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하는 ‘넥스트로컬’, 성공 비결은 현장에 있다

지역 농수특산물, 문화, 관광, 유휴공간 등 자원 활용해 기발한 아이템의 창업으로 연결
강진 여주 피클, 서천 김으로 만든 비듬전용 두피 팩, 빈 집 활용한 외국인 근로자 숙소 네트워크 구축
서울청년 창업가가 모인 ‘넥스트로컬 5기’ 지역자원 연계한 창업 성과 공유 현장
지난 7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넥스트로컬 5기 성과공유회’. 최근 5기까지 완료된 넥트스로컬을 통해 지난 5년간 서울청년 883명이 62개 지자체에서 지역조사활동을 진행했고, 195개팀이 창업 및 사업화에 성공해 추가고용 559명, 매출 349억원, 투자유치 108억의 성과를 냈다. (사진=테크42)

출산율 급감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쇠락하는 지방 경제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 ‘지방 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외면 받아왔던 각 지역의 특산물, 문화 자원을 활용한 로컬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키우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서울시 청년 창업 지원 사업 ‘넥스트로컬’이다. ‘넥스트로컬’은 서울청년이 타 지방자치단체 자원을 연계·활용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자금부터 1대1코칭, 분야별 교육과 컨설팅, 홍보 등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지역 사정에 밝은 지역공무원과 파트너, 활동가 등을 연계해 빈틈없고 체계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5기까지 완료된 넥트스로컬을 통해 지난 5년간 서울청년 883명이 62개 지자체에서 지역조사활동을 진행했고, 195개팀이 창업 및 사업화에 성공해 추가고용 559명, 매출 349억원, 투자유치 108억의 성과를 냈다.

이번 5기 참가 청년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8개월 동안 강원 강릉, 전북 익산, 경북 영주 등 전국 10개 지역을 1655회 방문해 농장주나 지역기관·업체를 만나 사업화 과정을 진행했다. 예를 들면,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품질 좋은 특산품을 발굴해 창업 아이템과 사업 전략을 찾는 과정을 이어간 것이다. ‘지역’과 ‘고유함’을 바탕으로 식품, 상품, 콘텐츠, 공간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5기 팀들은 총 62종의 시제품·서비스 개발이 완료해 현재까지 약 11억원의 매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넥스트로컬 5기 성과공유회’에는 지난해 사업추진성과 공유에 이어 경북 영주의 손수진 지역 파트너가 나선 활동 회고, 분야별 두각을 나타낸 팀들의 우수 사례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사진=테크42)

또한 사업화 과정에서 2개팀이 특허출원을 진행했고, 지역주민을 포함 일자리 38개가 창출됐다. 이외에도 지자체와 재단 등 다양한 지역 현지 기관과 총 95회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서울과 지역 간 상생 사례를 만들어 내며 사업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넥스트로컬 5기 성과공유회’에는 지난해 사업추진성과 공유에 이어 경북 영주의 손수진 지역 파트너가 나선 활동 회고, 분야별 두각을 나타낸 팀들의 우수 사례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전남 강진의 특산물 여주를 피클로 상품화한 라라잇, 충남 서천의 김을 활용해 비듬전용 두피 팩을 만든 노티컬리, 강원 영월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홈브릿지 서비스 모델을 선보인 헬로프렌즈 등이 주인공이다.

허지예 라라잇 대표, 조부모의 당뇨로 알게 된 ‘여주’…강진에서 발굴한 ‘기회’

긴장한 표정으로 성과 발표에 나선 허지예 라라잇 대표는 2016년부터 브런치 카페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라라잇의 지난 이야기를 소개하며 ‘최상의 맛’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저희 라라잇은 인플루언서 출신의 대표와 요리 경력 10년 이상의 셰프로 구성된 팀입니다. 제품 레시피부터 생산, 홍보·마케팅까지 가능한 팀이죠. 특히 저희는 이번 넥스트로컬 기간 동안 팀원이 강진으로 이주했고, 서울과 강진을 오가는 비즈니스를 진행했습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성과 발표에 나선 허지예 라라잇 대표는 2016년부터 브런치 카페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라라잇의 지난 이야기를 소개하며 ‘최상의 맛’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라라잇 팀이 강진을 택한 이유는 온난한 기후와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식재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품 브랜딩에 필요한 다양한 문화유산과 이야기를 가진 지역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들이 주목한 것은 ‘여주’였다. 여기에는 허 대표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영향을 미쳤다.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여주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조부모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허 대표와 셰프 출신의 팀원은 그렇게 강진으로 찾아가 다양한 생산자를 만나고 1000시간 이상의 연구를 통해 쓴 맛은 없애면서도 설탕과 첨가물을 넣지 않은 ‘여주 피클’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테크42)

