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도요타가 어쩌다가···美서 전기차 도입 지연 로비 들통 망신살

[AI요약] 도요타는 고급차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로 각인돼 있다. 그런 도요타가 미국 의회 관계자들에게 전기 자동차 시장 전환을 늦추도록 압력을 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요타의 한 최고 경영진은 최근 몇 주 동안 의회 지도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들여 전기차 전환을 장려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로비를 했다. 배터리 자동차 얼리어댑터로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전기차 친화적 정책을 늦추려는 도요타의 막후 노력은 눈물겹다.

도요타의 픽업 트럭. (사진=도요타)

‘도요타’하면 누구나 북미시장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고급차 ‘렉서스’를 떠올리게 된다. 이제 도요타는 고급차 렉서스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로 각인돼 있다. 실제로 도요타는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과 거의 매출 차이를 보이지 않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다.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업체 매출 규모는 폴크스바겐 2603억달러(약 300조 3862억 원), 도요타 2559.9억달러(약 295조 4125억 원), 다이믈러 1866.6억달러(약 215조 4056억 원) 순이다.)

그 도요타가 자동차 왕국 미국 의회 관계자들에게 전기 자동차 시장 전환을 늦추도록 조용히 압력을 가했다(로비)는 사실이 드러나 제대로 체면을 구기면서 망신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일부 언론으로부터 “미국 내부에서조차 더 많은 전기 자동차를 도로에 내놓는 정책 채택을 늦추고 있지만 도요타에게는 충분히 느리지는 않다”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로 친환경 얼리어답터로도 인식된 이 회사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전기 자동차의 얼리 어답터였지만 이후 부분적으로 완전 전기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로비를 통해 이의 도입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D.C.의 정책결정자 만나 전기차도입 지연 로비”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왼쪽)과 크리스 레이놀즈 도요타 최고 행정책임자(Chief Administrative Officer)겸 부최고경영자(Vice Chief Officer). (사진=위키피디아,도요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요타의 한 최고 경영진은 최근 몇 주 동안 의회 지도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들여 전기차로의 전환을 장려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로비를 했다.

로비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도요타 최고행정 임원이자 부CEO인 크리스 레이놀즈다. 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완전 전기차로의 전환 움직임과 관련,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수소 연료 전지 차량도 혼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도요타는 워싱턴D.C.에 있는 대표적 자동차업계 로비단체인 자동차혁신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AAI)을 통해 전기차 친화적 정책을 미루도록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레이놀즈 도요타 부CEO는 주요 자동차 회사들과 그들의 협력사들을 대표하는 AAI의 회장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소위 ‘캘리포니아 타협안’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려는 계획에 줄곧 반대해 왔다고 한다.

지난 해 일단의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배기가스 배출 기준 마련에 노력해 온 캘리포니아와 배기관 가스 배출에 관한 거래를 체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 환경청(EPA)은 캘리포니아 주의 강력하고 엄격한 자체 배출가스 기준 마련 권한을 박탈하려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이 규정이 뒤집히면서 캘리포니아와 다른 주들이 더 엄격한 기준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는 미국내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캘리포니아 주와의 싸움에서 트럼프 행정부 편을 들었던 도요타는 당시 타협안 체결 자동차회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인도와 모국 일본에서도 전기차 친화적 정책을 반대해 왔다.

◆프리우스로 친환경차 길을 연 도요타가 어쩌다가?

2022년형 도요타 프리우스. (사진=도요타)

배터리식 교통의 얼리 어답터 회사로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전기차 친화적 정책 추진력을 늦추려는 도요타의 막후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실제로 도요타는 1997년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출시함으로써 대체 동력전달계(파워트레인)를 탑재한 차량도 큰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고 이는 결국 완전전기차 테슬라 등에 길을 열어줬다.

게다가 도요타는 최근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전기, 수소 연료 전지, 가스-전기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70개의 새로운 모델 출시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도요타가 경쟁사들보다 (친환경차 개발경쟁에서) 크게 뒤떨어졌다는 사실을 숨기는 데는 충분치 못해 보인다. 도요타는 이제 나머지 경쟁 업체들이 도요타를 여러 차례 능가하는 가운데 자사 명성에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경쟁사가 도요타를 능가할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은 이미 지난 수년간 닛산, GM, 폴크스바겐과 같은 회사들이 순수 배터리 전기차를 판매해 왔고, 동시에 단계적으로 가솔린차(내연기관차)를 완전히 폐기할 계획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확연히 읽을 수 있다. 이는 도요타의 완전전기차 도입 지연 로비와는 배치된다.

게다가 NYT에 따르면 도요타가 전기차 수용에 실패한 것은 전혀 새롭지도 않다. 이 매체는 지난 2009년에도 이번 만큼 도요타의 전기차 전환 문제에 주목했다.

◆억만장자 CEO 도요타 아키오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과장됐다”는 사고방식

도요타 SUV. (사진=도요타)

이에 따르면 억만장자 CEO인 도요다 아키오를 포함한 도요타의 최고 경영진은 석유 및 가스 업계가 즐겨 내놓는 주장인 “발전소 배출가스 때문에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필요성이 ‘과장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 대선에 불복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가장 많은 기업 기부금을 낸 회사라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들 정치인들 대다수는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에 이의를 제기한 부류이기도 하다.

도요타는 당초 기부금이라고 변명했으나 이후 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 자동차도 배기가스 없는 차량 전환 논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도요타의 주장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는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걸음마 단계이기에 광범위한 전기차 채택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사가 만드는 차량의 연비가 좋다면 이 주장에 더욱더 무게를 실렸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EPA에 따르면 도요타의 연료 효율(연비)은 업계 선두였지만 이젠 전체적으로 연비가 하락해 GM, 포드와 함께 업계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EPA가 발표한 차량 모델별 생산량 점유율(왼쪽). 노란색 트럭SUV가 가장 많이 생산판매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른쪽 표에서 보듯 노란색 트럭 3종(트럭SUV,미니밴, 픽업)의 생산량은 많지만 연비는 세단형(오른쪽 맨위)이나 일반 SUV보다 떨어진다. 생산량과 온실가스(CO₂) 배출량 모두 많다는 얘기다. 이 분야 모델 생산을 많이 해 매출을 올린 도요타가 부분적으로 전기차 도입을 늦추도록 로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사진=EPA)

이는 도요타가 소형 세단이나 해치백 차량보다 더 큰 수익을 내주는 기름 많이 먹는 대형 트럭과 SUV 판매를 추진한 데 따른 요인이 크다.

그야말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미래 로봇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고 있고, 자칫 껍데기만 만들 수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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