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예상을 뛰어넘는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이른바 공동체라고 하는 계열사 서버와 데이터를 한 곳에 몰아넣었다. 그간 지속적으로 계열사를 늘리며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 무리한 수익화 방식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카카오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예상을 뛰어넘는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재 발생 후 3분만에 데이터센터 서버 전원이 차단되며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와 다음 포털 사이트의 기능들이 모두 멈췄고, 이로 인한 장애는 만 이틀 가까이 복구되지 못했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있었던 네이버를 비롯해 SK텔레콤 등 SK 계열사의 서비스는 큰 영향 없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카카오는 판교 데이터센터에 3만2000대의 서버를 두고 있었고, 그 외에 4개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해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해 일부 서버는 물리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안전상의 이유로 현장 전원이 차단되고, 사람의 접근이 한동안 어렵게 되며 서버 전체가 다운된 것이다.
네이버가 카카오와 달랐던 점은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곳을 메인 데이터센터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자체 데이터센터는 경기도 안산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었다.
화재 발생 후 대부분의 카카오 서비스에 장애가 이어지자 카카오 측은 즉각적으로 남궁훈, 홍은택 각자대표 이름으로 사과문을 내고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서비스는 주말을 넘겨서도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했다.
데자뷰 같은 10년 전 사고, 거대 기업 됐지만 데이터 관리·투자는 소홀
데이터센터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문제는 이를 고려해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냐였다. 카카오는 이른바 공동체라고 하는 계열사 서버와 데이터를 한 곳에 몰아넣었다. 그간 지속적으로 계열사를 늘리며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 무리한 수익화 방식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카카오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곪아왔던 문제가 화재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등 플랫폼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인프라, 시설 투자, 서비스 장애 대응 체계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공식적으로 밝힌 피해 서비스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다음 포털의 검색, 메일 등의 서비스 등 10종이 넘는다. 또한 카카오계정으로 연동이 된 카카오페이, 카카오T, 내비, 게임, 웹툰, 멜론, 지그재그 등의 서비스 역시 장애를 피하지 못했다. 오래도록 이어진 장애로 발생한 피해 규모는 아직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2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도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서비스 전면 장애가 발생했고, 이는 서너 시간 가량 이어진 바 있다.
당시 막 적자를 벗어난 중견기업이었던 카카오는 10년이 지난 지금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며 매출 6조원, 시가총액 재계 10위 안팎을 오가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거대 기업 카카오의 데이터 관리는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경쟁사인 네이버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데이터 관리 등이 포함된 설비투자액으로 봤을 때 네이버는 1조8609억원을 쓴 반면, 카카오는 그 절반도 안되는 7285억원을 썼다. 카카오로서는 성장을 우선으로 삼고 시설투자비를 아끼는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카카오의 매출은 네이버(6조8176억원)를 상당히 따라잡은 6조1367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장애=대한민국 장애, 다양성이 사라진 독과점 환경이 문제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그간 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추구하는 초연결 사회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서비스의 전면적인 장애가 오래도록 지속되며 곳곳에서 문제가 커지자 급기야는 정부까지 나섰다.
사고 당일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통신부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장관이 주재하는 통신재난대책본부로 격상할 것을 지시했다. 16일에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화재 현장을 찾아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반 빅테크를 대상으로 “대국민적 파급효과를 통감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기본을 튼튼히 할 것”을 당부하며 정부 역시 기업들의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만 하루 반이 지난 17일에는 과기정통부 발 대국민 안전안내문자로 카카오 관련 서비스 복구상황을 비롯해 해킹메일, 스미싱 유포 주의 당부까지 발송되기도 했다. 민간 서비스 장애로 정부가 대국민 안전안내문자까지 사용해 상황을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전면적인 카카오 서비스 장애의 파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 다른 의미로 이번 장애 상황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었던 이유는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각각의 시장을 과점 혹은 독과점 수준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미 10여년 전 카카오톡이 ‘국민 앱’으로 등극한 이후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쇼핑, 금융, 교통, 콘텐츠 등의 문어발식 확장을 할 때부터 예견돼 있었다.
최근 기준 카카오 서비스 사용자는 카카오톡이 4600만명, 카카오T가 3100만명, 카카오뱅크가 19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 추계는 5162만8000명 정도다. 서비스 분야가 빠르게 확장되고 엄청난 이용자 증가세를 보였지만, 데이터·시스템 관리는 뒷받침 되지 못한 셈이다.
이번 화재로 이와 같은 실태가 드러나며 카카오는 다시금 국민적인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 역시도 그간 민간주도의 규제 자율화를 내세웠던 방침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한창 국감이 진행중인 시기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도 카카오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앞선 악재들로 인해 이미 카카오는 큰 폭의 주가하락, 브랜드 이미지 악화 등을 겪고 있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데미지는 아직 시작 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상당수의 이용자들의 ‘카카오 서비스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이어질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및 규제 가능성, 피해 보상과 관련된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그간 방치됐던 시장 독점적인 서비스에 대한 다양성 문제도 다시금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앞서 17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를 존중하지만,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고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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