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기 스타트업의 보육과 성장을 지원하는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한국AC협회)와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통합 계획을 공식화했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한국AC협회는 중기부에 등록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를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이다. 현재 총 210개의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출범한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는 중기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AC를 비롯해 VC(벤처캐피탈),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창조경제혁신센터, 기술지주사 등 100여개의 기관이 모인 단체다.
같은 기능과 성격을 가진 두 단체는 그간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며 협의를 이어왔다. 물꼬를 튼 것은 지난달 19일 제4대 한국AC협회장으로 취임한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실질적인 통합 협의를 추진하며서부터다. 이미 통합에 대한 논의와 물밑 작업은 진행돼 있던 상황에서 양 협회는 이날 오전 통합에 대한 합의서에 날인을 하며 공식적인 통합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통합협회는 최대 3개월 내 정식 출범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양 협회는 TF를 구성, 관련 법 등의 검토와 각 협회 회원사 대상 공청회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통합 협회 출범과 함께 창진원, 엔젤투자협회로부터 업무 이관 추진
이날 통합 합의서 날인 사실을 공개한 전화성 한국AC협회장은 “협회가 통합되면 제일 먼저 액셀러레이터 전체 업계를 대변하는 민간 컨트롤러 역할을 통해 체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며 중기부 산하 창업진흥원과 엔젤투자협회의 업무 이관 문제를 첫 과제로 내세웠다.
“AC업계가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고 글로벌화 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단계로 창진원이 담당하고 있는 창업기획자 등록 및 검증 업무를 통합 협회로 이관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은 (협회가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창진원이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실질적으로 스타트업 초기 투자와 보육에 있어 제일 전문성이 있는 집단이 저희 통합협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정중하게 창징원으로부터 업무를 이관 받겠다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중기부에 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로 엔젤투자협회로부터 개인투자조합 관리 업무를 이관하는 건에 대해 전 회장은 “AC가 현재 과반 이상의 개인투자조합들을 운용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관리는 그간 엔젤투자협회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전문 엔젤이 구성하는 개인투자조합과 AC가 구성하는 개인투자조합의 결과 규모가 다릅니다. AC가 구성하는 조합 규모가 훨씬 크고 분산 투자 등 여러가지 수익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인의 형태이기 때문이죠. 이에 저희는 이러한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서라도 조합 관리 업무를 엔젤투자협회로부터 이관 받아야 한다고 (중기부에)정식 건의했습니다.”
통합 협회 5개 부문 10개 분과 조직, 각 AC 대표인 부회장을 분과장으로
이날 통합 협회 출범 준비와 함께 AC 투자· 보육시장 고도화 및 글로벌 창업생태계와의 교류·협력을 위한 5개 부문-10개 세부 분과 활동에 대한 내용도 공개됐다.
투자 활성화 분과에는 배상승(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홍종철(인포뱅크 아이엑셀) 부회장과 안창주(엔슬파트너스), 이승호(데일리파트너스), 한상엽(소풍벤처스) 이사가 참여하게 된다. 보육시장 확대 분과에는 양경준(크립톤), 김경락(페이스메이커스), 김정태(엠와이소셜컴퍼니) 부회장과 김유진(스파크랩), 배순구(다래전략사업화센터), 허제(N15파트너스) 이사가 참여한다.
글로벌 협력 분과에는 황병선(빅뱅엔젤스), 김진영(더인벤션랩), 정진동(킹고스프링) 부회장과 손미경(젠엑시스), 정주용(비전벤처파트너스), 박재현(탭엔젤파트너스) 이사가 참여하게 되며 지역활성화 분과에는 소재문(케이액셀러레이터) 부회장과 박준상(시리즈벤처스) 이사가 참여한다. 협회 통합 및 거점확보를 위해서는 명승은(벤처스퀘어) 부회장과 신향숙(SS2인베스트먼트) 이사가 협력하기로 했다.
분과 운영 시 발생하는 비용은 협회가 부담하며 분과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고 최종 결과는 보고서를 통해 배포하는 등 투명한 운영에 방점을 둔 점이 주목을 끈다.
각 분과 별 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투자활성화 분과의 경우 초기 투자 영역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강화와 투자 선진화 위한 법/제도 개선, 투자 활성화 필요한 전문 자질 및 대정부 역할 제안을 담당한다. 우선적으로 모태펀드 활성화를 비롯해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정책 변경을 중기부와 산업부에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투자활성화 1분과를 맡은 배상승 부회장은 “AC에 대한 예산 배정이 전체 모태펀드 예산의 6%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기부, 금융위, 산자부 등과 협의를 통해 절대적인 AC의 투자 비중을 좀 더 높여나갈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외에도 배 부회장은 3년 미만의 창업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 강화와 AC협회와 VC협회 간 협업 다각화를 통한 초기 창업 생태계 강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투자활성화 2분과를 맡은 홍종철 부회장은 교육부, 문체부, 해수부, 농식품부 등을 대상으로 대학/교육 계정 확대와 AC 조건 적극 보입, 문화계정 및 콘텐츠 펀드의 초기 투자영역 확보, 해양수산/농식품 관련 펀드의 AC 참여 확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보유한 초기 투자 펀드의 AC 참여 확대 및 후속투자 연계, 부처별 전문 영역 관련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데모데이 공동 개최를 추진할 예정이다.
보육시장 확대 분과의 경우는 3개 분과로 나눠져 각각 양경준, 김경락, 김정태 부회장이 1, 2, 3 분과를 맡았다. 역할은 유망 창업가 발굴 및 투자, 보육 전문 기구인 AC의 창업 보육 시장 확대 위한 창업생태계 주요 기관들과의 협력, 정부 부처별 액셀러레이터 보육 기능 활용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날 보육시장 확대 1분과를 맡은 김경락 부회장은 “투자에 더 중점을 두고 자부담을 줄이며 보육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면 AC들이 더 많은 스타트업을 배양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코넥스 시장 활성화, 기술사업화·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의 협회 위탁 사업화 등을 언급했다.
글로벌 협력 분과 역시 3개 분과로 나눠졌다. 황병선 부회장이 1분과를 맡았고 김진영 부회장이 2분과, 정진동 부회장이 3분과를 각각 맡았다.
글로벌 협력 분과의 주요 역할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AC 글로벌 투자 및 보육 역량 강화 위한 글로벌 창업생태계와의 교류/협력 촉진이다. 각 분과는 북미/유럽, 아시아, 중동/인도/아프리카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각 국가 별 AC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아시아 지역을 맡은 2분과의 김진영 부회장은 “5년 전 베트남에 거점을 둔 한국 스타트업 15곳에 투자를 했고 현재도 잘 성장하고 있다”며 “베트남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바로 옆의 캄보디아, 라오스 등 새로운 지역에 대한 발굴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이제는 회사 단위가 아니라 협회가 역할을 해, 다양한 AC들이 보육하고 있는 기업과 공동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시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역활성화 분과를 맡은 소재문 부회장은 “지방 소멸, 도시 집중화, 쳥년 등 다양한 문제들을 지역 현안에 맞춰 각 분과에서 우수한 프로그램을 지역으로 이식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한 목소리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사업으로 성장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협회 통합 및 거점 확보를 담당한 명승은 부회장은 2010년 무렵 AC 리더스 포럼으로 시작해 한국AC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로 분리됐던 과정을 돌이키며 최근 몇 달 간 양 협회 통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명 부회장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양 협회 회원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통합협회를 출범시키기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전국협회로 나갈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는 것도 역점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