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카카오뱅크의 가상자산 분야 진출이 최근 코인원과의 실명계좌 발급 계약 체결로 현실화됐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사례는 지난 2020년 케이뱅크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시간 문제로 여겨졌던 카카오뱅크의 가상자산 분야 진출이 최근 코인원과의 실명계좌 발급 계약 체결로 현실화됐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사례는 지난 2020년 케이뱅크 이후 처음이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실명계좌 발급 계약 체결은 이미 올해 초부터 예견돼 왔다. 카카오 공동체와의 연계를 통한 사업 확장을 모색해 온 카카오뱅크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은 모기업에 해당하는 카카오가 신성장 동력으로 메타버스, 블록체인을 비롯해 가상자산을 내세운 상황에서 정해진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출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경쟁사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실명계좌 계약을 한 이후 침체됐던 가입자수가 큰 폭의 반등을 나타내며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코인원이 NH농협은행과 내년 3월까지 실명계좌 계약이 체결돼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추진됐던 카카오뱅크의 가상자산 진출
카카오뱅크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올 초부터 들려왔다. 지난 5월에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직접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비롯해 트래블룰(자금이동추적시스템) 확립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계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실명계좌 계약의 특성 상 매 6개월~1년 마다 각 거래소는 제휴 은행과 실명계좌 재계약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도 거래소들에게는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관행처럼 돼 있는 거래소와 은행 간 ‘1-1(일대일)’ 방식의 실명계좌 계약을 넘어 복수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러모로 카카오뱅크에게는 유리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상자산시장이 위축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카카오뱅크의 가상자산 진출 시점은 늦춰지는 듯했다. 그 사이 카카오뱅크는 여러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제휴 가능성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손잡은 코인원, 가상자산 업계 지각변동 일으킬까?
현재까지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 간 실명계좌 계약을 보면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계약을 체결했다. NH농협은행은 코인원, 빗썸과 반년 단위로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그간 코인원을 비롯해 빗썸 등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유력한 거래소로는 코인원 외에도 업비트가 언급되기도 했다.
카카오가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최대주주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선택은 코인원이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업비트는 이미 카카오뱅크의 경쟁사인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상태다. 빗썸의 경우는 그간 매각설과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의 범죄 의혹 등 오너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반면 코인원의 경우는 NH농협은행과 올 3월 처음으로 1년 단위 장기계약을 맺었지만, 앞서 지난해 9월 NH농협은행으로부터 트래블룰 의무화 이전 거래소 간 코인 이체 중단 요구를 받아야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원화마켓 거래소 중 드물게 NH농협은행으로부터 외부 지갑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도 도입을 요청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불편한 간섭’을 받은 셈이다.
이렇듯 각각의 이유로 카카오뱅크와 코인원이 손을 잡게 되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조심스레 지각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 영향력을 등에 업었다는 점, 가상자산 기반 사업 확장을 꾀할 것이라는 점은 코인원에게도 여러모로 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가 80%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대적인 지각변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인원의 점유율은 약 15%를 자치하고 있는 빗썸에 이어 4~5% 정도다.
카카오뱅크, 가상자산 진출 돌파구 될까?
카카오뱅크와 코인원의 실명계좌 계약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코인원과 NH농협은행 간 체결된 실명계좌 계약이다. 이와 관련 코인원 측은 “NH농협은행과 계약 종결 관련 원만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계약이 내년 3월까지 돼 있는 상황에서 NH농협은행이 순순히 계약 해지를 해 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최근 의혹을 낳고 있는 자금세탁 등의 문제로 금융당국이 거래소의 복수은행 계약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국내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등과의 복수 실명계좌 계약을 요청해 왔지만, 구체적인 확답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와 코인원의 계약은 의도치 않게 1거래소 2은행 체제가 돼 버린 셈이다.
즉 코인원 이용자들이 카카오뱅크 계좌로 원화거래를 하려면 우선 NH농협은행과의 계약 해지를 비롯해 금융 당국의 허가 절차 등 까다로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코인원과 실명계좌 계약을 추진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대외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커진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 당시만 해도 금융 대장주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카카오뱅크는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에서 갑질 논란, 경영진 주식 먹튀 등의 이슈가 터지며 전반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거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 주요 주주들의 블록딜이 이어지며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인터넷은행으로서 차별성도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손잡으며 반등을 꾀했고, 후발주자인 토스뱅크가 차별화된 서비스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와중에 카카오뱅크는 상대적으로 기존 은행권과 같은 방식으로 이자 수익에 골몰해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투자업계에서는 현재 큰 폭으로 떨어진 주가 조차 고평가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앞서 가상자산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한 은행들이 취한 가상자산 기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협력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케이뱅크의 경우 업비트와 실명계좌 계약 체결 이후 1년만에 수신고가 10조원 가까이 증가했고, 수수료 수익은 150억원이 늘었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8월 ‘NH마이데이터’와 빗썸을 연결해 가상자산 조회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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