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데이터 전달·위치확인까지! ‘음파 통신’을 아세요?

블랙핑크 스마트 응원봉에 적용, 비대면 콘서트에도 반응한다
토종 사운드카드 ‘옥소리’ 개발한 아버지 뒤 이어 소리로 승부하는 '아이시냅스' 김준홍 대표

우리가 숨쉬며 살아가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이 바로 ‘소리’다. 이 소리 중에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를 ‘초음파’라고 한다. 돌고래, 박쥐와 같은 동물들이 의사소통이나 물체 탐지를 위해 음파를 사용한 것은 이미 수천만 년 전부터라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 역시 소리, 즉 음파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위험을 알리는 경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소나(Sonar) 역시 음파를 이용해 목표물과 장애물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런데 이러한 음파를 이용해 정보, 즉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우선 소리를 낼 수 있는 기기인 마이크와 스피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전자기기에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소리에 데이터를 담을 수만 있다면, 통신이 가능한 환경은 이미 만들어진 셈이다.

김준홍 대표가 착안한 음파 통신 아이디어는 그렇게 2014년 아이시냅스(i Synapse)를 창업하며 구체적인 기술로 개발됐다.

기술력 하나로 묵묵히 사업을 이끌어 온 김준홍 대표에게는 남다른 열정이 느껴진다.

스마트 응원봉, 위치 인식적용 가능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아이시냅스는 비가청 음파 기술을 활용한 정밀 음파통신, 측위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스피커를 통해 나온 초음파를 기반으로 위치 정보 신호를 송출하면 수신자의 스마트폰에 깔린 앱이 마이크를 통해 데이터를 받거나 소리를 수신한 시간차를 계산해 정확한 위치를 분석한다. 이러한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케이팝(K-pop)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스마트 응원봉을 비롯해 스마트기기 간 근거리통신, 인터렉티브 광고, 자동결제 등이다. 최고의 장점은 스피커만 있으면 추가적인 하드웨어 설치 없이 운용이 가능하는 것이다. 아이시냅스의 이 기술은 유명 케이팝 그룹인 ‘블랙핑크’의 콘서트에 사용된 스마트 응원봉, 현대자동차 공장에 시적용된 위치 기반 원격 통신 모듈, 대한항공의 인터렉티브 광고, 위치기반 O2O 마케팅을 지원하는 KT의 지오펜싱 솔루션 등에 적용, 상용화됐다.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 후 7년째 음파통신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오고 있는 김준홍 대표는 “앞으로도 적용 가능한 분야는 너무나 많다”고 강조한다.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넥스트라이즈2021’ 현장에서 처음 만난 그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슬쩍 부스를 살펴보는 방문객을 상대로 아이시냅스가 가진 기술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그 모습은 여전히 변치 않은 듯했다.

Q ’넥스트라이즈2021’ 이후에 새로운 제안 받으신 것이 있나요?

다양한 업체에서 새로운 분야 적용에 대한 제안을 주셨어요. 아무래도 저희 기술이 음파라는 독특한 방식이라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아요. 몇몇 업체와는 좀 더 구체적인 협력을 논의 중입니다.

Q 아이시냅스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말씀해 주신다면?

음파를 이용한 정밀한 위치인식 솔루션을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죠. 현재까지 규모면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두 번째로는 커넥티드 카 분야를 꼽을 수 있어요. 이런 분야에 적용된 이유는 규모도 있지만 필드에 저희 기술이 적용됐을 때 굉장히 큰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출입인증과 위치확인 관련 사업도 진행 중이죠.  건설현장이나 산업현장의 작업자 안전을 위한 위치확인 솔루션 연구를 진행해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건설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위치확인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가요?

건설현장, 산업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항 중 하나예요. 실제로 정부에서 나온 작업자 안전을 위해 개발하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개발목표는 위치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죠. 그런 점에서 저희 기술을 굉장히 정밀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제까지는 작업자 위치 파악을 위해 특정 장치를 작업모 등에 부착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이 방식은 문제가 많죠. 유지보수 비용도 발생할 뿐 아니라 혼선의 여지도 크고요. 작업자들끼리 모자를 바꿔 쓸 수도 있고 일용직 작업자에 대한 등록 문제도 있어요.

