관련한 많은 질문들이 있지만 어떤 질문은 소비자들에게 더욱더 중요하다.

포브스가 지적했듯이 “그렇다면 NACS를 채택한다는 것은 포드, GM 및 리비안 전기차 운전자들이 테슬라 운전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같은 접근성, 편리성 및 신뢰성을 곧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하는 질문이 그런 것이다.

이 매체는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언론 보도와 토론의 대부분은 NACS 커넥터와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혼동하는 것 같다. 또한 자동차 회사(포드,GM 등)의 발표에서는 테슬라와의 계약 및 협력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NACS로 전환하는 것이 모든 운전자에게 슈퍼차저와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확신은 없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유럽 연합(EU)에는 27개국에 걸쳐 수백 개의 공급사가 있다. 테슬라도 그 중 하나이며, 유럽의 테슬라 충전기인 슈퍼차저(V2 및 V3)는 CCS 기술과 호환된다.

표준은 합의의 표현이며 진보를 위한 확고한 기반을 만든다.

차린 북미 회장 로그비노프는 “모든 사람이 채택하는 통일된 표준을 가지려면 건강한 경쟁이 필요하다. 경쟁은 더 낮은 가격, 더 나은 성능, 더 나은 기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로이터통신은 “텍사스주는 미 연방 보조금을 받아 주 고속도로를 전기화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원하는 전기 자동차 충전 회사들에게 테슬라 NACS 표준과 CCS 표준을 모두 포함토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움직임은 포드, GM, 리비안이 테슬라 기준을 채택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CCS를 미국의 지배적 충전 기준으로 삼는 노력을 회피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와 운영사들이 테슬라 기술을 충전소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무화하려는 텍사스의 계획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나왔다. 이 매체는 관련 문서를 확인했으며,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내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차지포인트 홀딩스와 제조업체 ABB를 포함한 5개 전기차 충전회사와 청정에너지협회는 “테슬라의 커넥터를 재설계하고 테스트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텍사스 교통위원회에 보냈다. 이들은 텍사스 교통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텍사스의 계획은 연방 자금이 투입되는 1단계의 성공적 배치를 위태롭게 한다”고 쓰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테슬라 충전 커넥터의 안전성과 상호운용성을 적절하게 표준화, 테스트 및 인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미 전기차 충전 표준화와 관련해 분명한 것은 향상된 전기차 운전자 경험, 전기차 시장의 미래 성장이 효과적 제휴 및 협업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커넥터 표준화 이상으로 중요하다.

6개월내 NACS가 표준되더라도 테슬라는 간섭 못한다

그렇다면 북미 전기차 충전 표준이 테슬라가 만든 NACS로 가면 테슬라는 이와 관련해 또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NACS를 자사 전기차에 접속하기 위해 협상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도 놀랄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NACS는 더 이상 테슬라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동차엔지니어협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SAE)인터내셔널이 관할하게 될 것이다. 이 단체는 부분적으로 미합동에너지교통국(Joint Office of Energy and Transportation)의 도움에 힘입어 향후 6개월 이내에 NACS가 공식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독립된 NACS는 업계의 나머지 표준에 비해 훨씬 더 매력적이 될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본질적으로 신중하며, NACS를 담당하는 SAE는 이들의 도약에 필요한 부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북미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전기차가 북미에서 가장 큰, 최고의 충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돼 충전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약속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후속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을 예상케 한다.

하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타 자동차 회사, 특히 중국과 일본 전기 자동차업계에 에 미칠 영향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은 레벨 2 충전에 J1772 커넥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차량 모델에서는 급속 DC충전을 위해 차데모(CHAdeMo) 커넥터가 필요하다. 중국 시장용으로 생산된 전기차에는 레벨 2 AC 충전과 급속 DC 충전에 모두 GB/T 플러그가 사용된다.

현대차도 테슬라 NACS 동맹 참여 검토

장재훈 현대차 CEO는 지난달 20일 테슬라의 NACS와 더 쉽게 호환되도록 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의 충전 표준으로 전환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동맹에 합류하는 것을 고려하겠지만 이것이 고객들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사장은 현대차 투자자의 날에서 분석가들에게 “그것이 우리가 고객의 관점에서 조사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소 네트워크는 현대차 전기차가 다른 충전기에서 실현할 수 있는 더 빠른 충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오닉 5를 포함한 현대의 새로운 전기차들은 빠른 충전을 위해 800V의 전기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반면,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더 낮은 전압에서 작동한다.

장 사장은 현대는 테슬라와 협의해 현대차 고객들이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