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메기 효과'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의 주요 근거였다. 유럽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육지까지 싱싱한 채로 옮기기 위해 메기를 수조에 넣었고, 청어는 죽지 않기 위해 천적인 메기를 피해 다녔다. 그 결과 청어는 육지에 도착해서도 방금 바다에서 잡은 듯한 팔팔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은 4대 지주 중심으로 정체 됐던 기존 금융가에 위기감을 주고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시장에 디지털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을 풀어 동시에 서비스 질을 향상 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시 메기는 '인터넷전문은행'이었고, 청어는 '기존 금융권'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4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메기였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급격한 성장과 동시에 청어가 됐다. 그러자 새로운 메기인 토스뱅크가 수조 안으로 들어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전환기가 시작됐다.
2015년 6월 | 금융위원회,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발표 |
2016년 12월 | 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 1호 본인가 획득 |
2017년 4월 | 케이뱅크 영업 개시 |
2017년 4월 | 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2호 본인가 획득 |
2017년 7월 | 카카오뱅크 영업 개시 |
2019년 1월 |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시행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로, 케이뱅크는 비씨카드로 최대주주 변경) |
2021년 6월 | 토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3호 본인가 획득 |
인터넷전문은행은 성공적으로 금융 시장에 편입됐고, 빠르게 성장했다. 초기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기존 은행 고객 수인 약 20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빠르게 고객을 늘려갔으며, 매년 1조원 가량의 자본 확충을 통해 성장했다. 2019년, 2020년 시중 은행 총자산이 연평균 8.3% 증가하는 동안, 카카오뱅크는 약 52.4% 성장해 약 28조 6000억원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슈로 멈칫했지만 최대주주 지위를 비씨카드에 넘겨줌으로써 지배구조 안정화를 통해 자본확충 여력을 만들어냈다. 유상증자를 완료했으며, 2021년 상반기 흑자 전환을 이루며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게다가 가상화폐 거래소 계정 서비스로 2021년을 넘기며 117% 성장했다. 케이뱅크의 총자산 규모는 9조 4000억원이다.
물론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총자산 규모인 1800조원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보유한 1614만명(MAU 1300만명), 617만명(350만명)의 고객 수는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금융 정책 목표 달성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주요 목적의 하나였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부진으로 드러났다. 2020년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2.1%로, 은행권 전체 평균인 24.2%의 절반 수준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 취약계층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공급이 미흡했던 이유는 고신용자 신용대출만으로도 충분한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 유인이 부족했고,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금융 당국의 요구로도 나타났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혁신적 포용금융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를 발표하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압박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년간 카카오‧케이뱅크 영업 결과, 금융 편의성 제고 등에는 기여했으나, 중금리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공급은 당초 기대에 미달"했다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지난 4년간 총 2조 5000억원의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를 확대했음에도,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이 오히려 고신용자에게 집중됐다. 2020년 인터넷전문은행 중금리대출 중 91.5%인 사잇돌대출 공급액 1조 3000억 중 약 66%가 1~3등급에게 공급됐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사잇돌대출 공급액은 1조 2366억원에 달한다. 사잇돌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이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상품으로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위험은 미미하기 때문에 저신용자에 주로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대손비용 증가 등 수익성 확보를 이유로 고신용자 대상 영업에 치중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4등급 이하 차주 비중이 10.2% 에 불과하다.
게다가 출범 초기 중금리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케이뱅크도 자본확충 지연 등으로 2018년 이후 실적이 미비했다. 또 양사 모두 저신용자 특화 금융상품 고객정보를 반영해 상환 능력 평가에 적합한 CSS 구축 작업에도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 금융위는 압박에 나선 것. 목표는 2023년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30% 이상 달성이다. 만약 인터넷전문은행이 계획 미이행할 경우 신사업 인허가 등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인터넷전문은행과 그 최대주주가 다른 금융업 진출을 위해 인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이행 여부를 판단 요소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부랴부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신용 공급 확대 방침을 수용하는 한편 상품 라인업을 강화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중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소액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케이뱅크 역시 중·저신용자를 위한 사잇돌대출을 출시했다.
이런 배경에서 토스뱅크는 4년 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수행했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뱅크는 간편송금 앱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34% 를 보유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현재 토스는 약 40여개의 금융 서비스를 약 1800만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토스앱 기준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는 카카오뱅크 수준인 1300만명에 달한다.
또 '락인(Lock-in)'을 통해 플랫폼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점을 감안하며 토스앱 사용자는 토스뱅크로도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 6월 토스는 약 46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기업가치 7조원 인정을 받는 등 자금력도 좋다.
물론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디지털 고객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초기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새롭게 MTS 서비스를 내놓은 토스증권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인터페이스로 출시 70일 만에 약 300만 개의 계좌를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 확보에 대한 우려는 그저 우려에 불과할 수 있다. 결국 카카오뱅크가 출범하기 전, '기존 금융권에서 옮길 고객이 있겠냐'는 빗나간 전망과 유사하다.
무엇보다 현재 시점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정책 호응에서 비롯된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를 출범 초기인 2021년부터 34.9%, 2023년에는 44%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가 제시한 정책 목표인 30% 이상을 훨씬 초과하며, 카카오뱅크의 목표인 2021년 말까지 20.8%, 2023년 말까지 30%, 케이뱅크의 목표인 2021년 말까지 21.5%, 2023년 말까지 32%와도 상당한 격차가 난다. NICE신용평가 측은 "신생기업으로서 축적된 대출이 없기도 하지만, 자체 구축한 CSS 에 대한 토스은행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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