저희 기술을 적용하면 음파를 이용해 작업자의 스마트폰으로 위치 파악을 더 정밀하게 할 수 있거든요. 이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지하 터널 작업 현장을 간 적이 있는데, 작업자의 위치 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죠. 발파 작업 전에 특히 그렇고요. 현장의 소리를 들으니 작업 인원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아이시냅스가 개발한 음파통신 장비 (사진=아이시냅스 제공)

Q 음파로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이 좀 생소한데요. 다시 얘기 하자면 작업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 받아서 상호 음파로 위치파악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그 외에도 음파에 데이터를 담는 전송도 가능하죠. 이제까지는 주로 B2B 위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웃음).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인데요. 블랙핑크 공연 현장에서 사용된 스마트 응원봉에 적용된 것이 저희 기술이예요. 사실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데이터 전송은 전파로 하는게 가장 최적이죠. 그런데 비용이나 호환성을 본다면 음파를 활용한 데이터 전송은 굉장한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테나를 스피커, 마이크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거죠. 스마트폰에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다 있으니까요.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폰이든 100%호환 가능한 데이터통신기술이 되는 거예요.

스마트 응원도구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이 돼요. 기존에는 응원봉을 동작 시키려면 안테나를 설치하고 페어링해 연결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저희 기술은 응원봉에 고성능 마이크로폰 센서로 영상 및 음악 콘텐츠와 사물을 연결하는 ‘음파 IoT 칩셋’을 심고 음파에 데이터를 심어 보내면 끝입니다. 가수의 노래에 사람에게는 안 들리는 초음파 데이터를 심는 거죠. 그 데이터에는 지금 현재 응원도구들이 어떻게 동작할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고요. 요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 기술을 쓰면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노래를 들을 때도 응원도구가 굉장히 정확하게 동작을 합니다. 페어링을 할 필요도 없죠.

아이시냅스의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응원도구 (사진=아이시냅스 제공)

Q 위치인식기술로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있고, 근거리무선통신으로는 비콘(iBeacon)도 있지 않나요?

GPS는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실내로 들어가면 위치파악이 어려워지죠. 비콘 역시 블루투스 프로토콜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장치로 이용하고 있지만 저희 기술에 비해 정밀도가 떨어집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정밀한 위치인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UWB(초광대역통신)이라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크기가 커서 스마트폰에 내장할 수 없죠. 대략적인 위치확인만 필요할 경우는 블루투스나 GPS를 활용하고 정밀한 위치측정이 필요하면 음파통신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최대 오차 범위 20cm 이내로 위치 확인이 가능하거든요. 정밀하게 위치를 측정할 수 있으면서도 음파를 활용하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다는 것, 이 명확한 장점이 저희 기술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죠.

Q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정말 쓰임이 많을 듯한데, 그럼에도 아직 해결 못한 단점은 없나요?

음파는 킬로헤르츠(kHz) 대역이에요. 전송 속도면에서는 전파 통신에 비해 느린 거죠. 그러나 굉장히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있어요. 최근 많이 진행되는 비대면 콘서트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의 소리가 아닌 TV 등의 디바이스에서 나오는 소리를 잡는 거죠. 전파 조차도 현장의 영상과 소리를 보낸다고 할 때 시간차가 존재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기술은 집에서 비대면 콘서트를 보며 그 영상의 소리 자체에 데이터가 담긴 음파가 섞여 나오니, 미디어 콘텐츠에 동기화가 잘되면서 현장과 똑같은 느낌의 즉시적인 인터렉션이 가능한 거죠.

Q 거리의 제약은 없나요? 또 특정 기기끼리 연결이 되야 하는데 음파 간섭도 고려해야할 것 같은데요. 혼선을 방지하는 기술이 있나요?

우선 거리에 대한 부분은 전파통신과 비슷해요. 전파를 멀리 보내려면 안테나가 크면 되잖아요. 역시 음파를 멀리 보내려면 스피커 출력이 높고 크면 되죠. 음파 간섭은 설명이 좀 어렵지만, 혼선을 방지하려면 주파수 대역이 충분해야 하는데 음파는 그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전파통신에서도 쓰는 호핑 기술을 도입했죠. 데이터를 담은 음파를 특정 기기에 보낼 때 시간차를 두거나 짧게 조금씩 전송하는 방식으로 간섭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거죠.

Q 현대자동차에서도 씨드 투자를 받고 기술 제휴를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어떤 식으로 적용이 된 거죠?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시험 적용 중에 있습니다. 자동차 조립라인은 그야말로 엄청난 기계들이 가득한데, 이 기계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잘 제어하기 위해 저희 음파 통신 기술을 적용한 거죠. 제가 자꾸 저희 기술이 정밀도가 높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웃음). 24시간 돌아가는 자동차 공장에서 통신에 시간차가 발생하거나 정밀하지 않다면 큰 사고가 나게 되죠. 그런 점에서 시험 적용이긴 하지만 일정 수준 검증은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제로원 프로젝트에서 진행된 김준홍 아이시냅스 대표의 인터뷰. 아이시냅스의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영상=제로원 유튜브 채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업가 기질로 승부했다

김준홍 대표의 아버지는 윈도우가 등장하기 전 도스(DOS) 운영체제로 컴퓨터를 하던 시절, 토종 사운드 카드 ‘옥소리’를 만든 1세대 벤처 창업가 김범훈 대표이다. 아버지는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시키는 사업을 했다면 아들은 소리에 데이터를 담아 보내는 기술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말 조차도 없었던 시절, 아버지는 일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사업가가 된 지금, 김 대표는 “그 시절 아버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며 담담하게 당시의 추억을 털어 놓았다.

