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서비스형 모빌리티 플랫폼 완성을 목표로 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과 공동 법인을 설립해 그간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화 호출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본격화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경영권을 카카오모빌리티가 확보하는 것으로, 업계는 중소 영세업체의 시장을 빼앗겠다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완성을 노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과 공동 법인을 설립, 그간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화 호출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CMNP를 통해 전화 호출 방식 대리운전 1위 서비스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신규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케이드라이브는 사실상 1577 대리운전 서비스 자체를 이관 받는 방식으로 설립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케이드라이브의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인 이창민 CFO가 맡는다. 이에 업계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전화 호출 대리운전 업계 반발을 고려한 꼼수 전략으로 보고, ‘영세 업체 죽이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대적인 판도 변화 예상되는 대리운전 시장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신설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며 자사 지분율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 50% 가량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기존 ‘1577 대리운전’의 서비스는 향후 케이드라이브가 이관 받는 상황에서 경영권 역시 카카오모빌리티가 확보하는 셈이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100% 지분 인수는 아니며 코리아드라이브와 CMNP가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법인(케이드라이브)을 설립하고 지분에 일부 참여하기로 했다”며 “코로나 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전화 호출 대리업체가 많은데,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업체 측의 요청이 있다면 다양한 방식의 상생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6년 앱 호출을 기반으로 한 대리운전 서비스를 통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직접 수수료가 발생하는 대리운전 시장은 앞서 진출한 택시 호출에 비해 기대 수익이 높은 시장이었다. 실제 삼성증권은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비중은 점유율 80%대의 택시 중개보다 10~20%대의 대리운전 중개 사업이 더 높았다고 추정하고 있다.
기존 카카오모빌리티의 앱 호출 기반 대리운전 서비스는 예상과 달리 전화 호출 대리운전 시장 장악에 실패, 점유율 10~20%대에서 주춤하며 난항을 겪었다. 이유인 즉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 대부분이 취객으로, 전화 호출 대리운전에 익숙한 소비 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간 경쟁을 했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얼마 전 대리운전 중개 사업 철수를 결정할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티맵모빌리티는 기존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13일 출시된 ‘안심대리’ 서비스로, 티맵모빌리티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한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 경쟁에 나서고 있다.
상생을 내세우는 카카오모빌리티 속내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코리아드라이브의 신설법인 케이드라이브 설립에 대해 전화 호출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생을 내세우며 사실상 ‘중소 영세 업체의 시장을 빼앗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확장 과정을 살펴봤을 때, 이러한 업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지난해 7월 전화 호출 대리운전 업계 2위 업체 콜마너를 인수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9일부터는 대리기사들을 대상으로 ‘카카오T 전화콜’ 서비스를 출시했다. 콜마너로 들어오는 호출을 카카오T 등록 대리기사들에게도 공유해 주는 서비스다. 이는 기존 전화 호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또한 기업 전용 멤버십인 ‘카카오T비즈니스’의 3만여 회원사를 대상으로 고객사 임직원 의전, 출퇴근 용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 그간 개인을 대상으로 한 B2C 영업을 넘어 B2B 수요까지 창출하며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노력을 해 왔다.
어러한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를 지켜보는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은 상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뒤에는 나눠진 대리운전 서비스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과 함께 대기업의 전화 호출 시장 진출 및 지나친 현금성 프로모션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업계가 이와 같이 우려하는 이유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서 서비스를 실시, 높은 점유율 확보한 뒤 플랫폼 노동자화 된 택시 업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에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앱 호출 대리운전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출시한 ‘유료 멤버십’, 대리운전 서비스 시작 3년만에 기사를 대상으로 출시한 ‘프로단독배정권’ 때문이다. 택시의 경우 배차 우선권, 대리운전의 경우 배정 우선권을 멤버십 유료화한 것이다. 이에 각 업계 종사자는 “상생을 이야기하며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6월 30일 시작한 카카오 퀵 서비스 역시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까지 전화 호출을 통해 서비스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퀵 서비스 업계 역시 8000개에 달하는 영세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던 터였다.
한편, 또 다른 문제로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이용자 스토킹 사건이 기사화 되며 “사업확장에만 치중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정작 고객의 안전은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제보자는 “카카오 대리운전을 이용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받으니 대리 운전 기사였다”며 “이후 수차례 전화를 걸어 ‘외로운 40대끼리 만나보자’ ‘사랑합니다 고객님’과 같은 문자 폭탄을 보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두려움에 떨며 집을 피해 지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경찰과 카카오모빌리티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로 이 대리기사는 석 달 남짓 대리운전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즉각 조치를 취하면 해당 기사가 신고자를 특정해 2차 피해를 할 것을 우려해 조치를 늦췄다”며 “현재는 해당 기사의 계정을 정지한 상태”라고 변명했다.
또, 대리기사는 독립된 사업 주제여서 스토킹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사가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이다.
택시·대리운전·퀵 업계 플랫폼 노동자화, 희생 불가피한 성장인가?
택시와 대리운전, 퀵 등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진출하는 방식은 사실 다른 대기업의 시장 진출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크게 봤을 때는 기술의 발달과 고객들의 니즈를 고려한 혁신을 외면한 기존 업계의 안일함도 일부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의 대부분은 영세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 방식으로 진행돼 왔고, 자본 등의 이유로 자체적인 혁신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플랫폼을 구축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대기업이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다만, 혁신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는 패턴을 살펴보면 개선의 필요성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이들은 우선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프로모션과 할인을 제공하고, 해당 시장의 노동자들에게도 혜택을 내세우며 참여를 유도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느 정도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돌연 태도가 돌변한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 독점적인 상황으로 갈 경우 소비자 가격은 물론, 이미 플랫폼 노동자화 된 이들의 수수료를 올리는 식으로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미 해당 기업의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업계 노동자들은 기업이 구축한 서비스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에 갖혀버린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행태는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앱 결제 의무화 정책’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구글, 애플 등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격변하는 시장의 상황 속에서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혁신에 대가로 수익을 얻는 것은 기업으로서 취해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플랫폼에 편입되는 노동자의 희생이 필연적이라면 이를 과연 기업의 올바른 영리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민간과 공공 분야 대기업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ESG경영의 가치 중에는 사회적인 책임도 있지만, 대개는 허울 좋은 구호로만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단지 기존 업계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빈말로 상생을 이야기하는 대신 구체적인 언행일치(言行一致)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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