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그리고 실리콘 밸리의 혁신적인 스타트업들…미국은 전세계 빅테크를 이끄는 기술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면 미국과 모든 면에서 자웅을 겨루는 'G2' 중국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중국은 세계의 굴뚝이라고 불리울 만큼 저렴한 인건비 기반의 생산 기반 국가, 특허를 무시하는 제품 베끼기, 삶은 계란까지도 가짜로 만드는 짝퉁천국, 질서의식이 부족하고 극단적인 빈부격차 등의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이미지 탓인지 빅테크 분야도 상대적인 저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저력 중 하나는 '인해전술'이다. 미국 등지에서 유학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온 수많은 인재들, 14억 4421만명이라는 세계인구수 1위를 자랑(?)하는 거대한 내수 시장,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자국 기업 보호 및 전체주의적 테스트베드(생체인식 등 개인정보 수칙 준수 정도야 건너뛰는) 인프라에 따른 효과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핑계 삼아 중국에 '기술 패권' 싸움을 건 것도, 중국의 빠른 기술력 성장을 의식한 사전 대응적 차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IT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화 및 네트워크 구축으로 "누가 미래의 세계 패권을 움켜쥘 것인가"에 대한 핵심은 기술 패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방 국가에 속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빅테크 기업이나 기술력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현대자동차가 적어도 짝퉁 차를 만드는 중국 제조사 보다는 위에 있고, 여전히 저가 가전이나 안전사고가 터지는 불량품에는 'MADE IN CHINA'가 찍혀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중국의 빅테크 산업의 수준은 우리가 단편적으로 접하고 있는 사실들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있다. 기술력의 수준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앞서 언급한 '거대한 내수 시장'의 테스트베드를 거치고,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은 내수 시장과 완비된 제조업 체계, 특히 강력한 정부의 지원책을 바탕으로 산업의 성장 축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제조업에서 첨단산업(빅테크)과 서비스업으로 전환되는 산업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은 차세대IT, 바이오, 디지털혁신(DX), 미래 자동차, 첨단장비, 신에너지, 신소재, 현대 서비스, 환경보호 등 9대 신흥전략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2020년에 15%에 도달했다. 정부의 집중 육성책으로 2015년 8%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샤오미, 텐센트, 위챗, 틱톡(바이트댄스) 등 이미 글로벌 빅테크의 숫자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IT 기반 '글로벌 빅테크' 큰 그림 그리는 샤오미
우리나라 기업과 연관되는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샤오미의 약진을 통해 중국 빅테크의 월반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애플을 제쳤고,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레이 쥔 샤오미 CEO는 2023년에 삼성전자를 앞질러 세계 1위 스마트폰 회사가 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제 1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샤오미의 성장은 과거 삼성전자의 발자취와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샤오미는 초기 출시했던 저렴한 가전제품과 잦은 고장 등으로 '대륙의 실수'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저가 가전제품이나 휴대폰을 내놓는 중국의 그저그런 회사였다. 그러나 중국의 거대 내수 시장에서 쌓은 자금력(이는 삼성전자의 성장사와는 다르다)을 기반으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왔다.
특히 지난 1일, 샤오미는 전기차 회사인 '샤오미치처'를 설립했다는 발표까지 하기에 이른다. 가전과 스마트폰 제조사를 넘어 전기차까지 생산이 가능한 진정한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해 왔던 샤오미의 큰 그림이다. (중국 IT기업으로서는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전기차 회사를 설립했다)
이날 샤오미는 전기차 회사의 초기 설립 자본금은 100억 위안(약 1조 8000억원)이며, 최근 향후 10년 동안 100억 달러(약 11조 6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레벨4 자율주행(무인 자동차)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수백명의 우수 인재와 개발진을 모집하고 있다.
샤오미는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도 가전이나 스마트폰 처럼 가성비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샤오미는 이미 자동차 관련 특허를 800여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아직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제 시작 단계라는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 등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지난 7월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딥모션을 인수한 바 있다)
샤오미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현대차는 미래자동차 산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공격적인 전환(내연기관→전기차) 전략과, 2023년 미국 도심에서 운행 가능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 등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도 눈 앞이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제조사 기반의 전기차 업체로 전환이라는 점에서 '빅테크 기업'으로의 전환 측면에서는 다소 움직임이 무거워 보인다.
반면 기존 자동차 기업과의 합작사를 설립해 사업영역을 높이려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그리고 IT 기반으로 전기차 영역으로 사업확장에 나선 샤오미까지 중국 기업들은 막강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첨단 IT 기술을 골고루 활용하는 빅테크 기업으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IT가 전 산업 분야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빅테크 기업이 미래의 산업 중심에 설 수 있는 메이저 기업으로 클 수 있다는 중장기 계획에 기반한 움직임이다.
이는 테슬라가 더 이상 전기차 기업이 아니고, 아마존이 이커머스 기업이 아니고, 구글이 검색 회사의 범주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의 단점은 '공산당 리스크'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 빅테크이 단점은 중국 정부다. 중국 IT 기업이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비춰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의 게임 산업 분야에서 벌어진 평일 청소년 게임 사용 및 시간 규제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명분으로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은 빅테크 규제와 직결된 골치거리다.
공산당의 권력에 위협이 되는 빅테크 기업과 마윈 같은 수장(CEO)을 공격하고, 외국 자본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중국(공산당) 리스크'이자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넘어서기 힘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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