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의 게임협회 이사사 가입이 문제가 되는 이유…‘한한령’, ‘게임 동북공정’

[AI요약] 중국 굴지의 IT 기업 텐센트가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게임협회) 이사사로 가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텐센트의 본거지가 중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이 합세한 동북공정 문제, 판호 발급 거부로 불공정 상황에 처한 국내 게임사들은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새정부 출범 이후 게임산업 홀대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상황은 여의치 않다.

최근 텐센트의 한국게임협회 이사사 가입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게임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텐센트)

중국 굴지의 IT 기업 텐센트가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게임협회) 이사사로 가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텐센트의 게임협회 가입 자체는 한국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봤을 때는 이상할 것이 없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텐센트는 별도 투자사를 통해 우리나라 게임사인 크래프톤의 2대 주주, 넷마블의 3대 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중소규모 게임사, 스타트업 투자까지 감안하면 나름 한국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투자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텐센트의 본거지가 중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지속되며 한류와 관련된 드라마, 영화, 게임 등에 대한 자국 내 진출을 막고 있다. 특히 게임의 경우 지난 2017년 한한령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 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허가인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임판 동북공정 논란도 문제다. 중국은 게임 내 한복 등을 자국 전통문화로 바꿔 글로벌 이용자를 상대로 서비스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텐센트의 게임협회 이사사 가입이 알려진 다음날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텐센트가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이사사로 들어온다면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모든 정보가 중국에 공유될 것"이라며 텐센트 입회 결정을 유보하거나, 일반 회원사로 가입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 ‘게임은 아편’이라면서도 자국 게임사 판호는 발급

지난해 미중무역 전쟁 와중에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한 통제력 강화의 일환으로 게임산업을 '아편'으로까지 규정하며 몰아붙였다. (이미지=pexels)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약 48개의 게임을 중국에 수출했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게임의 외자판호(외국 기업의 자국 내 서비스 허가) 발급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4년간 지속된 한한령 속에 판호를 받은 것은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지난해에는 핸드메이드의 ‘룸즈’ 콘솔버전(PS4),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등이 유일하다. 더구나 가뭄에 콩 나듯 판호를 발급받은 이 게임들은 당시 중국 최신 게임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작이나 인디 게임이었다. 올해는 이달 들어서야 카카오게임즈 계열사 님블뉴런의 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이터널 리턴:인피니트’가 판호를 발급받았지만, 이 마저도 중국 게임사가 IP를 이용해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하고 님블뉴런은 로열티만 받는 방식이었다.

판호 발급 거부로 국내 게임사의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히는 사이, 기술력과 규모를 키워온 중국 게임사의 국내 진출이 줄을 이었다. 더구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통제는 주로 IT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특히 급성장하던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관영 매체를 통해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가치의 산업을 성장했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서 중국 게임사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 일로

텐센트의 게임협회 이사사 가입을 두고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국내 게임산업의 정보를 들여다보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중국내 상황이 급변하기 이전부터 중국 IT기업, 특히 이번 게임협회 이사사 가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텐센트 등은 국내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의 외자판호가 막힌 이후 앞서 언급한 님블뉴런과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중국 게임사와 협력하는 등 가뭄에 비 기다리는 심정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기 만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의 게임협회 이사사 가입은 국내 게임 업계 전반에 쌓인 불만을 자극하는 셈이 됐다. 앞서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위 학회장은 텐센트의 게임협회 이사사 가입을 국내 시장 영향력 확장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게임협회 이사사의 지위를 활용해 국내 게임산업 정보를 들여다보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여전히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텐센트가 게임협회 이사사가 될 시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가 표명한 대중 정책 등의 영향으로 그럴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는 상황이다.

이순신 장군이 중국 장수? 게임 동북공정은 진행중

한한령 이후 중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판호를 내주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게임판 동북공정이라고 할 정도로 편향적인 게임 심사 채점제를 도입, 우리나라 게임사의 중국 시장 진출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게임을 평가하는데 이념을 반영한 것으로 ‘게임주제, 플레이어의 역할, 메인 플레이 방식’ 등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가를 따지고 있다.

또한 문화적의미에서는 ‘중화문화를 전파하거나 확산 가능 여부’를 심사한다. 우리나라 게임사가 제작한 게임이라도 중국의 심사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국 풍의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정책에 대해 중국 내 일부 매체들도 비판한 바 있지만, 그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에 가세한 중국 게임사들 역시 한류 등으로 세계 각국에 확산되는 우리나라 문화를 자국 문화로 뒤바꿔 소개하는 게임판 동북공정을 버젓이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출시한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국 진출을 기념하며 ‘한복 아이템’ 의상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지난해에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모자인 ‘갓’이 화제가 되자 중국 게임 ‘스카이:빛의 아이들’ 아이템으로 만들고 중국 문화라는 논쟁을 만들었다.

중국게임사 4399는 신작 모바일 게임 문명정복을 출시하며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의 영웅으로 소개했다. 이후 편집 상 실수라는 해명이 이어졌지만, 중국의 게임 동북공정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지=4399코리아)

최근에는 중국 게임사 ‘4399’의 한국법인 ‘4399코리아’가 신작 모바일 게임 ‘문명정복’을 출시하며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의 영웅으로 소개했다. 게임에 소개 되는 문명에는 엄연히 ‘한국’도 있지만,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에 넣은 것이다. 이후 반발이 이어지자 4399코리아는 단순히 명칭이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해명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갑자기 개인 메시지로 많은 제보가 들어와 확인해 봤더니 정말 말문이 막혔다”며 “선을 제대로 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이 합세한 동북공정 문제, 판호 발급 거부로 불공정 상황에 처한 국내 게임사들은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새정부 출범 이후 게임산업 홀대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 21일 문체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게임 산업의 성과는 빠져 있었다. (자료=문체부)

지난 21일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첫 대통령 업무 보고 주요 현안으로 거론된 ‘K콘텐츠 육성’에서 한류 성과로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등은 언급됐지만 유독 게임 분야는 빠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홀대론을 넘어 ‘새 정부의 게임 패싱’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2020년 기준 119억2428만달러(약 15조6685억원)에 달한다. 이중 게임산업은 81억9356만 달러로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각 10억달러 이하 규모에 그치는 캐릭터, 방송, 지식정보, 음악 수출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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