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보조시력 제공하는 콘택트렌즈 나왔다

“몸이 1000냥이면 눈은 900냥”이라고 했던가. 시각장애인은 아니지만 썩 좋지만은 않은 시력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전세계에 2억53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앓고 있는 안과질환은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 망막염, 색소증, 황반변성 등 다양하다. 이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이 저시력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보조시력을 제공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게 도와줄 증강현실(AR) 콘택트 렌즈를 개발해 공개했다.

모조비전(Mojop Vision)이란 회사가 개발한 이 콘택트 렌즈 디스플레이는 개선된 색상비(가장 밝은 곳과 가장 어두운 곳의 대비), 물체의 가장자리를 강조해 표시해 주는 기능, 사물이나 글자를 확대 및 축소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AR기기다.

예를 들어 이 이 AR 콘택트렌즈는 시력이 낮은 사람들이 사물을 볼 때 그 물체 가장자리 윤곽을 강조해 주는 방식으로 이들이 현실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물체를 확대해 보여주기도 한다.

▲시각장애는 아니지만 저 시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예를 들어 사물을 볼 때 이사진에서 보듯 물체의 가장 자리를 강조해 주는 AR 콘택트렌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낮은 시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물을 중심으로 현실 세계를 다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모조비전)
▲시각장애는 아니지만 저 시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예를 들어 사물을 볼 때 이사진에서 보듯 물체의 가장 자리를 강조해 주는 AR 콘택트렌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낮은 시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물을 중심으로 현실 세계를 다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모조비전)

지난달 열린 IEEE 국제 솔리드스테이트(고체반도체) 회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사라토가에 소재한 ‘모조비전은 AR을 보여주는 콘택트렌즈를 위한 새로운 이미지 처리 칩과 이미지 처리 회로를 소개했다.

리투라즈 싱 모조 비전 수석 엔지니어는 가상 컨퍼런스에서 “이 AR 콘택트렌즈로 시력약한 사람들의 시야를 향상시키려 한다”며 “이들의 시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사회적 독립을 성취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모조비전의 콘택트 렌즈가 뭐길래?

이 같은 증강현실(AR)을 제공하는 콘택트 렌즈를 만들기 위해 렌즈 안에 ㎜급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가 사용됐다. 콘택트 렌즈 디스플레이는 색상비를 개선하고 가장자리를 강조해 표시하며 확대 및 축소 기능을 제공하는 이미지를 투사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렌즈에 들어간 칩들이 착용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 미세전력으로 최소 탑재 면적에서 작동시켜야 하는 과제도 극복해야 했다.

이 회사 의료기기 담당 부사장인 애슐리 투안은 “시력이 낮은 사람들은 광수용체가 죽었기 때문에 자세히 볼 수 없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확대법으로 해결된다. 또한 색상비 민감도, 즉 흰색 배경에서 밝은 회색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기에 낯선 주변 환경으로 가지 않게 된다. 우리들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그림자를 사용해서 다가오는 무언가를 확인한다. 우리가 걸려 넘어질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연구 결과 색상비 민감도가 조금만 감소해도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물학을 연구했고 시력 과학 박사인 그녀는 이 기술에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희귀 망막 퇴화 질환으로 시력을 제한받고 있다.

▲증강현실(AR) 콘택트렌즈 스타트업인 모조비전(Mojo Vision)이 개발한 손가락 위의 AR 콘택트 렌즈. (사진=모조 비전)
▲증강현실(AR) 콘택트렌즈 스타트업인 모조비전(Mojo Vision)이 개발한 손가락 위의 AR 콘택트 렌즈. (사진=모조 비전)

투안은 “색상비 강화는 우리 기술로 하기 쉽다”며 “망막에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그 이미지의 색상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빛으로 물체의 가장자리를 강조함으로써 색상 대비 강화보다 한 단계 높은 물체의 가장자리 감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조비전은 이미 이 콘택트렌즈 시제품을 구현해 놓고 있다. 투안 부사장은 앞으로 이 기술이 거리 표지판이나 렌즈 착용자와 대화하는 사람의 표정 등을 렌즈로 확대 조정할 수 있도록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 콘택트 렌즈 착용자는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이 시제품의 확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AR 콘택트 렌즈의 구성은?

싱 연구원은 콘택트 렌즈 포맷 설계시 상당히 심각한 설계상 제약을 극복해야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렌즈를 울리는(ring) 연성 인쇄회로기판(PCB)에 들어가는 안구용 안전 배터리는 제한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미지 프로세서와 이미지 기록 장치(imager)가 각각 약 100마이크로와트(μW,1μ=100만분의 1)의 미약한 전력에서 작동되도록 해야 했다.

또한 이미저와 디스플레이는 착용자의 시야에 똑바로 자리잡게 되는데, 이에따라 이들의 크기는 망막에 눈에 띌 정도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게 할 정도로 작아져야 했다.

게다가 사용자는 이미저가 관찰한 것과 디스플레이에 생성된 것 사이의 지연시간을 허용치 않기에 이미지 프로세서가 콘택트 렌즈 자체에 내장돼 있어야 했다.

▲모조비전의 콘택트렌즈(in-contact-lens) 이미지 프로세서는 저시력 사용자를 돕기 위해 줌, 색상 대비 강화 및 에지 감지가 가능하다. (사진=모조비전)
▲모조비전의 콘택트렌즈(in-contact-lens) 이미지 프로세서는 저시력 사용자를 돕기 위해 줌, 색상 대비 강화 및 에지 감지가 가능하다. (사진=모조비전)

모조비전은 이 콘택트렌즈용 디스플레이용으로 256x256 해상도의 단색 화소(픽셀)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각 화소의 조도는 4비트, 6비트, 또는 8비트 값으로 디지털화됐다.

