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한 전기차 조차도 가솔린 자동차(내연기관 차) 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 전기차는 어떤 전기를 공급받느냐와 무관하게 수명이 다할 때까지 (총량으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
‘전기차가 가솔린차보다 깨끗하지 않다’는 주장을 잠재우는 이같은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전기차 비평가들은 특히 석탄이나 다른 비재생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이른바 ‘더러운(dirty)’ 그리드(전력공급망)로 충전하는 전기차가 가솔린보다 환경에 훨씬 나은지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런데 최신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의 수명 주기(제조를 위해 필요한 재료 채굴에서부터 궁극적으로 폐차하는 기간)를 계산해 본 결과 가솔린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기구인 국제청정교통협의회(ICCT) 피터 모크 유럽 담당 상무는 최신 연구결과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은 인도와 중국에서조차도 배터리 전기차의 수명 주기 혜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전기차가 재생 에너지 비율이 높은 유럽의 그리드(전력망)에 연결되든, 또는 여전히 석탄에 크게 의존하는 인도의 그리드에 연결되든 간에 이같은 전기차의 효과는 세계공통이었다. 이 연구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바이오 연료, 수소, 전기 등 다양한 동력원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2°C 이하로 유지하려는 파리협정의 목표에 부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교통수단은 배터리전기차(BEV)와 연료전지전기차(FCEV)뿐이다”라고 결론내렸다.
전기차가 기상이변 가져오는 온실가스 더 적게 배출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지만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 위기의 주범이 되고 있다. 최근 100년내 최악이라는 유럽의 홍수, 1000년 내 최고 폭우라는 중국 정저우의 물난리도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가 온난화되면서 생긴 기후 이변이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이 2035년까지 가솔린 자동차를 단계적으로 폐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는 그들이 운영하는 전력망이 깨끗할 때만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전기차에 필요한 전기 생산도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하다고만 할 수 없다는 주장)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전력 공급망에서 화석연료가 여전히 재생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게오르그 비커 ICCT 연구원은 발표 보고서에서 “전기 생산 과정과 배터리 생산 과정을 고려한다면, 전기자동차가 (내연 가솔린차에 비해) 그리 나은 것이 아니라는 자동차 업계의 로비 활동이 많다. 우리는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ICCT는 분석을 통해 이러한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측의 주장이 ‘시간 경과에 따라 사실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보고서는 인도, 중국, 미국 또는 유럽에서 2021년에 등록된 중형(中型) 전기차 이산화탄소 배기량을 근거로 분석을 했다. ICCT에 따르면 이 국가들은 전 세계 신차 판매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다른 시장을 대표하고 있다.
분석 결과 유럽에서 전기차가 수명주기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가솔린차에 비해 66~69%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한 대가 배출량을 60~68% 감소시킨다. 석탄 전력을 더 많이 사용하는 중국에서 전기차는 가솔린차보다 배출량을 37~45%의 배출량을 줄여준다. 석탄발전 전력 공급에 크게 의존하는 인도에서조차도 19~3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올해 등록된 차량을 대상으로 했으며, 약 18년 동안 운행될 것을 가정해 분석했다. 연구 저자들은 기후 정책과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예측에 따른 에너지 혼합을 검토함으로써 각 지역에 대한 잠재적 배출량 감소 범위를 확보했다.
문제는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정책 실천
하지만 전세계 에너지 인프라가 실제로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는 2035년까지 100% 청정 전기를 얻는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관련 정책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또한 이번 연구는 전기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기후관련 영향 및 제시했을 뿐 채굴 및 폐기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여타 환경적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실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전통적 가솔린차를 만드는 것보다 조금 더 이산화탄소 집약적이다(탄소를 많이 발생시킨다). 따라서 전기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이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 강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비커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운전자들은 1년 정도 자동차를 운전하면 기후 혜택을 누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 때가 바로 전기차가 배출의 문턱을 넘는 때다. 즉, 전기차가 가솔린차 보다 많았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벌충하고 줄여가는 시점이 된다. 이때부터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보다 더 깨끗한 전기로 운행함으로써 절약되는 배기가스로 기후에 더 좋은 영향을 제공한다.
지난해 나온 내연자동차 회사 보고서 정면 반박
이 새로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에 나온 자동차 회사들의 연구 결과에 반하는 것이다.
당시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 자동차 제조가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엔진 차량 생산시보다 63%니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혼다, 애스턴 마틴, 보쉬, 맥라렌이 의뢰해 만들어진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소위 배기가스 배출 ‘제로’인 차량은 화석 연료로 구동되는 차량만큼 ‘친환경’상태가 되기까지 거의 5만마일(약 8만km)를 주행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2030년부터 신차 및 디젤차 판매를 금지하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계획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50년까지 영국이 넷제로를 달성하는 데 전기자동차가 최고의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커 연구원은 이를 뒤집는 이번 ICCT의 연구 결과가 정책 입안자들이 교통의 미래에 대해 보다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어떤 종류의 내연 기관 차량도 우리가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공할 수 없다”며 “그것은 전세계적인 것이기에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내연 엔진 자동차를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최악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금세기 중반까지 전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을 거의 0(넷제로·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에 가깝게 낮추려고 서두르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이러한 감축을 위해 필요하며,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조차도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만큼 충분히 깨끗하지 않다.
보고서는 2030년대까지 각국정부가 도로에서 새로운 내연 차량을 허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ICCT의 20일 발표 보고서는 https://theicct.org/publications/global-LCA-passenger-cars-jul2021에서 볼 수 있다.
전세계 전기차 보급상황은?
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왕국 미국에서는 전년대비 3.2% 감소한 23만100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연료 전지 차량 제외)는 미국 연간 자동차 판매량의 약 2%를 차지한다.
전 세계에는 약 1020만대의 전기차가 있고, 미국은 이 중 17%에 불과하다. 이는 전세계에 보급된 전기차 총량의 44%(450만대)를 차지하는 중국에 한참 뒤진 수치다.
높은 차량가격과 충전소 부족이 수요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으며, 전기차는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사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및 세액 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는 전기차 가격을 일반적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시에라 클럽(Sierra Club)에 따르면, 미국에서 평균적인 전기 자동차 운전자는 연간 700~1600달러(약 80만~184만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고, 더 깨끗하고 보다 간소화된 전기차 시스템 특성상 거의 50%에 달하는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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