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예술·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보문고의 DT 전략은?

장원홍 데이터 인텔리전스팀 팀장 “데이터 즉시적 활용을 가능한 거버넌스 구축”
40년간 쌓인 교보문고의 데이터 가치, 콘텐츠 신사업서 빛 발할 것
도서 구매 이력이 높은 사람, 신용도 높아… 대안 신용평가 모델 개발
최근 교보문고는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기존 별도로 운영하던 교보문고와 핫트랙스를 통합한 고객 중심의 브랜드 쇼핑몰을 오픈했다. (이미지=교보문고 홈페이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민 서점’으로 자리매김한 교보문고가 최근 바뀌고 있다. 국내 최대 도서유통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뒤로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콘텐츠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비전선포식을 통해 선언한 ‘지식·예술문화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을 통해 지식 및 예술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취임한 안병현 대표의 강력한 지휘 아래 추진되고 있다. 안 대표는 취임 이후 기존 DT추진실에 데이터 인텔리전스팀을 신설하고 교보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과 연계한 교보문고의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그 화수분이 되는 것은 수십년 간 누적된 교보문고의 데이터다. 문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집되는 다량의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제하고 분석해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보문고는 그간 고수했던 ‘온프레미스(On-premise, 자체 서버로 시스템이 운영되는 폐쇄적인 방식)’를 벗어나 클라우드 환경을 도입했고, 전사적인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같은 교보문고의 DT 추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에게 주어진 숙제는 그 외에도 다양하다. 이에 테크42는 장원홍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 팀장을 만나,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보문고 DT 전략과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교보문고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배경은?

기업에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며 급기야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바꿔버리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교보문고에게도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기업에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며 급기야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바꿔버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통해 이뤄 낸 대대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초기 DT는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부문의 분석 고도화 활동과 같은 협소한 의미로 적용됐고,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에는 이를 활용한 모바일 타깃 마케팅 등의 기업 마케팅 활동을 의미하기도 했다. 당시까지는 향후 미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데이터 확보에 집중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DT가 복합적 의미의 기업경영 전략으로 부상한 것은 2010년 무렵,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등장 하면서부터다.

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DT에 의한 경제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규모가 100조 달러(약 14경 3300조)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HBS)의 연구에 따르면 DT를 추진한 상위 25%의 선도 기업이 하위 기업보다 3개년 평균 매출 총 이익이 55%, 평균 수입은 16%, 평균 순이익은 11%로 높게 나타났다.

장원홍 교보문고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 팀장.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DT를 추진하지 않는 기업들은 향후 수익 창출 및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하다. 교보문고의 DT 추진도 이와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도서유통기업이라는 위치는 여전히 굳건하다. 하지만 그런 교보문고 역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장원홍 팀장은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따른 문제 의식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이 조직된 배경을 설명했다.

“교보문고는 오래도록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고객이 교보문고에 기대하는 서비스적 가치를 충분히 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경영진에서도 수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이었죠. 그 사이 디지털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는 경쟁사들이 계속 등장하기도 했고요. 아이러니한 것은 교보문고가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알아보고 외부에서 먼저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사례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가 가진 데이터의 가치를 새삼 재확인하게 됐고, 비로소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 거죠.”

교보문고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의 회의 현장. 올해 이 팀에 주어진 과제는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신설된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은 외부에서 영입된 데이터, 디지털 전환 전문 인력으로 조직됐다. 장 팀장도 그렇게 교보문고에 합류해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솔루션 개발 엔지니어, 스타트업 마케팅 솔루션 구축, 서비스 기획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장 팀장이 교보문고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장으로서 한 첫 번째 업무는 ‘팀 빌딩’이었다.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조건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창립 42주년 맞은 교보문고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이 급전직하로 떨어진 것이다. 물론 영업이익 급감 사유로는 물류센터 증축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시스템 투자 등의 요인이 있었지만 도서유통 분야의 사업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수년전부터 시작된 대중들의 정보 습득 방식의 변화, 그에 따른 전자책 시장의 성장과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서비스 등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이들 플랫폼들은 기존 영업방식과 달리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보문고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의 과제는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었다. 장 팀장은 “데이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며 말을 이어갔다.