이미지 프로세서는 물체의 가장자리 감지, 줌, 색상비 강화 기능은 물론 프로그래밍 할 수 있고 조절(튜닝)할 수 있어야 했다. 모조비전은 이를 반영한 설계를 했다.

싱은 “기존의 이미저 아키텍처는 분명히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무나 많은 공간과 전력을 먹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한가지 문제까지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는 기존 이미저에는 공간을 (많이)차지하는 고유의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Analog-to-Digital Converter)가 있다는 점이었다. AD컨버터와 픽셀 회로는 이미저의 최대 해상도에 도달하기 위해 몇 번의 클록 사이클을 필요로 하기에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모조 비전의 해결책은 AD컨버터 교체였다. 전력 소모가 많은 이 컨버터대신 화소에서 나오는 정보를 읽어낸 전하를 수동으로 저장하는 콘덴서로 바꿔 준 것이다. 그런 다음 콘덴서를 순차적으로 선택·증폭했고, 이를 공유되는 AD컨버터로 공급해 오류를 막도록 했다.

이 조합은 전력과 면적을 모두를 절약해 1.3㎟(아마도 동종 최소 칩)로 만들면서 프레임 속도와 비트 해상도에 따라 61~95μW의 전력을 소비했다.

이 이미지 프로세서는 시각적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되는 하드웨어(HW)를 공유함으로써 작게 만들어질 수 있었고, 탑재된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와야 하는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이 회로는 최대 111μW를 소비하며 0.21㎟의 더 큰 칩을 차지토록 했다. 통상 노트북 사용전력이 15W니까 엄청나게 작은 전력을 사용하는 셈이다.

저시력자 위한 새 길 개척하나

지금까지 나온 콘택트렌즈는 주로 당뇨병 환자의 당뇨 정도를 진단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상품화 시도는 실패했다. (지난 2017년 구글이 노바티스와 함께 만들려다 실패한 당뇨진단 콘택트렌즈가 대표적이다.)

▲구글이 개발해 상용화하려다 불발로 그친 당뇨 측정용 콘택트렌즈. 3-3 숫자 오른쪽에 있는 네모난 두 개의 칩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축전지, 컨트롤러이며, 그 오른쪽의 둥근 칩에 가로로 막대가 있는 것이 눈물로 당뇨를 측정하는 센서다. (사진=구글)
▲구글이 개발해 상용화하려다 불발로 그친 당뇨 측정용 콘택트렌즈. 3-3 숫자 오른쪽에 있는 네모난 두 개의 칩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축전지, 컨트롤러이며, 그 오른쪽의 둥근 칩에 가로로 막대가 있는 것이 눈물로 당뇨를 측정하는 센서다. (사진=구글)
▲구글이 지난 2017년 노바티스와 실용화를 모색하다가 포기한 혈당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착용 모습. 착용한 모습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사진=구글)
▲구글이 지난 2017년 노바티스와 실용화를 모색하다가 포기한 혈당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착용 모습. 착용한 모습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사진=구글)

그나마 올해 1월 다목적 반도체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초박형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콘택트 렌즈는 눈에 착용했을 때 생리학적 신호나 주변 온습도와 빛과 오디오 수준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안구 앞쪽을 미세한 코일로 덮는 것이었다. 

이 연구 내용은 ‘초박형 모스2 다기능 초음파 트랜지스터에 기반한 통합 콘택트 렌즈 센서 시스템(Integrated contact lens sensor system based on multifunctional ultrathin MoS2 transistors)’이란 제목으로 ‘매터(Matter)’지 2020년 12월호에 실렸다.

▲지난해 12월에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메시 센서시스템을 가진 초박형 MoS2 트랜지스터 기반의 스마트 콘택트 렌즈가 소개돼 주목받았다. (사진=매터)
▲지난해 12월에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메시 센서시스템을 가진 초박형 MoS2 트랜지스터 기반의 스마트 콘택트 렌즈가 소개돼 주목받았다. (사진=매터)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영·중 국제연구팀이 개발했다는 다기능 초박형 스마트 콘택트 렌즈의 얼개(위)와 이를 인공눈에 착용시켜 본 모습(아래). (사진=매터)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영·중 국제연구팀이 개발했다는 다기능 초박형 스마트 콘택트 렌즈의 얼개(위)와 이를 인공눈에 착용시켜 본 모습(아래). (사진=매터)

IEEE에 따르면 모조비전의 직원들 중 약 12명이 이 콘택트 렌즈의 초기 시제품을 착용했다.

상용 출시 기간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의료기기로 미식품의약청(FDA) 승인도 받아야 하지만 1세대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개발 중에 있는 차세대 프로토타입도 올해 말 그런 착용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엔 일본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메니콘(Menicon)과 렌즈 소재와 코팅 미세 조정 계약을 체결했다.

모조 비전 개발팀은 이제 이런 기본 응용 아이디어를 가지고 얼리어답터들에게 즉시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는 이 렌즈 착용자가 식당에서 메뉴를 보거나 화장실을 찾을 때 이 확대 기능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이 등장한 모조비전의 이 콘택트 렌즈가 전세계 2억명이 넘는다는 저시력자들과 함께 조속히 상용화되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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