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 모델 경쟁 시대, 스타트업 투아트의 차별화 전략은?

AI 시대 본격화 알린 ‘SK 테크 서밋 2023’, 전시·발표 기술의 60% 이상 AI 기반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6개 분야 190개 기술 공개, K-AI 얼라이언스 시너지 사례 돋보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 ‘설리번’ 소개한 스타트업 ‘투아트’, SK와 ESG 파트너십 제휴 성과
‘SK 테크 서밋 2023’ 현장. 이틀간 6개의 트랙이 동시 진행되며 100개의 기술 사례 발표가 이어진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관심 분야 발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테크42)
각 SK그룹 계열사들이 저마다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부스 현장. (사진=테크42)
‘SK 테크 서밋 2023’ 현장에서 선보인 AI 운동처방 솔루션을 참관객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테크42)

SK그룹 계열 17개사가 192개 기술을 선보인 지난 ‘SK 테크 서밋 2023’은 지난해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불붙은 AI 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돋보인 것은 SK그룹이 자사의 역량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AI 기술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의지는 이번 행사에서 "생성 AI가 촉발하고 있는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위기보다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SK가 AI를 통해 만들어가는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유영상 SKT 사장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번 행사는 6개의 트랙이 동시 진행되며 생성형 AI, 초거대언어모델(LLM) 버추얼 휴먼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는 기술과 비즈니스 적용 사례들이 소개됐다. 현장의 열기도 여느 행사를 능가했다. 각 트랙인 진행되는 발표장은 준비된 자리도 모자라 바닥에 앉아 집중하는 참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듯  다양한 기술 사례 발표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초거대 AI 모델 경쟁 시대의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나선 김진욱 투아트 CTO의 발표였다.

AI 솔루션 스타트업이 시각장애인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2016년 설립된 ‘투아트’는 AI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투아트는 AI 기반의 딥러닝 이미지 인식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ndroid/iOS 분야 개발, 클라우드 기반 웹/앱 솔루션 개발 운용 및 PC소프트웨어 기반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관리용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투아트는 AI 기반 시각보조 음성안내 무료 앱 ‘설리번 플러스’와 유료 앱 ‘설리번 A’로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아트는 ESG 분야의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SK텔레콤이 ICT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을 지원하는 얼라이언스인 ‘ESG KOREA 2022’에 선정된 바 있는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스타트업이 ‘설리번’ 앱을 개발한 동기다. 직원 중 한 명이 뇌종양으로 인해 실명을 했고, 이를 계기로 투아트는 AI를 이용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개발 끝에 탄생한 ‘설리번 플러스’는 글로벌 2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무료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앱 명이 ‘설리번’인 이유도 남다르다. 바로 노벨상을 수상한 헬렌켈러에게 세상을 알려주고 위대한 과학자로 만든 스승 ‘설리번 선생’의 이름을 딴 것이다.

투아트는 현재 차세대 설리번 유료 서비스를 개발 중으로, 조만간 모든 서비스를 통합한 ‘설리번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설리번 앱은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국가 언어로 사용가능한 단계까지 개발됐다. 각국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음성인식’ 얼굴인식’ ‘문자인식’ ‘이미지묘사’ 등이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은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여부는 물론 나이와 성별, 표정까지 음성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문서 인식에 특화된 ‘설리번 A’는 A4 한장 분량의 문서를 스캔하면 불과 몇 초 내에 인식 후 음성으로 내용 요약과 키워드를 추출하며 시각장애인의 업무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초거대 AI 경쟁은 거대 자본의 전쟁… 스타트업의 차별화는?

‘SK 테크 서밋 2023’서 각 기술 사례를 소개하는 6개 트랙이 동시에 진행됐다. 각 트랙별 발표장에는 위와 같이 자리가 모자라 바닥에 앉아 참관하는 참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테크42)
지난 17일, ‘초거대 AI 모델 경쟁 시대의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진욱 투아트 CTO는 자사의 ‘설리번’ 앱 서비스 소개를 비롯해 고객의 니즈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스타트업으로서의 노력들을 언급했다.

지난 17일, ‘초거대 AI 모델 경쟁 시대의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진욱 투아트 CTO는 자사의 ‘설리번’ 앱 서비스 소개를 비롯해 고객의 니즈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스타트업으로서의 노력들을 언급했다. 김 CTO는 “SK텔레콤과의 협력은 그러한 시도 과정에서 이뤄졌다”며 지난 8월 도입된 기술을 설명했다.

