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인 반도체 칩(이하 반도체) 부족 현상이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한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제재 당사자인 화웨이 측의 주장입니다.
실제 전세계 산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아우성입니다. 가까운 예로,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도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서 전기차 등 자동차 생산을 멈추기까지 했습니다. 며칠씩 공장 가동이 멈췄고 이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습니다.
반도체가 부족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생각하면 됩니다. 반도체의 수요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상 한파로 인한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정전 및 日 르네사스 공장 화재 등의 문제도 일조를 했습니다만...)
전기차와 전자장비화 된 내연 자동차, 첨단 기능이 탑재된 가전제품, 유무선 통신 장비의 증가 등 반도체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시대의 도래로 PC/노트북 판매도 증가했고, 원격회의 활성화로 서버 수요 또한 증가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쪽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한데요. 자동차용 반도체는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가형 반도체라, 주요 반도체 기업이 적극적으로 생산하지는 않는 이유도 더해졌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러한 가운데, 화웨이의 '미국 책임설'이 흥미롭습니다. 13일 화웨이 투자자 써밋에서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전세계 반도체 재고 부족 사태를 가져 온 주된 이유”라고 비난했습니다.
같은 날(현지시간 12일) 열리는 미국 백악관 회의의 주제이기도 한 글로벌 칩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책임 일부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라는 것이죠. 화웨이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쉬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중국의 테크기업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반도체 산업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렸고, 결국 전세계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에 따라 반도체를 써야 하는 기업들이 반도체 재고 물량을 과도하게(3개월에서 6개월까지 물량을) 비축했기 때문이죠. 반도체의 수요-공급 싸이클이 불안해지면서, 비상식량을 비축하듯 반도체 칩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인 것은 사실입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수급 대란이라는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긴급대책 회의에 나선 것이죠. 삼성전자도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 회의에는 삼성전자 외에 대만의 TSMC, 인텔, NXP 반도체,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과 포드, GM 등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알파벳과 AT&T 등 주요 IT기업들이 참석합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미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반도체 수요-공급망을 재정비하고 공급을 독려하는 내용과 함께,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 제재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지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