“교보문고의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해결할 문제는 우선 내·외부적으로 데이터 활용이 너무 안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데이터를 가지고 일하는 문화 자체가 형성이 안돼 있었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체 조직원이 원하는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해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고요. 또 교보문고는 출판사를 비롯해 함께하는 여러 파트너사들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어요. 이런 관점에서 저희 팀은 데이터를 필요한 분들께 잘 전달하도록 하는데 포커스를 맞춰, 데이터 수집, 정리, 가공, 활용 체계를 만드는데 집중을 해 왔습니다. 이른바 ‘데이터 파이프라인 시스템’이라고 하는 데이터 분석 기반을 마련한 거죠.”

데이터 분석 기반을 구축하면서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연이어 쏟아졌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토대가 되는 데이터 분석 업무를 비롯해 현업 부서 단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분석 지원 등의 과제였다. 그 와중에 차세대 프로젝트도 이어졌다. 이를테면, 기존 레거시 데이터 베이스(DB)를 향후 차세대 시스템을 고려해 완전히 새롭게 정리하는 과제였다. 장 팀장은 “수십년 간의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하는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면서도 “그 와중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장원홍 팀장은 지난달 'Digital Transformation 성공을 위한 교보문고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데이터 클라우드 기업 스노우플레이크가 서울에서 개최한 ‘데이터 클라우드 월드 투어’ 키노트 발표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스노우플레이크)

“산재돼 있는 현업 데이터를 취합해서 가공하고 활용 가능하도록 하는 과정은 해야 할 일들이 많죠. 기존 조직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풀어갈 문제도 많았고요. 또 온프레미스 환경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민감한 정보 관리에도 신경 써야 했고요. 그래도 그 과정을 거치며 이렇게 계획대로 진행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시작으로 진행된 교보문고의 DT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배경으로 장 팀장이 꼽는 첫 요인은 ‘의사결정자의 강력한 의지’였다. 수십년 간의 데이터를 정제하고 클라우드에 담아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 1345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DT 실태조사(2020년 기준)에 따르면, DT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불과 9.7%, 전담 조직을 보유한 기업은 2.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고객경험 확대’ ‘운영·관리의 혁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DT를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선도적으로 성공적인 DT를 이뤄낸 기업들의 공통점은 경영진의 명확한 비전과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한 탑 다운(Top-Down)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다. DT는 조직,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운영 관리 등 경영 전반을 ‘파괴적’이라고 표현될 만큼 급격히 변화시키는 방식이기에 유능한 리더십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의 신용도가 높다’…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가능성 확인

2025년 ‘지식·예술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 한다는 교보문고의 계획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 기업으로의 전환 뿐 아니라 ‘고객의 지적 여정을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교보문고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포함돼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지적 성장’ ‘문화’ ‘취향’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독자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데이터 비즈니스 전개가 필수적이다.

그러한 교보문고의 최대 무기는 온라인 누적회원수 2007만명, 연간 페이지뷰 12억건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다. 최근 교보문고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카카오뱅크, 나이스평가정보 등과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소설, 에세이, 시 등 문학 장르 창작 지원 플랫폼 ‘창작의날씨’를 개설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웹소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특히 대안 신용평가 모델 구축의 경우 장 팀장은 “유의미한 발견을 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위치한 바위에 새겨진 글은 교보문고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사진=플리커)

“대안 신용 평가 모델 구축은 저희를 비롯해 11개사 데이터들을 연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존 신용평가 모델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 이를테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신용 점수가 낮은 신입사원 등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비 데이터에서 신용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논의가 시작됐는데, 그 가설을 데이터로 검증하다 보니 실제로 다른 구매 이력보다 도서 구매 이력이 많은 사람들의 신용도가 높게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가설이 검증되고 나서 이 대안 신용평가 모델 구축이 본격화된 것이죠.”

교보문고의 데이터 가치가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한 교보문고의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그리고 DT 전략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과제는 데이터를 다루는 엔지니어링 등 기술의 내재화를 위한 인력 보강을 비롯해 각 현업 팀 내 데이터 분석가 육성을 통한 전사적 데이터 기반 문화 정착 등이 예정 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도 염두하고 있다.

“내년까지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하는 작업들을 마무리하고, 품질을 높여 나가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향후에는 정제된 교보문고의 데이터를 가지고 데이터 프로덕트, 데이터 플랫폼화도 가능하리라 보고 있어요. 이를테면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도 있겠죠. 많은 분들이 교보문고를 좋아해 주시는 이유는 결국 설립 당시부터 이어진 선한 의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도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의 지적 여정을 지원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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