넥스트로컬 5기에 참여한 허 대표와 셰프 출신의 팀원은 그렇게 강진으로 찾아가 다양한 생산자를 만나고 1000시간 이상의 연구를 통해 쓴 맛은 없애면서도 설탕과 첨가물을 넣지 않은 ‘여주 피클’ 개발에 성공했다. 허 대표는 이내 긴장감을 덜어낸 듯 여유 있는 목소리로 강진 여주의 특성을 설명하며 말을 이어갔다.

“강진 여주가 유명한 이유는 청정한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무농약 인증,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데다가 ‘지리적표시단체표장’에 등록돼 상표권까지 가지고 있었죠. 그 외에도 강진은 다양한 관광 명소와 먹거리를 바탕으로 사시사철 축제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한 번 빠지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매력적인 곳’이었죠.”

라라잇은 자체 개발한 여주 피클과 강진 병영 지역에서 유명한 ‘병영 불고기’를 결합, 강진 대표로 남도음식경영대회에 나가 입선까지 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여주 피클을 시작으로 고추장, 무침, 커피 젤리 등 6개의 아이템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라라잇 팀은 ‘4도3촌’이라는 강진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주까지 추진했다.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촌에서 지내며 지역의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과정에서 라라잇은 자체 개발한 여주 피클과 강진 병영 지역에서 유명한 ‘병영 불고기’를 결합, 강진 대표로 남도음식경영대회에 나가 입선까지 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여주 피클을 시작으로 고추장, 무침, 커피 젤리 등 6개의 아이템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근 지역의 식당, 쇼핑몰 등에 입점을 위한 피클 제조 공장 인허가까지 완료해 자체 제작 인프라까지 구축한 상태다. 이 외에도 생 여주 외에 건조 여주를 활용한 피클 개발, 현지 재배농장과 MOU를 통한 안정적 원물 확보 프로세스 구축을 비롯해 병영 시장 인근에 라라잇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 레스토랑까지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또 여주 외에 병영 지역에서 넘쳐나는 감을 활용해 초콜릿을 만들고 브랜드화 한 ‘하멜 초콜릿’도 개발했다. 이렇듯 강진에서 진행되는 라라잇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강동신 헬로프렌즈 대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홈브릿지 서비스 모델…”영월은 시작이죠”

강동신 헬로프렌즈 대표. 헬로프렌즈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500개 기업의 근로계약 매칭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파트너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빈집 데이터를 구축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1호점과 2호점을 열었다. (사진=테크42)

헬로프렌즈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500개 기업의 근로계약 매칭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지방 소재 인력 운영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황을 좀 더 깊이 관찰한 이들이 발견한 사실은 외국인 노동자의 지방 취업 시 숙소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었다. 강동신 헬로프렌즈 대표는 지역에서 발견한 인력 수요와 페인포인트를 설명하며 말을 이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체류 외국인 중 70% 이상이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매년 8%씩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주거환경에 대한 지원과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죠. 이미 고령층이 대부분인 지방 농가에서 외국인 숙소를 위한 시설투자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저희가 구상한 홈브릿지 서비스 모델은 지역 내 빈집을 장기 임대하거나 매입해 리모델링 후 외국인 전용 기숙사로 운영하고 기존 운영했던 구인구직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입니다. 고용주에게는 만족도 높은 노동 인력을 공동 숙소 계약과 함께 제공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보증금 없이 관리비를 포함해 월 30만원의 평균 임대료를 적용, 급여 공제 방식으로 비용을 받는 모델이죠.”

