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는 여전한 ‘투자 혹한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이러한 현상은 VC의 보수적인 투자 및 지원 활동, 민간 부문 지원사업 약화 등을 불러 일으키며 스타트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물론 투자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바뀐 시장 상황에 맞춰 매출 등의 실적으로 가능성을 입증하며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간간히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례가 이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계 전반적인 침체는 분명한 사실이며, 이로 인한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초기 스타트업이 극복해야 하는 데스밸리(R&D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이를 제품화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겪게 되는 위기의 시기)는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현실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바둑에서 나온 용어인 ‘사활(死活)’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바둑판에서 생(生)과 사(死)가 결정되는 것은 바둑 돌을 처음부터 어떻게 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지고 보면 스타트업에게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솔루션을 바탕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사업화, 제품화하는 과정이 모두 사활을 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중소벤처기업부 사이트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들이 망라돼 있다. 문제는 업종, 지역, 창업 단계, 사업 유형 등 스타트업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 사업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사활을 걸고 창업을 한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이러한 선택지는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이에 초기 스타트업이 챙겨야 할 대표적인 지원 사업을 알아봤다.
성공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하는 창업가라면 ‘예비창업패키지’ 먼저
스타트업 지원 정책 신청은 1월부터 시작 된다. 정책자금 대출을 비롯해 성장단계별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각 부처별 특성이 반영된 창업경진대회가 시작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게 ‘국룰’로 통하는 창업사업화 지원사업은 이른바 ‘3패키지’로 불리는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도약패키지’ 등이 있다. 이중 창업을 준비하는 창업가들의 경우 먼저 주목할 것이 ‘예비창업패키지’다.
‘예비창업패키지’는 혁신적인 기술창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에비창업자’의 창업 및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과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있다. 보통 매년 2월 경 K-스타트업 홈페이지(K-Startup.go.kr)에 공고가 뜬다. 지원 내용으로는 사업화자금과 예비창업프로그램, 전담 멘토링 등이 있다. 공고일 기준 사업자등록이 없는 예비창업자라면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금은 평균 5000만원으로 최대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예비창업자에게 꼭 필요한 기본 소양교육을 비롯해 재무·회계, 투자 유치, 지식재산권, 네트워킹과 관련된 교육이다. 또 지원자가 직접 수백명의 현업 전문가 중 자신에게 맞는 전문가를 멘토로 선택해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화 멘토링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창업 3년 이내 극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초기창업패키지’ 주목
‘초기창업패키지’는 창업 3년 이내(공고 시점 기준) 극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유망 초기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자금, 초기창업프로그램들을 제공해 기술 혁신 및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초기창업패키지’는 보통 매년 2월 말 경 K-스타트업 홈페이지(K-Startup.go.kr)에 공고가 뜬다. 이후 3월에 신청 접수가 진행되고 4~5월을 거쳐 평가 후 선정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지원이 이뤄진다.청년(만 30세 이하)와 중장년(만 40세 이상)으로 구분해 선정되며 특화 프로그램 지원은 연령과 무관하다. 사업화 지원 대상이 된 스타트업은 최대 1억원의 사업화지금과 함께 창업프로그램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사업화자금은 시제품제작, 지재권 취득, 마케팅 등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쓸 수 있으며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시장 진입을 위한 판로개척, 네트워킹, 민간·글로벌 연계 프로그램, 투자교육, 멘토링 서비스, 기술검증 등이 있다.
3년이 초과됐다면? 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 대상 ‘창업도약패키지’도 있어
아쉽게 창업 3년이 넘은 스타트업이라도 기회는 있다. 바로 ‘창업도약패키지’다. 역시 보통 매년 2월말 공고가 뜨며 역시 K-스타트업 홈페이지를 통해 3월에 신청 접수를 받아 4~5월까지 평가가 진행되고 선정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비와 지원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창업도약패키지’는 앞서 언급된, 스타트업이라면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데쓰밸리’를 극복하고 성장의 기회를 마련하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특화돼 있다. 일반과제와 협업과제로 나뉘는데, 일반과제의 경우 제조와 서비스 전 분야 스타트업의 지원이 가능하다. 협업과제는 대기업과 협업해 과제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제까지 5G, 친환경, 금융, 딥테크, 디지털전환, 스마트야드, 디지털 서비스 분야로 나눠 지원을 받아왔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과 법인 사업자 모두 지원이 가능하지만 단, 세금체납, 금융 연체 등의 상황일 경우는 지원이 불가하다. 선정된 스타트업은 최대 3억원, 평균 1억원 초반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중 70%는 정부출연금으로 스타트업이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나머지 30%는 스타트업이 부담해야하는 대응자금으로 이중 20%는 사무실 집기, 연구장비 등의 현물로 대체할 수 있다.
기술력과 사업성에 자신 있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도전! K-스타트업’
뚜렷한 사업성과 기술력을 보유한 초기 스타트업, 예비창업자라면 이라면 창업경진대회를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중에서도 정부 주도의 ‘도전! K-스타트업’은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교육부, 과학기술부, 국방부 등 4개 부처가 협업해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경진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협업 부처가 늘어나고 예선 리그가 확대 돼 이제는 매년 평균 5000여 스타트업 팀이 참가하는 창업경진대회가 됐다.
지난해 기준 참여 부처는 초기 4개 부처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방위사업청, 산림청, 특허청 등 총 11개 부처로 늘어났다. 참여 스타트업 역시 총 6187팀으로 경쟁률이 309대1에 달했다. ‘도전! K-스타트업’ 예선리그를 통과한 팀들은 통합본선을 통해 왕중왕전에 진출할 최종 팀들이 배출된다. 지난해에는 총 20개팀이 수상의 성과를 거뒀다.
신청 대상은 공고일 기준 사업자 등록이 없는 예비창업자와 3년 이내 창업하고 누적 투자유치 금액이 30억원 이하인 창업기업의 대표자다. 공동 대표인 경우 대표자 전원이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신청 기업 외 보유 사업자가 있을 경우는 7년 이내로 제한된다. ‘도전! K-스타트업’의 사업 공고는 보통 1월 중에 공지되며, 선정된 팀들을 대상으로 예선리그와 본선리그가 8월까지 진행된다. 각 부처 별로 진행한 예선리그가 치뤄지며 여기서 추려진 200팀들이 통합 본선에 진출한다. 이 때 참가 팀간 교류와 역량강화를 위한 네트워킹 등이 진행된다. 예비창업리그와 창업리그로 나뉘어 진행되는 본선은 각 리그별로 상위 15팀을 선발하게 되는데 이들은 다시 왕중왕전에서 격돌하게 된다. 왕중왕전에서 최종 수상한 20팀은 고득점 순위에 따라 총상금 15억원(대상 3억원, 장려상 2000만원)과 함께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