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경쟁서 미국 엉덩이를 걷어찼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이 점유율 37%, BYD가 13.6%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LG에너지 솔루션이 13.6% 점유율로 공동 2위다. (사진=SNE리서치, 차이나EV포스트)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경쟁에서 앞서며 미국의 엉덩이를 걷어찼다···중국은 미국을 따돌리고 21세기를 정의할 것이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이 첨단 산업 분야 가운데 전기차(배터리)에서만큼은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고 진단하고 우려와 대응, 그리고 향후 전망을 내놓았다.

미·중 기술전쟁이 날로 가열되는 가운데 핵심 미래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어떻게 중국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됐으며, 이에따른 세계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의 대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미국은 향후 중국배터리 업체들을 제칠 수 있는지 등을 전문가들의 분석과 진단을 통해 알아봤다.

미국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산업과 시장 추이 및 현 상황에 따른 우려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해 오하이오 주와 테네시 주에 연 50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SK온은 포드자동차와 만든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미국정부로부터 12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제조정책 지원금을 확보하고 공장 건설에 나섰다. 결국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국제 경쟁력 추이는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배터리업체와 2~3년내 생산에 들어갈 우리나라 배터리업체들과 관련된 얘기이기도 하다.

미국,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에 주도권 내주며 발목잡히다

미국이 첨단 산업분야에서 분명하게 지고 있는 첨단산업분야는 바로 전기차 배터리분야다. 사진은 충전중인 미국 포드사의 전기 자동차. (사진=포드)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관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21세기를 정의할 기술 통제를 위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투에서 미국이 비참하게 뒤처진 분야로 배터리가 꼽힌다.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어느새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의 모든 측면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 원재료 채굴과 제련에서부터 배터리 셀과 팩 제조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컨설팅 회사인 시노 오토 인사이트의 창업자인 투 르(Tu Le)는 “위험스런 것은 미국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 셀 제조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GM과 포드와 같은 회사들이 값싼 전기차 전원 공급용으로 값싼 배터리가 없다면 “국제적 지위를 잃고 지역 업체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내 또는 우호국에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때까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의존하게 된다는 의미다. 지정학은 제쳐두고 점점 더 위험해지는 파트너십이다. 그런데 발목잡힌 것이다.

2◆중국, 배터리 키우면서 세계 자동차(전기차)시장의 강자로

중국은 적어도 1995년부터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개발 및 투자노력을 기울여 왔다. (자료=리서치 게이트)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합작 투자를 통해 자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도와줄 외국 자동차 회사들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중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정부는 자국산 제품을 강화하고 있고 이미 더 많은 전기차 제조를 위해 중국 배터리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배터리 전쟁의 승자가 전기차 시장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동성의 미래를 통제하며, 더 친환경적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서방국가들의 능력까지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중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최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확고한 시장 지배자다.

어떻게 중국이 이처럼 배터리 강자가 됐을까.

중국은 적어도 1995년부터 국가주도로 전기차 분야에 눈을 돌렸고, 2015년부터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본격적으로는 ‘국가 핵심 연구개발 계획 신에너지 차량 핵심 실행 계획(National Key Research and Development Program New Energy Vehicle Key Special Implementation Plan)’을 수립해 배터리 분야 선점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문서는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핵심 재료 시장을 독점(매점)하고, 이들을 추출하는데 투자하고, 배터리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계획은 배터리 생산 기본인 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과 같은 원료에서 시작된다. 이 광물 대부분은 중국밖인 칠레, 호주, 볼리비아,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데 중국은 전 세계 광산들 및 소유권자들과 파트너십 협상을 했다.

리서치 회사 S&P 캐피털 IQ는 중국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 리튬 광산에 약 43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지난 2019년까지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배터리 소재 생산량의 80%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배터리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의지 덕분에 가능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 금속 제련소에서 만들어진 재료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운송돼 배터리로 변환됐지만 이제 베이징은 그 일을 자체적으로 한다. 해외 채광 광물들은 중국 소유의 제련소로 보내진다. 중국정부는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모든 회사에 돈을 뿌린 후 경쟁시켜 이들 중 우세한 기업이 나타나면 다른 모든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끊고 시들도록 놔두는 방법을 썼다.

이제 미국은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 배터리 시장 지배 상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제인 나가노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이 광물과 금속을 부품으로 바꿀 수 있는 경쟁 공급사와 회사를 지원한다 해도 광물 상품 시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처럼 국가단위가 아닌)민간 부문의 비국가 지원 기업(조직)이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챔피언 CATL과 BYD

중국내 배터리 제조 전쟁의 확실한 챔피언은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CATL)다. (사진=CATL)

