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년 전, 2015년까지만해도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는 협력 관계였다. 2015년 3월 공식적인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는 택시 기사에게 가입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플랫폼 유입에 나섰다. 택시업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우선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점이 컸다. 게다가 그동안 '일부'의 사례로 치부했던 상습적 배차 거부, 불량 택시 기사 등의 부정적 시각을 덜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양측의 협력은 효과도 있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서비스 도입 이후, 택시 기사 수입은 약 20% 늘었으며, 승객을 태우지 않은 공차 시간 역시 약 17% 줄었다. 카카오택시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 플랫폼에서 택시기사가 활동하는 협력 관계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약 5000만 건의 누적 호출 수를 달성하기에 이른다.
허니문은 길지 않았다
양측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 시작점은 카카오가 제공하던 카카오택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로 변하고 나서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통해 시장성을 확인하자, 해당 사업부를 분사해 카카오모빌리티를 자회사로 세웠다. 그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내놓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플랫폼 수준으로 끌어올린 카카오T는 택시 중계와 함께 카풀,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등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가 다수 포함됐다. 말그대로 승객을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 통합 플랫폼이었다. 택시 업계는 카카오와 자신들의 관계가 협력 관계가 아닌, 승객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정도 있었다. 카카오택시는 돈이 되지 않았다. 2018년 당시 카카오택시 회원으로 등록된 택시 기사는 약 22만명에 달했다. 전국 택시 25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90%가 카카오택시 플랫폼 내 서비스 공급자임에도 카카오는 중개 외에 수익 모델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승객 콜 골라받기 행태가 카카오택시 플랫폼 내에서도 발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호출'이라는 서비스 내놓으나, 오히려 서비스 유료화 논란으로 인해 택시 이용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배차 시간에 따른 탄력 요금제인 스마트호출이 택시 요금의 부당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이외 비즈니스인 카풀 서비스를 서둘 수밖에 없었던 것. 카풀 서비스는 플랫폼 중개 명목으로 20% 가량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모델은 명확했다. 그리고 2018년 2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스타트업인 럭시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카풀 서비스에 나서기에 이른다.
이 카풀 서비스 역시 갈등의 서막이었다. 당시 스타트업 VCNC가 운영하는 '타다'는 모회사인 쏘카의 차량과 라이더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택시 업계 입장에서 보면 렌터카 업체가 택시 기사 면허 없이 사람을 모아 택시 영업을 하는 셈이었다. 이름만 카풀이었다. 하지만 타다 서비스는 호출 100% 배차 등 기존 택시 서비스와 차별 전략으로 서비스 재이용 비율이 90%에 달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하지만 타다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반발을 샀고,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카풀 운전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자차 보유자에게 택시 기사처럼 영업할 수 있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연이은 택시 기사의 분신 사건이 이어지며, 일련의 카풀 서비스는 중단됐다.
이후 등장한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업계의 타협안이 2019년 3월 만들어진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다. 국토교통부는 타협안에 기반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금지법을 내놓는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모빌리티 산업을 제도권을 편입시킨다는 것이었다. 법안은 크게 세가지 타입으로, 'Type1'(플랫폼 운송사업)', 'Type2'(플랫폼 가맹사업)' 'Type3'(플랫폼 중개사업)'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타다 사태 이후, 카풀 처럼 서비스 기업이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해 직접 사용자에게 유상 운송을 제공하는 Type1은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카풀 서비스는 무기한 멈춘 상황이다.
카카오는 가맹택시만 좋아해
이제 Type2인 플랫폼 가맹사업을 앞두고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2차전이 벌어지려고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카풀 서비스 끝난 싸움의 에필로그였다면, 가맹택시는 시작될 싸움의 프롤로그이기도 했던 것.
택시 업계는 카카오의 플랫폼 논란이 일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쟁점은 결국 플랫폼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영위하고 있는 택시 플랫폼 서비스는 일반 택시 중개와 카카오 가맹 택시 중개로 나뉜다. 일반 택시 중개로는 수익화가 어렵기 때문에, 가맹 택시를 통해 택시 면허와 기사를 직접 보유해 이를 활용하겠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의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국내 최대 가맹 택시업체인 타고솔루션즈의 지분을 100% 확보하는 등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택시 수를 늘려왔다.
카카오T 블루라는 이름으로 운행 중인 가맹 택시는 현재 전국 택시 25만대 중 10% 이상인 2만 6000대다. 출범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2020년 기준 매출은 약 28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18년 9%에서 2020년 78%까지 증가했다. 내내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카카오T 블루를 통해 흑자 전환을 노리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연말까지 가맹 택시를 약 3만대로 늘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막힐 위기에 처했다.
궁지 몰리는 카카오모빌리티, 또 택시업계가 이기나?
택시 업계는 여기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 택시와 가맹 택시를 다르게 관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반 택시 기사의 90% 이상이 소속된 카카오T 플랫폼이지만, 가맹 택시 중심으로 유리하게 중개 배차하는 등 플랫폼 남용을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추가 배차 수수료 등을 통해 가맹 택시 중심으로 카카오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앞서 지난 7월 카카오는 우티 등 경쟁사 가맹 택시의 카카오T 이용 자격을 중단시키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가맹 소속의 택시가 카카오T에서 배차 받은 뒤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해 당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상황은 카풀 사태와 같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서 카카오T에 대한 배차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방통위는 카카오T 앱이 시스템 알고리즘을 임의로 조정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밝히겠다고 나섰다.
앞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고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낸 바 있다. 이와 관련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현재 조사 중"이라며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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