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통신 칩셋 종가인 미국 퀄컴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만 미디어텍과의 판매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나온 중국 스마트폰 및 칩셋 시장의 5월 실적 단면도도 여전히 그렇다. 미디어텍이 840만개로 선두를, 퀄컴이 650만개를 공급하며 뒤를 쫓고 있다. 미국이 대중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사업 손발을 묶은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오히려 미국의 퀄컴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디어텍은 어부지리로 이익을 챙겼다. 미디어텍 칩셋은 코로나19 봉쇄로 스마트폰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잘 팔렸다. 중국서 가장 많이 팔린 고급 스마트폰용 칩셋은 대부분 애플의 A칩 시리즈 몫이었다. 또한 중국시장 내 중저가 스마트폰용 칩셋은 대부분 미디어텍 칩셋 몫이었던 결과다. 화웨이에서 독립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너는 고가폰에 미디어텍의 고급 디멘시티9000 칩셋까지 사용하며 대중 수출 제재 대상인 고급품 퀄컴칩을 대체하고 있다.
물론 올들어 퀄컴에 희망적인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는 하다. 지난 12일 발표된 중국 시장조사회사 CINNO리서치의 5월중 중국 시장 스마트폰과 칩셋 판매 통계를 통해 어부지리를 챙긴 미디어텍과 퀄컴, 그리고 애플의 역학 관계와 최근의 상황을 들여다 봤다.
중국 시장 스마트폰칩셋 톱5, 맨위에 퀄컴이 없다
세계 경제는 둔화됐고 소비자들의 소비 의지는 감소했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지만 코로나19 봉쇄 영향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회복을 말하긴 섣부르다. 소비자들이 휴대폰 소비에 열광하지 않는 깊은 이유는 기능적으로 큰 변화가 없고 바꿀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더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스마트폰 칩셋 출하량은 전월 대비 8.6% 증가한 약 1912만개였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약 19.7% 감소했다.
브랜드 별로는 대만 미디어텍이 840만개의 칩셋을 출하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 업체의 출하량은 전월 대비 15%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3%의 감소를 기록했다.
퀄컴은 650만 개 출하로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4.1%, 전년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한 수치다.
3위는 애플, 4위는 유니SOC(UNISOC), 5위는 하이실리콘이다. 유니SOC의 타이거 칩은 주로 중국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보급형, 기껏해야 중간급 칩이다.
하이실리콘을 탑재한 칩 휴대폰 출하량은 5월 한달 동안 40만 대 미만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1.5%나 감소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 순위도 바닥을 쳤다. 물론 미국 정부의 화웨이를 겨냥한 대중기업 제재 때문에 이런 상황이 놀랍지는 않다. 화웨이는 더 이상 미국의 기술(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을 사용해 하이 실리콘 칩을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회사는 서서히 이 통제를 극복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정상적 영업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월 중국 스마트폰 칩셋 상위 3사가 93.7% 차지
CINNO리서치는 5월중 상위 3개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약 9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미디어텍, 퀄컴, 애플이다. 이 조사보고서를 보면 미디어텍과 퀄컴의 스마트폰 칩셋 출하량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디어텍은 점점 더 많은 스마트폰 브랜드를 고객으로 영입하고 있으며, 칩셋 공급량도 점점 늘리고 있다.
퀄컴의 부진에는 위탁생산량 일부를 삼성에서 다시 TSMC로 넘겼고, 이로 인해 칩 공급이 어느 정도 지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품 출시와 고객사를 끌어들이는 데 차질을 가져왔고 시장 내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늘어난 고급 칩셋은 애플의 몫, 보급형 칩셋은 미디어텍의 몫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용 칩셋 단말기 총 출하량에서 4,000위안~5,999위안(595~892달러)가격대 고급 휴대폰 칩셋 비중은 13.2%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5.6% 증가한 수치로 최근 가장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999위안(892달러) 이상의 초고가 휴대폰의 경우, 칩셋비율은 8.5%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 대비 약 6.4% 감소한 큰 폭의 감소치다.
애플은 미국 정부 제재의 타깃인 화웨이의 부재로 인해 중국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기간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IDC의 2020년과 올해 1분기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IDC의 지난 2020년 상반기 고가 스마트폰(대당 600달러 이상) 시장 점유율 보고서에서는 화웨이가 44.1%로 1위, 애플이 44%로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중 중국 고가 스마트폰(대당 550달러 이상) 점유율을 보면 애플이 56.9%로 1위를 차지했고 화웨이는 한참 뒤진 23.6%로 2위를 차지했다.
CINNO리서치에 따르면 4000위안(595달러)이상 고급 스마트폰용 칩셋 시장에서 애플의 비중은 71.1%로 전년 대비 약 8%포인트 증가했다. 2000위안(297달러) 이내 보급형 스마트폰 칩셋의 경우 미디어텍은 지난 5월 중국시장에서 약 70.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CINNO 리서치는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중국시장이 근본적이거나 중요한 회복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 계열사였다가 분사한 아너 단말기의 판매량이 약 320만대로 월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퀄컴칩을 쓸 수 없는 이 중국 1위 스마트폰 회사는 소비 부진 속에 전월 대비 약 9.4%, 50만대 정도 판매량을 늘렸다. (아너는 1분기를 통틀어서도 중국 시장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오포의 19%, 애플의 18%를 앞질렀다.)
CINNO리서치는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지만 시장 회복 모멘텀은 여전히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의 재고 수준이 높고 소비자 교체 열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굳이 이 조사 보고서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올해 하반기 휴대폰 시장이 근본적 회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스마트폰 칩셋 시장도 크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IDC가 올해 6월 초 수정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13억 1000만 대다. IDC는 3분기 연속 하락과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2022년 전망치를 기존 1.6% 성장률 전망에서 크게 낮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미디어텍이 당분간 최고 칩셋 판매업체 자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성장률이 떨어진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반격이 시작되나
하지만 올들어 서서히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아너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 콩그레스(MWC2022)에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칩을 사용한 고급폰 매직4를 발표했고 이달에는 스냅드래곤888을 사용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퀄컴은 코로나19이전의 영광을 되찾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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