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로봇도 사람처럼? 아기 수준의 생각가진 AI 개발

로봇이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게 해 줄 깜짝 실험 결과가 나왔다.

로봇(인공지능·AI)에게 동영상으로 물리적 공간에서 공이 움직이는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습시킨 후 공이 물체를 뚫고 들어가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로봇이 놀라움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알파고로 유명한 영국 딥마인드 공동 연구팀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AI가 인간 아기 수준의 생각과 감각을 가진 것’으로 봤다. 3~6개월 된 어린 아기들도 공간 상에서 물체가 이상한 변화를 보일 때 이를 이해하고는 놀라움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로봇의 공간 변화 이해 및 감정 표현은 최소한의 물리적 상황 변화를 학습한 것에서 도출됐다는 한계를 갖는다.

과연 딥마인드 과학자들은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실마리를 잡은 걸까. 과연 이 실험에서 보여준 AI의 반응은 자신이 생각한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어린아기 수준의 반응···성인 수준의 물리적 이해 AI 모델 초석

연구자들이 물리적 세계의 기본 규칙을 가르쳐 아기처럼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실험에서 과학자들이 ‘플라톤’이라는 이름의 딥러닝 시스템에게 애니메이션 슬라이드로 상식적인 공의 움직임을 가르쳤다. (사진=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컴퓨터 과학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과연 인간은 기계(AI)가 어느 수준까지 인간 같은 감정을 갖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의문 풀기에 나선 과학자들은 딥마인드의 전문가, 그리고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원들이었다. 이들은 이 과제를 앞서 소개한 방식처럼 부분적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를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r) 7월 11일 자에 발표했다.

이들은 물리적 물체가 상호 작용하는 방법에 대한 상식적인 규칙인 이른바 ‘직관적 물리학’을 배울 수 있는 ‘플라톤’(PLATO)이라는 딥러닝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시각적 입력을 객체들의 집합으로 표현하고 객체들 간 상호작용에 대한 이유를 추론해 낼 수 있었다.

딥마인드 연구원들은 어떤 근거로 플라톤이 물리적 세계의 기본 규칙을 깨우쳐 아기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걸까.

연구원들은 땅에 떨어지는 공, 다른 물체 뒤로 굴러서 다시 나타나는 공, 그리고 서로 튕겨나가는 공이 움직이는 많은 간단한 장면들의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플라톤을 훈련시켰다. 훈련 후 플라톤은 때때로 불가능한 장면들을 담은 비디오들을 보면서 테스트를 받았다. 예를 들면 공이 사라지고 프레임의 다른 쪽에 다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장면들이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플라톤은 어린 아이처럼 물체가 상호 작용하지 않고 서로를 통과해 움직이는 것과 같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놀라움’을 보였다.

연구원들은 이것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AI’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발견이 성인 인간과 똑같은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가진 AI 모델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연구 저자인 딥마인드의 루이스 S 필로토 박사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움없이 해 내는 중요한 스킬이다. 하지만, 이것은 AI에게는 여전히 도전(해결과제)이다. 만약 우리가 실제 세계에 유용한 시스템을 배치하려 한다면 그 모델들이 우리의 직관적인 물리 감각을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AI가 놀라는 반응 보인 게 뭐 그리 중요할까

딥마인드 연구원들은 AI 모델이 다양한 물리적 개념, 특히 견고성(두 물체가 서로 통과하지 않음) 및 연속성(물체가 존재 안 및 존재 밖으로 깜박이지 않음)(사진)과 같은 유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물리적 개념 세트를 학습할 수 있는지 물었다. (사진=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

이 연구성과가 뭐 그리 대단할까.
이 새로운 연구의 저자들에 따르면 심지어 아주 어린 아이들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상식적인 규칙인 ‘직관적 물리학’을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열쇠를 공중에 매달고 놓아주겠다고 선언한다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어디에도 지지할 것 없는 물체가 공중에 떠 있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알 것이다. 또한 두 개의 단단한 물체, 즉 열쇠와 아래 테이블이 서로 통과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열쇠가 식탁과 만날 때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 3개월 된 유아도 이러한 예상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는 듯한 ‘마술 같은 상황’에 직면하면 이 아기들도 반응한다.

예를 들어 생후 5개월 된 아기들조차 장난감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수반되는 상황을 보여주면 깜짝 놀란다.

딥마인드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AI 모델들에게 다양한 물리적 개념들을 배울 수 있는지 물었다. 특히 어린 유아들이 이해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지 물어 본 것이다. 예를 들어 두 물체가 서로를 통과하지 않는다는 것(딱딱함)과 물체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연속성)들을 배울 수 있는지 였다. AI가 이걸 배워 낸 셈이다.

연구진은 플라톤이 비상식적인 물리적 변화에 깜짝 놀란 반응을 보인 것이 3~6개월 된 어린아이들의 반응과 같았다며 이것을 AI가 아기수준의 생각을 가졌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놀라움’ 표현 이어 더 발전된 감정 표현 기대

인공지능 플라톤은 물리적 공간에서 물체별 예측을 하기 위해 인식 모델과 역동적 모델 두 개를 모두 사용한다. (사진=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

필로토 박사는 “이 ‘놀라움’이라고 정의되는 하나의 해석이 나옴에 따라 또 다른 어떤 것을 보고 또 다른 결과를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톤 AI는 다음에 관찰할 물체의 구성에 대해 예측한다. 동영상이 재생될 때 물체의 실제 구성을 관찰한다. 플라톤이 ‘놀라움’을 표현한 것은 자신이 예측한 구성과 동영상의 다음 프레임에 있는 실제 구성의 차이 때문이었다.

플라톤의 이번 학습 효과는 겨우 28시간 동안 동영상을 본 후 나타난 것이었다.

공동 연구 팀원들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플라톤이 인간이 직관적 물리학을 배우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수잔 헤스포스와 아포르바 시바람 연구원은 “이 논문의 결과는 튜링이 옳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이번 결과는 '이것은 유아기 인간의 물체 지식에 대한 연구가 성인의 물체 지식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의 마음을 흉내내는 더 나은 컴퓨터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잠재적으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앨런 튜링의 제안 한가지가 실현됐다

1950년 영국의 전설적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은 이번 연구처럼 “AI에게 어린이의 지능을 주고, 어른의 지능을 쌓기 위한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I를 훈련시킬 것”을 제안했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주목되는 것은 1950년 영국의 전설적인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이 이같은 AI 대상 실험을 제안한 것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라는 점일 것이다.

튜링은 AI에게 어린이의 지능을 주고, 어른의 지능을 쌓기 위한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I를 훈련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핵심 연구 논문인 ‘컴퓨팅 머신과 지능’(Computing Machine and Intelligence)에서 “어른들의 마음을 흉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애쓰는 대신 아이의 마음을 흉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썼다.

이제 딥마인드를 포함한 AI연구진들은 물리적 세상에 대해 어린이 수준의 감각을 갖춘 AI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딥마인드 팀이 개발한 AI가 향후 적절한 교육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성인의 뇌를 얻게 될까?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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