Q 대표님께서 창업을 하신 건 아버지의 영향이 작용한 것인가요?

사업 분야에서 ‘소리’가 겹치는 것은 우연이 듯해요(웃음). 사업가 기질이라기보다… 지금도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데, 그때는 얼마나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아버지는 힘든 티를 내지 않으셨어요. 어린 시절이라… 당시 아버지께서 제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일요일에 회사를 데려가는 것이었죠. 일요일에도 출근하시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어린 제게 아버지 회사는 재미있는 곳이었어요. 당시 컴퓨터 게임을 다 해볼 수 있었거든요. 도스(DOS)를 사용하던 시절이라 특히 게임마다 사운드카드 호환성 테스트를 하는 게 필수였거든요. 그래서 아버지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게임들이 진열 돼 있고 게임 전용 PC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아버지 일하시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됐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업의 어려움을 ‘간접 체험’해 봤다는 것이 도움이 됐다 할 수 있겠네요(웃음). 그러면서 당시 아버지의 모습, 행동이… 지금 와서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요.

아이시냅스의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응원봉은 가수의 노래 속에 담긴 음파로 응원봉을 일괄적으로 제어하는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사진=아이시냅스 제공)

Q 2014년 창업한 그 해에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스마트 응원봉 라이선스 계약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출발이 좋았던 것 같은데요?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운이 좋았던 거죠. 당시에는 그저 ‘기술이 좋으면 써주겠지’하고 무작정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어요. 기존 응원봉에 저희가 가져간 음파통신 장비를 적용해 그 자리에서 시연했죠. 당시만 해도 스마트 응원도구라는 개념이 없을 때라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생각 이상의 관심을 보여주시더군요. 당시 가짜 응원도구 이슈도 있어서 진품의 차별성도 필요하던 시기였고, 가수 팬들도 신기해 하며 관심을 보였던 터라 계약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물론 막 창업한 스타트업으로서 증빙해야 할 것도 많았고, 적정한 가격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가도 고민을 해야 했죠.

Q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성공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당시에는 정말 무모했어요. 저도 연구원 출신이라 사업적인 고려는 크게 없었죠. 기존의 방식을 대체하는 기술을 제시하려면 대체 기간이나 비용적인 측면 등 고려해야할 게 많은데, 그저 기술이 좋으면 써 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웃음). 몇 년 간 사업을 해보니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당시에 계약이 성사된 것은 정말 1%의 확률, 초심자의 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입장을 바꿔도 신생 스타트업이 가져온 기술을 바로 도입하는 건 리스크헷지(risk hedge)에 대한 고려 없이는 힘들거든요.

창업 이전 김 대표는 국내 최고 기업의 생산기술연구소에서 산업용 장비를 설계하는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로봇공학은 석사 학위까지 받은 터라 주 분야는 장비의 에러 발생을 진단하는 ‘폴트 디텍션(Fault Detection, 장애 검출)’이었다. 진동을 이용해 장비의 고장 등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요즘 식으로는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연구를 하는 동안 그는 ‘진동과 음파의 원리는 같다’는 점에 착안했고, 그렇게 음파통신 기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당시를 떠올리면 “무언 가에 홀린 듯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는 김 대표를 가장 많이 도와준 것은 역시 아내였다.

Q 결혼 자금까지 사업에 써가며 시작하셨다던데, 가족 분들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처음에는 싫어했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 도움 없이는 해 내지 못했을 거예요. ’아이시냅스’라는 사명도 아내가 지어준 거예요. ‘인터넷 네트워크 시대에 사람과 기술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지금 생각해보면 창업이라는 건 굉장히 깊은 고민과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던 건데,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일을 저지른 것 같아요. 당시 IoT에 대한 붐이 일었죠. 저도 그걸 보며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피커만으로 IoT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면 혁신적일 거라 생각이 들더군요. 문득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니 온통 스피커가 없는 곳이 없었어요. 그 순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죠.  

아이시냅스 음파통신을 이용한 위치 확인 솔루션의 시연 사례 (사진=아이시냅스 제공)

Q 창업 이후 7년,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특허도 다양하게 확보하셨고요.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 주신다면?

