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계가 일한다면 성과를 높이고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
하지만 기술 발전은 늘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흐른다.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AI에게 인간을 감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AI의 타깃, 감정 노동자
콜센터 솔루션 기업 코지토(Cogito)는 콜센터 직원과 고객 사이의 대화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코칭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디오 기반 AI 기술로 목소리의 상태, 어조, 성량, 사용하는 단어 등을 분석해 상담을 맡은 직원의 고객 공감도를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코칭을 내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화를 낼 경우, 상담 직원까지 곤란한 반응을 보이면 '흥분을 멈추고 공감 신호를 보내라'등의 즉각적인 명령을 보내는 방식이다.
이에 코지토 측은 이를 직원으로 하여금 더 나은 상담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AI는 감독관에 가까웠다.
파이낸션타임스(FT)는 "물을 마시거나 허리를 펴도 10초 정도가 걸리지만, 매 초마다 AI는 우릴 추적했다"는 콜센터의 직원의 말을 인용해 그 실상을 전했다.
그 10초는 상담사에게는 폭언을 하는 고객을 피하기 위해, 혹은 감정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하지만 AI가 인식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상담사 직원의 10초는 곧 고객의 기다리는 불편함에 불과하다.
코지토는 이러한 AI의 개입이 기업 측면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반면, 지속적인 AI 코칭 강요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콜센터는 최소 비용에 속하기 때문에 AI 콜센터 감독관 도입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나 VIP 응대 시 도입 가능성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코지바와 같은 AI 코칭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은 없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업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전화 상담 중심의 콜센터를, 챗봇을 활용한 텍스트 중심의 콘택트 센터로 변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목소리를 통한 상담 영역에서도 SK의 AI 보이스봇, 클로바 AI콜 등과 같이 미리 녹음된 AI의 목소리로 고객을 자동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콘택트 센터 솔루션 관계자는 "한국어의 경우, 대화 분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관련 정보 제공 등 상담원 지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AI 감독관 도입에 대한 가능성은 남겼다.
그는 "여전히 VIP는 전화를 통한 응대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며, "기업으로서는 실현 가능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AI 코칭 솔루션도 옵션 중 하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