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작가 갑질 의혹에 개선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AI요약]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작가 생태계 개선을 위한 첫번째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지난 9월부터 카카오엔터가 웹툰·웹소설 작가들을 대상으로 수익의 최대 45%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이 ‘갑질’로 비화된 것에서 비롯됐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창작 생태계를 위해 다양한 장르의 웹툰·웹소설이 창작될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의 토양인 신진 작가층을 육성하기 위한 개선안도 차례대로 발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이 참여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웹툰상생협의체가 11월 말 출범한다.


국감에서 웹툰 작가 대상 갑질 논란이 질타를 받은 후 카카오엔터는 개선안을 발표하며 카카오페이지 실질 정산율 구조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작가와 직접 계약하는 CP의 중간 수수료를 간과한 것이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작가 생태계 개선을 위한 첫번째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에는 ▲선투자 작품 기준 이벤트캐시 정산분 최소 5%이상 보장 ▲작가들이 정산 현황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정산 시스템 구축 노력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수혜작 확대 ▲저소득 청년작가 가운데 재능 있는 신진작가를 선발·육성하는 창작 지원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앞서 지난 9월부터 카카오엔터가 웹툰·웹소설 작가들을 대상으로 수익의 최대 45%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이 ‘갑질’로 비화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출판업계는 카카오가 작품 수익이 발생하기 전 일정 금액의 인세를 먼저 주는 선인세 조건으로 통상 30%의 수수료를 45%로 높여 가져가는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웹툰작가들이 웹툰작가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국정감사에 나선 각 정당을 대상으로 카카오엔터를 비롯한 네이버웹툰 등의 불공정 계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첫날부터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 등웹툰 업체들의 창작자들을 상대로 한 갑질 의혹이 도마에 올랐고, 국감에 출석한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그간의 의혹에 대해 질타하는 의원들의 날선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각 대표들은 고율의 수수료 논란에 적극 해명하면서도 창작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개선안 마련을 약속했고 카카오엔터가 최근  첫 개선안을 내 놓은 것이다.

작가 수익 확대와 신진작가 육성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작가 생태계 개선안 발표와 함께 2021년 카카오페이지 실질 정산율 구조를 공개했다. 실질 정산율은 유저가 실제로 결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 정산 비율을 의미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카카오페이지의 선투자 작품 누적 정산율 집계에 따르면, 실제 콘텐츠 결제분(55%)과 이벤트 캐시 등의 정산분(14%)을 합쳐 총 69%의 수익이 콘텐츠 제공자(CP+작가)에게 배분됐다. 이외 결제 수수료가 8%, 카카오엔터의 수익배분율은 23%로 밝히고 있다.

이벤트 캐시는 작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카카오페이지가 유저에게 지급하는 무상 캐시인데, 카카오엔터측은 “이 부분 역시 콘텐츠 제공자에게 추가 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선투자 작품을 대상으로 각 작품별 이벤트캐시 정산분이 5%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벤트 캐시의 혜택이 적은 콘텐츠 제공자도 최소 총 60%의 수익배분율을 보장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측은 “개선안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콘텐츠 제공자와의 계약서에도 ‘이벤트 캐시 정산분 5%이상 보장’을 명기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작가 수익 확대의 연장선에서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적용 작품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카카오엔터는 그간 문제로 제기됐던 ‘정산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선안도 내 놓았다. 이 역시 작가들의 요구 사항 중 하나로 그동안 CP사에만 제공됐던 정산 세부 내역을 작가들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엔터가 제시한 개선안. 카카오측은 이를 시작으로 국내 창작 생태계 환경 조성과 신진작가층 육성을 위한 개선안을 차례로 내 놓겠다는 입장이다. (이미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재 7개 자회사 CP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는 “불공정 계약이나 불투명한 정산 등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진행하는 등 플랫폼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창작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개선안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콘텐츠 제공자 수익 배분에 대한 이번 개선안 뿐 아니라, 저소득 청년작가 가운데 재능 있는 작가를 선발, 육성하는 창작 지원책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엔터는 국내 창작 생태계를 위해 다양한 장르의 웹툰·웹소설이 창작될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의 토양인 신진 작가층을 육성하기 위한 개선안도 차례대로 발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장 약자인 작가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가 문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웹툰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의 50% 이상이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높은 비율로 언급된 문제는 2차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에게 유리한 일반적 계약이었다. 성공한 작품의 2차 저작권은 웹툰이 출판, 영화화 되는 과정에서 판로가 다각화되며 큰 수익을 창출하지만 정작 원저작자인 작가들은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 등 거대 웹툰 플랫폼이 웹소설 시장까지 장악한 상태로 자사 독점작 선정 과정에서 추가 마케팅 비용까지 유통 수수료 명목으로 출판사와 작가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카카오, 네이버 등이 웹소설 시장까지 장악하며 웹소설 원작의 웹툰화를 명목으로 해외 판권 등 2차 저작권 마저 출판사나 작가에게 강요하다시피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CP사를 통해 90%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70% 중반에 달하는 수수료가 작가들에게 제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CP를 거쳐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그에 한참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미지=픽사베이)

그렇다면 과연 CP로 불리는 출판사 혹은 작가가 소속돼 있는 에이전시 역시 무조건 적인 피해자일까? 지난 1일 문체부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동훈 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이중삼중의 유통 구조 탓에 거대플랫폼과 콘텐츠 공급사(CP)에 수수료를 떼 주고 나면 최저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플랫폼은 제작사 지분도 갖고 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이 경우 수수료는 사실상 작가에게 이중 부과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된 것은 계약 건의 88%를 작가와 직접 계약하는 네이버웹툰과 달리 카카오엔터는 7개의 관련 자회사와 1개의 손자회사 등의 CP사를 통해 90%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는 70% 중반에 달하는 수수료가 작가들에게 제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CP를 거쳐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그에 한참을 못 미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중간 과정에서 CP가 챙기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자사의 책임이 없다는 부분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일 문체부 국감에 나선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CP와 작가 간의 계약은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고 이는 카카오엔터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하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엔터와 직접 계약이 된 대부분의 CP가 자회사 등 관계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 대표의 해명은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작가들의 격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이 참여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웹툰상생협의체가 11월 말 출범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협의체에서는 최근 웹툰, 웹소설 업계에 불거진 불공정 계약, 수익 배분 문제, 창작자 처우 개선 등이 논의된다. 정부가 주도하는 웹툰, 웹소설 플랫폼과 에이전시(CP), 창작자 간 불공정 계약에 대한 실태조사도 내년으로 계획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문체부가 민관 합동으로 꾸린 ‘웹툰공정상생협의체’가 흐지부지 종료된 바 있어, 일부 작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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