‘비가청 음파 신호 기반의 출입 인식 시스템, 방법 및 이를 위한 장치’ ‘수신강화 음파통신 장치 및 이의 수신강화 통신제어 방법’ 등 8건의 특허가 등록돼 있어요. 하지만 이런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도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이 해보지 않았던 것이에요. 성과가 있을 때도 그렇고 실패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얻는 게 있었어요. 돌이켜 보면 그 매 순간이 굉장히 짜릿했어요.

그 중 가장 최근 기억은 커넥티드 카 관련 프로젝트의 필드 테스트 당시를 꼽을 수 있겠네요. 기술적 검증을 끝내고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마지막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음파 데이터 인식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 거예요. 저희의 강점이 호환성이었는데 어떤 차량에서는 인식률이 떨어진다는 건 굉장히 당황스러운 이슈였죠. 알고 보니 요즘 차량 중에는 이중창으로 돼 있는 경우가 있어 그렇더군요. 다행히 현대자동차 프로젝트에서 산업용으로 개발했던 알고리즘이 있어 그걸 적용하니 원활하게 통신이 되더군요. 그런 순간에 특히 짜릿함이 느껴져요.

전 세계 인구의 10%를 고객으로 삼는 것이 목표

사업을 책임지는 대표의 입장에서 연구에만 몰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시냅스는 현대자동차 제로원 프로그램을 통해 씨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기업은행을 비롯해 투자 유치 건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음파통신 분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아이시냅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는 비전은 무엇일까?

직원들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김준홍 대표, 아이시냅스의 기술력은 끊임없는 연구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아이시냅스 제공)

Q 아이시냅스와 유사한 기술로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들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음파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 꽤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기술에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산업용으로도 적용이 가능할 정도의 고도화된 정밀함이죠. 보통 통신이라는 것은 단방향과 양방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양방향은 전파통신에서 주로 쓰입니다. 데이터를 쏘면 받는 쪽에서도 잘 받았다는 회신이 오죠.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무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다만 음파통신은 대부분 단방향으로 이뤄집니다. 그래서 더욱 데이터를 받는 쪽에서 잘 받아야하는 거죠.

하지만 이 기술이 쉽지 않은 것이 주변에 다른 소리들도 많다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엄청난 음파들이 여기저기 부딪히며 메아리로 울리고 있어요.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이번 음파를 놓치면 다음 걸 잘 들어야지’ 하는 식으로 계속 송신을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시쳇말로 ‘하나만 걸려라’는 식이에요. 하지만 산업용에서는 그렇게 하면 큰일나죠. 콘서트 현장에서도 문제가 되고요. 그래서 저희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들어오는 소리를 잘 해석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 개발했어요.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도 음파에 담긴 데이터를 정확하게 취득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거죠. 이 정도의 기술을 확보한 회사는 제가 알기로 아직까지는 저희가 유일하다고 자부합니다.

Q 향후에도 적용가능한 분야가 많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기술 수준은 이미 굉장히 많은 분야에 적용이 가능해요. IoT 디바이스라면 어디든 확대 적용할 수 있죠. 다만 스타트업으로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우선은 시장의 니즈가 있고 상용화 성공 시에 즉시적인 성과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하는 분야에 먼저 진입하려고 하고 있어요. 바로 ‘출입인증’과 앞서 말씀드린 ‘건설현장’ 적용 프로젝트예요. 이걸 강화하면서 점차적으로는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 합니다.  

Q 코로나 19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는 않을 듯한데요. 비대면 문화가 확산, 정착되고 있는 상황은 아이시냅스에 사업적 측면에서는 유리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저희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에게 현재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해요. 저희도 초기에는 오프라인 콘서트가 사라지면 사업의 한 부분이 사라지는 거라 당황스러웠는데 비대면 콘서트에 적용하는 걸로 방향을 바꿨어요. 역시 비대면 방식의 커넥티드 카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죠.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더라도 이러한 비대면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위기이지만, 기회로 만들어 봐야죠. 이제까지는 B2B 중심의 기술 개발이 대부분이었지만 향후에는 B2C를 고려한 접근도 고민하고 있어요. 아마 올해 안에 가시화 될 겁니다.

Q 경험자로서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분투하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저보다 더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그럼에도 제가 느낀 바를 말씀드리자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니즈가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부단히 들어야 한다는 거죠. 테크 기반의 회사로서 쉬운 일은 아니예요. 하지만 정말 완벽한 기술인데 비싸거나 필요한 사람이 없다면 문제가 돼요. 또 그 정도로 완벽할 필요가 있는가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거죠. 저도 소홀했던 부분이라 말씀드리는 거예요.

Q 사업가로서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아이폰을 써본 세계 인구가 20%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윈도우는 아마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100%가 써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제 꿈이라면 20%까지도 아니고 세계 인구의 10% 정도가 저희 아이시냅스의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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