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소형 전자기폭풍(EMW)을 일으켜 스텔스기까지 탐지하는 이른바 ‘양자 레이더(quantum radar)’를 개발해 냈다고 발표하면서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실이라면 창과 방패로 비유될 스텔스 전투기와 레이더의 싸움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이 첨단 무기를 개발했다니 거센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최근 발표 논문에서 인공장치로 발생시킨 전자기 폭풍 속 양자 입자가 스텔스기에 부딪힌 후 반사되면서 스텔스기를 탐지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또 이미 이를 완전한 규모의 장비로 만들기 위한 제작사를 찾고 있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많은 서방 레이더 전문가들은 지난달 30일자 중국계 ‘저널오브레이더(Journal of Radars)’에 실린 이 양자레이더 연구 결과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적으로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허세를 부려 개발 성과를 과장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스텔스기를 탐지한다는 중국 양자레이더가 무엇인지, 논란 속의 기술과 그 배경 및 각국 전문가들의 반응 등을 소개한다.
양자레이더 개발 소식에 대해 SCMP, 아시아타임스, 인터레스팅엔지니어 등이 저널오브레이더의 내용을 잇따라 인용해 소개하는 등 제법 반향을 불러 오고 있다.
“스텔스기 탐지 가능성 확률을 10%에서 95%로 높였다”
중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양자 레이더는 어떤 것일까.
기존 레이더는 고정식, 또는 회전식 접시 형태를 갖는다. 반면 양자레이더 디자인은 총과 더 흡사하며 전자를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시킨다.
장차오 칭화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팀 발표 논문에 따르면 전자들은 매우 강한 자기장 속의 꼬불꼬불하게 감긴 튜브를 통과한 후 마이크로파 소용돌이를 만들어 토네이도처럼 앞으로 튀어 나간다. 이는 스텔스기를 때린 후 반사돼 나오면서 그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장교수가 개발했다는 새로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이크로파 범위 내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일반 마이크로파에는 스텔스 목표물을 탐지하도록 도와줄 양자 성질을 가진 입자가 들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입자들은 복잡한 설계의 고전압 초전도 전자 가속기에 의해서만 생성될 수 있다.
장 교수 팀은 칭화대 실험실에서 이를 이용한 새로운 양자 레이더의 축소 버전을 실험했다. 연구진은 실험결과 “인공 전자기 폭풍 속의 양자 입자들이 스텔스 물체를 때린 후 효율적으로 반사돼 탐지 확률을 10%에서 95%로 높였다”고 논문에 썼다.
연구진은 “가장 놀라운 것은 표적 거리나 스텔스 물질의 품질을 높여도 레이더 감도가 저하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레이더로는 결코 볼 수 없는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먼 거리에서는 물론, 악천후에서도 작동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국은 지속적인 탐사 끝에 기본 이론부터 실제 적용 수준까지 독자적 스텔스기 대응 레이더를 구축했다. 현재로선 어떤 나라도 이 분야에서 우리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중국)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 분야의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칭화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 교수팀은 기존 군용 레이더 시스템에서 흔히 사용하는 2개 주파수인 10기가헤르츠(GHz) 또는 35GHz로 동작하는 풀사이즈 시제품을 제작할 산업계 파트너를 찾고 있다.
장차오 교수팀은 “새로운 양자 레이더는 그 어떤 레이더 시스템보다 더 정교하며 제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스텔스 기술이 좋을수록 새로운 양자 레이더의 이득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가능성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장 교수는 이 양자 레이더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완성된다면 과거 어떤 레이더 시스템도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 기술에 맞서 스텔스 기술도 메타물질로 대응
오늘날 대부분의 비행기는 전자파를 반사하기 때문에 레이더에서 그들의 징후를 숨기지는 못한다. 다만 이를 최소화하는 데까지는 성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F-22 랩터나 F-35 전투기와 같은 스텔스기는 특수 코팅 물질을 통해 레이더 전파의 많은 부분을 흡수하는데, 이 특수 코팅 물질은 기체 외부 구조에서 최소한의 직각과 결합되도록 설계된 디자인과 함께 레이더 신호를 야구공 크기의 물체로 감소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스텔스 기술은 기존 20세기형 제트전투기를 사용하는 국가 공군력에 비해 뚜렷한 장점을 보이는 것이 입증됐다.
그러나 최근 군사용 레이더의 민감도가 높아져 점점 스텔스기까지 탐지할 수 있는 능력에 근접해 가고 있다.
스텔스기 제작진들도 이에 대응, 새로운 메타물질 같은 새로운 코팅 기술을 사용해 스텔스 기의 가시성을 더욱 감소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첨단 레이더의 항공기 식별 능력을 더욱 떨어뜨렸다. 이들은 언젠가는 스텔스 기술이 기존 탐지 기술의 이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응해 10여 년 전에 다른 한편의 군사과학 기술자들이 양자 레이더를 스텔스기 탐지 해결책으로 제시하기 시작하기도 했었다.
양자레이더는 중국의 허풍인가
중국의 연구원들이 기능하는 양자 레이더를 개발했다는 주장은 지난 2016년에도 나왔지만 과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불렀다.
이론적으로는 아원자 입자의 얽힘 같은 일부 양자 기술이 레이더의 감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곧바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실험으로 이어지면서 미니 군비 경쟁을 이끌었다.
이번에 중국이 또다시 양자 레이더 개발 소식을 내놓으면서 항공우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군의 허세인지에 대해 의견이 또다시 재연되는 분위기다.
중국 개발성과가 허풍이라는 근거중 하나는 이 장치들이 분명히 중국 하늘의 온도보다 훨씬 낮은 절대 가영(0)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울 때만 작동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자 레이더에 대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고안한 제프리 샤피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지난해 사이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스템이 유용하다고 믿기 어렵게 만드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쓰촨성 청두 소재 주요 방산업체인 중국전자기술그룹(CETC)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여러 가지 다른 기술들을 이용한 양자레이더 시스템들을 개발했지만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없었다. 이들은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전통적인 레이더 기지에 추가됐다.
CETC엔지니어들은 “마이크로파 대역에서 작동하는 양자 레이더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이 장치들은 군 사용자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자 가속기의 초전도 코일은 극히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레이더 운영자들은 냉각기를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복잡한 입자가속기의 안정성을 걱정하고 있다.
CETC에 따르면 중국 내 일부 연구팀이 양자 레이더에 의한 탐지를 회피하도록 돕는 항공기나 미사일에 사용될 새로운 양자 스텔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 항공우주국 오네라(ONERA)의 레이더 전문가이자 물리학자 파브리스 부스트는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중국이 최초로) 양자 레이더를 발표했을 때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반응이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중국이 원하는 게 이런(기술력 허세) 거라면 그걸로 된 거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 정부가 양자 기술 연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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