“지난 8월 저희는 SK텔레콤의 초거대 AI 모델을 접목해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에 대해 AI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물론 저희 서비스 이전에도 유사한 기능은 있었지만, SK텔레콤의 초거대 AI 모델은 약 1억장의 사진을 학습한 새로운 AI 신경망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전 기술에 비해 훨씬 더 막강한 성능을 자랑했거든요.”

이어 김 CTO는 이 기술이 적용된 설리번 앱을 이용한 이용자들의 뭉클한 반응을 소개하는 한편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배경인 AI 기술 발달 과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김 CTO는 AI 기술의 특이점으로 2017년 구글이 선보인 트랜스포머 기술을 지목했다.

김진욱 투아트 CTO. (사진=테크42)

“트랜스포머 기술이 등장한 이후 AI 모델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습니다. 매년 10배씩 커지고 있죠.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집적도가 2년에 2배씩 커진다는 ‘무어의법칙’을 가볍게 압도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진행되는 초거대 AI 경쟁이 어느새 거대 자본의 경쟁이 돼 버렸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저희와 같은 스타트업은 차별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던 것이고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투아트는 자본의 문제를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과 협력을 통한 기술 제휴로 해결했다. 이를 통해 ‘설리번’ 역시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로 고도화가 가능했다. 이외에도 투아트는 시행착오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차별화를 강화해 나갔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개인정보 이슈다.

“2년 전 SK텔레콤과 함께 저희 서비스를 좀 더 고도화해서 시장에 내놓은,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 있었습니다(웃음). 문제는 저희가 수집한 사진 정보를 SK텔레콤의 AI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물론 서비스 시작부터 약관에는 개인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SK텔레콤과 함께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약관을 변경한 것이 문제가 됐어요. 당시 20% 정도의 이용자가 이탈했죠. 물론 지금은 모두 회복이 된 상태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개인정보의 민감성에 대해 제대로 깨닫게 됐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두 손에 자유를 줄 수 없을까?

투아트의 도전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불편함을 없애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이날 김 CTO가 언급한 것은 ‘시각장애인의 두 손에 자유를 주고 싶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엣지(Edge) 기반 웨어러블 솔루션’이다.

“시각장애인 분들은 보행을 할 때 한 손에는 ‘흰지팡이’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죠. 그래서 저희가 고민한 것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저희 서비스를 담아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할 엄두를 못냈어요. 그런 상황에서 마침 SK텔레콤 측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반 서비스를 PoC(개념검증) 차원으로라도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주셨고,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투아트가 개발하는 웨어러블 솔루션이 클라우드 기반이 아닌 ‘엣지(Edge)’ 기반이라는 점이다. 이는 신체에 간단하게 부착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디바이스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클라우드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AI 인식을 디바이스 단에서 싱행해 개인정보가 전송될 필요도 없다. 관건은 이 경우 스마트폰에 적용할 때에 비해 성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김 CTO는 “타겟팅하는 서비스의 범위에 집중해 그 안에서 충분히 사용자가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초기에 목걸이 형태의 디바이스와 안경에 부착하는 방식의 디바이스를 고민했지만, 현재는 완전한 안경 형태의 디바이스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이 디바이스 솔루션을 통해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도 사람의 얼굴을 잘 인식하도록 하는 거죠.”

‘On Device’ 기반의 실시간 얼굴 인식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투아트가 적용하고 있는 것은 최근 등장한 ‘Cora Micro’ 보드다. 또 초거대 언어모델에서 데이터를 경량화 시키는 ‘QRoLA’ 등도 검토하고 있다. 1비트의 이미지로도 얼굴 인식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김 CTO는 Binary neural networks (BNN, 이진신경망)을 이용해 저사양 디바이스에서 엣지 AI의 성능을 최대치로 올리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은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김 CTO의 생각이다.

발표 말미 김 CTO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희 서비스가 비록 시장은 작지만 일상의 어느 서비스보다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기업들도 선보이고 있는 이 분야 기술 경쟁에 있어 SK텔레콤의 지원도 있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CTO는 “저희 같은 스타트업도 한 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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