중국 배터리 제조 전쟁의 확실한 챔피언은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ATL)이다. 이 회사는 1999년 홍콩에서 설립됐고 처음엔 암페렉스 테크놀로지(Amperex Technology Limited)로 불렸다. 미국 벨 연구소에서 허가받은 특허 기술을 사용해 애플과 삼성을 포함한 회사들의 배터리 공급업체가 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2008년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고 정부 인센티브를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서 제조하기를 원했고 결국 당시 시진핑이 통치하던 중국 북동부의 한 현에 가게를 열면서 CATL로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의 약 32%(~37%)와 중국 내수 시장의 약 절반을 점유했다. 전세계에 13개 공장을 두고 있으며 테슬라, 도요타, 다임러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5월초 포드는 CATL로부터 허가받은 기술로 미시간에 35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BYD는 중국 내에서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는 동시에 중국에서 가장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 회사로 부상했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자체 배터리 공급망 덕분에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인 BYD 송 플러스는 전기 엔진과 연소 엔진 버전으로 출시돼 3만 달러 이하(2만7500달러·약 3600만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 IRA 앞세워 반격나섰다

현재 미국은 네바다주에 하나의 개방형 리튬 광산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리튬 추출 및 정제 작업은 지저분하고 성가신 작업인데다 환경문제로 인해 미국의 리튜 생산량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1%에 불과하다. 네바다 토노프근처 실버피크의 증발 연못에서 리튬이 추출되고 있다. (사진=앨버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자 지난 수십 년간 이어졌던 미국 주도의 자동차 시장 지배구도가 바뀌었다. 미국 정부는 고부가 배터리를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배터리 가치 사슬의 모든 부분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당장 배터리 재료 추출에서 크게 뒤진 미국은 리튬 확보부터 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네바다주에 하나의 노지 리튬 광산 밖에 없는데 미국의 리튬 생산량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1%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 회사들은 매장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솔튼 시(Salton Sea)로 몰리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 지역이 연간 750만 개의 자동차 배터리 제조를 지원할 충분한 리튬을 공급할 것으로 본다. 친환경 리튬 추출에 참여할 업체로 워런 버핏의 대기업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원을 받는 BHE 리뉴얼과 에너지 소스 미네러스 같은 미국 기업들이 꼽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2년 인플레이션 감소법(IRA) 입법은 미국내 배터리 공급망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방부를 통해 미국내 배터리 생산 노력에 사용될 미국내 엔드-투-엔드 희토류 금속, 리튬, 니켈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2억 달러를 책정했다.

IRA는 중국으로부터 배터리 공급망을 빼앗기 위한 동맹국들과의 협력 프로토콜이자 중국은 물론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완전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심에 맞서 밀어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IRA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200만대의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리튬을 미국내에서 제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고 있다. 이 법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제련 과정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구성 요소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서 조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엄격한 요구 사항도 설정하고 있다. 이를 통과한 제품들은 미국내 생산품으로 간주돼 관세를 면제받는다.

배터리 제조사슬(제조공장)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의 보다 가볍고 농축된 버전인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두 개의 가공 공장만을 갖고 있다. 테슬라는 이번 달 들어 텍사스에서 세 번째 배터리 공장(4060)을 착공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시동을 거는 데 2~3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소스 미네럴스는 자사의 광산이 2025년에 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쥐어 짤 시간

GM과 포드같은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BYD와 CATL의 배터리 없이는 가까운 미래에 수익에 도움이 될 4만 달러짜리 전기차를 만들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BYD의 전기차 송플러스는 현재 중국에서 2만7500달러(약 3600만원)에 팔리고 있다. (사진=BYD)

이처럼 미국이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 시장경제에서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더 서투르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기업들로 하여금 중국 공산당의 야망(중국 전기차배터리 세계 지배)을 따라잡기 쉽게 만들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앤 스티븐슨 양 J 캐피털 리서치 연구 책임자는 최근 고객 투자자 노트에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재료 공급을 늘리려는 베이징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향후 몇 년 동안 배터리 시장 진입을 극적으로 저렴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녀는 “ 중국은 과도한 국내 공급으로 용량 과잉이 발생할 때까지 공산품이나 후발 기술에 엄청난 양의 현금을 쏟아붓는다. 그런 다음 과잉 생산품을 해외 시장에 던짐으로써 세계적 가격을 하락시킨다”고 주장하며 공급과잉에 따른 다음번 제품 가격 하락 후보로 배터리 공급망을 꼽는다.

설령 그렇더라도 당장이 문제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그들의 전기차 야망을 강화할 때까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을 필요로 한다. 시노11 오토 인사이트의 르는 “배터리 셀 공간에 주요 플레이어가 없다. 미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적어도 2030년까지는 수익성 있는 배터리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GM과 포드가 BYD와 CATL 배터리 없이는 가까운 미래에 수익에 도움이 될 4만 달러짜리 전기차를 만들 수 없다”면서 “또한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어떤 미국 기업도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테슬라도 2030년까지 매년 2000만 대(지난해 세계 1위 도요타 생산량)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그렇게 되려면 그의 차를 계속해서 구매할 중국 소비자들은 물론, 라틴 아메리카, 동남 아시아, 인도 시장 소비자들도 살 수 있을 정도록 차를 값싸게 만들어줄 중국의 저가 배터리와 제조 인프라가 필요하다.

르는 미국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RA) 이용법에 대해서는 “IRA는 이동성 공간에서 기회를 창출하겠지만 ‘점진적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면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여전히 지배적일 것이다. 만일 앞으로 5~7년 사이에 혁명적 배터리기술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이곳 미국에 있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현재 중국이 글로벌 배터리 경쟁에서 이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나 동맹국들이 (아직은)따라잡을 시간이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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