강 대표는 지방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환경 현황을 소개하며. 홈브릿지 서비스 모델을 설명했다. 홈브릿지 서비스 모델은 지역 내 빈집을 장기 임대하거나 매입해 리모델링 후 외국인 전용 기숙사로 운영하고 헬로프렌즈가 기존 운영했던 구인구직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사진=테크42)

헬로프렌즈가 강원도 여러 지역 중에서도 영월을 택한 이유는 온대와 한대가 겹치는 기후와 질 좋은 토지로 인해 재배 작물이 다양하고, 이 때문에 국내에서 가장 외국인 단기 근로자 수요가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들은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파트너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빈집 데이터를 구축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1호점과 2호점을 열었다. 이후 등급 산정을 비롯해 예산액 등을 검토하는 PoC(개념검증)을 진행하면서 지역 농장의 요청에 의한 외국인 노동 인력 소개를 진행하고 있다. 강 대표는 “홈브릿지는 합법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지향한다”며 팀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저희는 영월, 강원도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홈브릿지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 담당자와 지역별 코디네이터 분들의 도움과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죠. 장기적으로 저희는 홈브릿지 서비스를 통해 지역의 빈집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주 노동자에게는 안락한 숙소 제공 등 각 지역 고용 직원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김재우 노티컬리 대표, 프리다이버 아내의 피부 고민 해답 ”서천 김에서 발견했죠”

김재우 노티컬리 대표는 지난 7년간 화장품 럭셔리 라인 업계에 몸담았던 뷰티 마케터 출신이다. (사진=테크42)

김재우 노티컬리 대표는 지난 7년간 화장품 럭셔리 라인 업계에 몸담았던 뷰티 마케터 출신이다. 그가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처음 주목한 것은 충남 서천에 풍부한 갯벌 자원을 활용한 머드 화장품 개발이었다. 평소 프리다이버인 아내의 피부 트러블로 아이템 개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개인적인 사연을 소개하는 김 대표의 표정에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프리다이버들은 강한 외부 자극에 노출되기 때문에 두피와 피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유사한 워터 스포츠를 즐기는 모든 분들이 겪는 고민이기도 하죠. 그 수는 향후 6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저희는 바로 여기서 시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최초 서천 갯벌을 활용한 머드 화장품 개발이 난관에 부딪혔던 이유와 이후 서천 김을 활용한 재도전 과정을 설명하며 지역 자원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테크42)

하지만 갯벌을 활용한 머드 화장품 개발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자원조사 기간 동안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갯벌 채취와 운반, 가공에 예상을 초과하는 비용 투입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서천의 다양한 후보 자원 검토에 돌입했고 그렇게 발견한 것이 김이었다.

“갈조류에 항진균 효과가 있다는 국내외 자료를 검토하며 서천 김에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고, 확인한 결과 비듬균을 억제할 수 있는 조성물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더구나 원물 단가가 높지 않고 서천군의 협조를 통해 소량 구매도 가능했기에 여러 모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또 서천군은 김 양식 산업 육성에 의지가 높은 지역이기도 했고요. 이 과정에서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에서 2개월 가량의 지역 자원 조사 기간이 앞으로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후 김 대표와 노티컬리 팀은 서천 김을 활용한 두피개선 조성물을 자체 개발하고 지난해 10월 특허 출원까지 완료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서천 김의 새로운 판로 가능성을 높이고 해양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노티컬리 팀은 서천 김 선분을 적용한 두피 케어 라인을 개발해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어 서천의 또 다른 특산물인 한산 소곡주의 술찌개미를 활용한 미용팩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발표 말미, 그간의 과정을 통해 깨달은 사실들을 이야기하는 김 대표의 말을 통해 넥스트로컬의 가치가 새삼 느껴졌다.

현재 노티컬리 팀은 서천 김 선분을 적용한 두피 케어 라인을 개발해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어 서천의 또 다른 특산물인 한산 소곡주의 술찌개미를 활용한 미용팩 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진=테크42)

“제가 넥스트로컬 과정 동안 가장 고민했던 것은 지역성과 사업성의 균형이었습니다. 저마다 창업 동기와 아이템이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다만 가장 잃지 않아야 할 것은 각자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넥스트로컬에 선정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사업계획서를 온통 지역 발전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웠던 적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기획된 계획들은 오히려 사업을 모호하게 만들고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넥스트로컬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제 사업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살피고 생각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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